▲지난달 22일 강득구 민주당 의원과 민생경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김건희 특별법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재영 목사(가운데)가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강득구 민주당 의원과 민생경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김건희 특별법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재영 목사(가운데)가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영상을 촬영한 최재영 목사에 대해 주거침입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주거침입죄 적용을 할 수 있느냐 여부로 법률 쟁점이 치열할 전망이다. 처벌이 현실화되면 언론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형법 319조 주거침입죄·퇴거불응죄는 사람이 주거·관리하는 건조물·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房室)에 침입하거나, 이러한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죄로 규정하고 있다.

최 목사를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불법 촬영을 한 건 주거침입에 해당하고, 대통령실 경호원의 보안 검색을 뚫고 들어간 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목사가 김 여사 승낙 아래 사저로 들어왔지만 그 목적을 알았다면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거침입죄엔 침입의 의도에 따라 죄를 판단하는 대목은 없다. 최 목사가 실제 주거침입죄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되면 카메라를 숨긴 채 촬영한 형태의 모든 취재 방식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사건과 관련해 김성순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는 지상파 방송사 제작진이 신분을 속이고 구치소에 몰래카메라를 반입해서 수형자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예를 들었다. 당시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교도관에게 신분과 목적을 속이고 구치소에 들어간 것에 대해 알권리 사명을 갖고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을 수행한 것이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였다.

김성순 변호사는 “당시 무죄 취지 설명을 보면 공공의 이익을 따졌는데 김건희 여사의 경우를 보면 공익 목적의 제보 관점으로 보면 무죄가 나와야 하는게 맞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범죄 현장을 목격해서 촬영을 하거나 공익적 목적에서 증거를 남기려는 것은 언론 취재의 목적과 유사한 형태다. 몰래 촬영을 속인 것이라고 해도 이걸 가지고 처벌을 해버리면 누가 공익 제보를 하겠느냐”며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우려했다. 

하태승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촬영 의도를 숨기고 출입했다는 점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2022년 유사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2022년 3월 피고인이 음식점에서 인터넷 신문 기자를 만나 해당 기자가 부적절한 요구를 요청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녹음·녹화 장치를 설치한 사안에 대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침입 여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피고인은 음식점주 승낙을 받아 식당에 출입했는데 다른 손님인 인터넷 기자의 대화 내용을 녹음·녹화할 목적으로 출입했다는 사정만으로 주거 침입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갈무리.
▲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하 변호사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바로 그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을 변경한 판결”이라며 “97년 대법원 판결은 음식점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출입한 경우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본 판결이었는데, 이제 이와 같은 판단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변경된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는 검찰의 주장처럼 ‘몰래 촬영하기 위한 목적’ 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며 “최 목사가 김건희 여사와 개인적 관계로 김 여사의 승낙을 받고 해당 방실에 출입했는데, 그렇다면 주거침입죄의 보호 법익,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이 침해되지 않는다.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된 법리에 따를 경우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 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 목사에 대해 주거침입 혐의로 수사한다고 한다. 황당무계하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김건희 여사 몰래 집에 들어가서 명품백을 던져놓고 나간 줄 알겠다”고 꼬집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가 최 목사를 만나기 전 선물을 주려한다고 인지한 정황이 있고, 김 여사가 초대를 했다는 점, 최 목사가 절차대로 보안 검색을 받은 점 등을 들어 “그런데 무슨 주거침입이니 공무집행방해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이냐. 주인의 초대를 받고 찾아간 손님이 뇌물을 건네면 주거침입이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가 나눈 카톡 메시지를 상기시켰다. 장 최고위원은 “‘월요일 2시 정도 어떠세요? 티 타임?’ 샤넬 화장품 받기 전 김건희 여사가 최재형 목사에게 보낸 메시지다. ‘언제쯤 방문 예정이실까요? 요일은 화, 수요일 오후면 좋을 것 같은데요.’ 디올 백 받기 전 최재형 목사에게 보낸 메시지”라고 전한 뒤 “약속을 하고 만난 게 주거침입이라면 김건희 여사는 셀프 침입, 주거침입을 사주하고 명품 백을 챙긴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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