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지역주간신문 창간사 분석한 연구 나와
-소외된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주간신문 창간 
-지역주민 이야기 담고 지방자치 견인하는 역할 선언

주로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취재하는 지역주간신문의 창간사를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서울 중심 언론뿐 아니라 광역시도단위의 지역언론도 작은 기초단위의 소식을 다루지 못한다는 한계 탓에 지역주간신문이 탄생해 지방자치를 견인하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역할을 선언했다는 점이 창간사에서 발견됐다는 분석이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소속 이서현 부교수와 최낙진 교수가 지난해 9월 한국지역언론학회에 발표한 논문 <지역주간신문 창간사에 담긴 저널리즘 함의>에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10회 이상 받은 지역주간신문들의 창간사를 분석했다. 지발기금을 여러번 받은 지역신문은 대체적으로 경영이 안정됐고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활발하게 수행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인 1988년 12월 ‘주간홍성’ 창간을 시작으로 지난 2022년 기준 전국엔 584개의 지역주간신문이 발행되고 있다. 1987년 6월 이후 언론 자유화가 시작됐지만 대도시 중심으로 이뤄졌고, 1990년대 지방자치시대가 시작했지만 신군부 집권기 ‘일도일사(한개 도에 하나 신문사로 통폐합)’ 정책으로 기존 지역언론이 지역민주주의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지역주간신문 필요성이 커졌다. 1991년 기초·광역 의회가 부활했고,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렸다. 

▲ 뉴스. 사진=pixabay
▲ 뉴스. 사진=pixabay

연구자들은 서울 중심의 ‘일극중심체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결핍과 소외가 나타나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간신문이 창간됐다고 봤다. 

당진시대는 1993년 11월30일 창립선언문에서 “모든 인력과 기술과 장비가 서울에 극도로 편중되고 각 분야 발전에 따른 결과물 역시 서울과 대도시에 독점적으로 흡수되기 일쑤”라며 “그 결과 ‘서울은 세계로’ 통하는 화려한 문으로 급속히 발돋움하는 한편, 지역은 더욱 공동화하고 지역사회의 상대적 결핌과 소외는 그 도를 더해 갈 뿐”이라고 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특성을 깨닫지 못하고 모든 지역이 획일화돼 정작 지켜야 할 뿌리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다줬다”(보은신문 창간사 1990년 1월13일)는 지적이나 “너무나도 큰 소식들이 작은 지역민들에게 상대적인 소외감을 가져다주었는지도 모를 일”(옥천신문 창간사 1989년 9월30일)이라는 평가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공론장 역할을 맡겠다는 기대도 담겼다. 속초신문은 1990년 5월28일 창간사에서 “속초신문은 궁극적으로 동네신문이 되고자 한다”며 큰 신문과 방송이 전해줄 수 없는 이웃들의 진솔한 삶과 희망, 그리고 고통마저도 담아내려고 한다”고 했고, 해남신문은 1990년 6월22일 창간사에서 “여론과 최대다수의 의견을 모아 건강한 사회건설에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비록 작은 소식도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은사람들은 2010년 8월17일 창간기념사에서 “단체장이나 유지의 동정을 싣는 것이 아니라 일반 주민을 주인공으로 여기고 그들의 일상을 밀착해서 다룰 것”이라고 했다. 

연구자들은 지역주간신문의 창간배경을 설명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방자치시대를 견인할 지역신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거제신문은 1989년 10월6일 창간사에서 “지방자치·주민자치가 시군의원 뽑고 지방의회를 구성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이 내는 세금은 어떻게 쓰여지나 행정처리에 문제점은 없는가 하는 것들을 감독하고 의견을 개진해가는 말 그대로 ‘지역살림을 지역민이 스스로 해나가는 것’이라 할 때 지역민이 바르고 생산적인 정보를 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뉴스서천도 1999년 11월15일 창간사에서 “지역자치의 발전과 통합에 필요한 여론들을 중히 여기는 자세가 지방자치성공의 관건”이라고 했다. 

지역의 역사를 계승하는 역할도 자처했다. 영천시민신문은 1997년 9월30일 창간사에서 “예로부터 우리 영천은 충절의 고장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은 고려가 낳은 최고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 선생(중략) 등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남긴 충절의 혼”이라고 했고, 광양신문은 1999년 11월6일 발간사에서 “지역의 뿌리를 찾아 그 얼과 문화를 계승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지혜를 제공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키는 문화의 매개체이고자 한다”고 했다. 

창간사에선 편집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용인시민신문은 1999년 2월3일 창간사에서 “피부에 와 닿고 주민들 삶의 현장에 밀착한 기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다음으로 우리는 ‘시민사회 형성에 기여’해 자치와 참여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했고, 청양신문은 1990년 6월1일 창간사에서 “특히 농민, 상인, 직장인, 여성의 작은 목소리 하나도 소중히 하는 청양군민 모두의 입과 귀가 될 수 있는 신문”을 선언했다. 

독자들의 참여도 부탁했다. 보은사람들은 2010년 8월17일 창간기념사에서 “주간 보은사람들은 군민의 참여에 의한 실질적인 주민자치활동이 뿌리 내리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고, 경주신문은 1989년 11월15일 창간인사에서 “경주신문이 살아남아 영생할 것인가 그렇지 못할 것인가는 오직 시군민 여러분께 달렸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지역주간신문 창간사에는 공통적으로 ‘존립 위기감’이 짙게 깔려 있는데 지역은 희망이 없는 곳, 허울뿐인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행정적 주변지, 재정적 식민지 상태로서 지역(기초단위)로 그려져 있었다”며 “외부의 개입이 아니라 지역민 스스로 지역공론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고 해석했다. 이에 “지역주민이 단순매체소비자가 아닌 매체생산소비의 주권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봤다. 

이들은 “지역주간신문 창간사에 근거할 때 기초지역을 기반으로 한 신문들은 기존 기성언론과 생리가 다른 새로운 유형의 저널리즘 매체들”이라며 “창간사에는 기득권 거대 제도언론은 물론 우리(기초단위지역)를 대변해줄 것으로 믿었던 광역시도단위 매체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는데 광역단위 언론의 역할 부재는 지역주간신문 창간의 명분과 정당성을 강화시키고 있었다”라고 했다. 

끝으로 “이 연구가 창간사만을 분석했다는 점은 실제 저널리즘 행위를 이해하는데 제한적일 수 있다”며 연구의 한계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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