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취재수첩 형식의 기사를 통해 ‘황당하다’고 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오마이뉴스 기사는 지난 13일자 <사직구장 봉다리 응원 사진에 더 난감해진 한동훈>이다.

오마이뉴스는 한 위원장이 지난 10일 부산시당 당직자 간담회에서 한 말을 인용하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저는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할 일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네 번 좌천을 당하고 압수수색도 두 번 당했었는데요. 바로 그 처음이 이곳 부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절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그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했고, 서면 기타 학원에서 기타 배웠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한동훈 위원장이 부산에서 일했던 시기는 2020년 1월부터 6월로, 당시 프로야구 경기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거나 아예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무관중인데 어떻게 직관을 했다는 말인가. 방역수칙을 어기고 몰래 경기장에 들어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라고 논평한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말을 인용해 한 위원장의 말을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논평에 반박하기 위해 한 위원장의 사직구장 ‘봉다리 응원’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해당 사진은 2008년 사진이라며 한 위원장이 좌천된 시기와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는 재반박이 나왔다.

한 위원장의 좌천시기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근무했던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다. 2008년 한 위원장은 부산지검 평검사였다.

▲12일 국민의힘이 공개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산 사직야구장 응원 사진.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공개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산 사직야구장 응원 사진.

해당 보도는 한동훈 위원장의 말이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반박하기 위해 공개한 사진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담았다. 언론이 유력 정치인의 말을 검증하는 전형적인 정치부 기사다.

민주당 논평 내용이나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한 것은 한 위원장이 좌천 시기에 롯데야구를 경기장에서 직관했느냐 여부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오마이뉴스가 부제로 달았던 <“문재인정부 좌천 때 저녁에 사직구장에서 야구 관람했다”했지만 그때는 코로나로 무관중>이라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한 위원장측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정정보도 조정신청서에 따르면 한 위원장(신청인)은 “‘사직구장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라고 발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오마이뉴스)은 이 사건 보도를 기사 제목 하단에 ‘문재인 정부 좌천 때 저녁에 사직구장에서 야구 관람했다했지만 그때는 코로나로 무관중’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잘못된 허위 보도로 인하여 신청인의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기사를 접한 일반인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허위 사실을 발언한 것으로 오해를 하는 등 심각하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라고 했지 “사직구장에서”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하지만 자신이 부산 야구를 ‘직관’한 게 사실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신상호 기자는 <사직구장서 본 거 아니다? 한동훈의 황당한 정정보도 신청>이라는 기사를 통해 “저는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말을 듣고, ‘사직구장에서 롯데야구를 본 것’으로 받아들였다. 혹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주변에 몇몇 부산 출신에게도 물어봤다”며 “‘사직에서 롯데야구 봤다’는 건 ‘사직구장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사직동에서 야구장이 아닌 야구를 관람하는 어떤 상징적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란다”고 꼬집었다.

신 기자는 “언어가 일반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는 건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이라며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이 야구장에서 ‘봉다리’를 메고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도, 같은 관점에서 발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를 전제로 한 <오마이뉴스> 보도 역시, 허위 사실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신 기자는 “단순히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구장’을 덧붙인 게 정정이 필요한 허위보도이며 얼마나 심각한 명예 훼손 사유가 되는지는 모르겠다”며 “‘사직 논란’을 두고 언론에 대응하는 한 위원장의 모습은 큰 정치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릇 큰 정치인이 아니라, 상대방의 작은 흠집조차 용납 않는 평검사의 옹졸한 오기마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신 기자는 해당 기사에 “대선 주자에 걸맞는 ‘큰 정치’ 하시길”이라는 문구를 부제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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