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의 소위 ‘위장 프리랜서’ 관련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 검찰 ‘수사 지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 광주비정규직노동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1곳의 노동·언론·사회단체가 결성한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은 23일 광주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청 시정명령 무력화하는 광주지검을 규탄한다”며 “속히 김낙곤 광주MBC사장을 입건 및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수사하도록 노동청을 지휘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당사자인 김동우(가명) 아나운서도 참석했다.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 광주비정규직노동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1곳 노동·언론·사회단체가 결성한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은 23일 광주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 광주비정규직노동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1곳 노동·언론·사회단체가 결성한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은 23일 광주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김동우 아나운서는 현재까지 근로기준법상 광주MBC 노동자라는 법적 판단을 세 차례 받았다. 김 아나운서는 광주MBC 근무 6년차였던 2021년, 회사로부터 ‘개편’을 이유로 하차를 통보 받고 근로자지위 확인 진정에 나섰다. 이후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광주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각각 노동자성을 확인 받았다. 그러나 광주MBC가 2년여 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3월 광주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고, 광주노동청은 그해 8월28일 이를 받아들여 광주MBC 김낙곤 대표이사에 근로계약 시정을 지시했다.

그러나 광주MBC는 근로계약 협상 과정에서 김 아나운서에게 6년 근속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채 시정명령 기한(지난해 9월14일)을 넘겼다. 광주노동청은 김낙곤 사장에 대한 입건 절차로 넘어가달라는 내사지휘 건의를 했지만, 노동청을 지휘하는 검찰은 지난 9일 세 번째 보완수사 명령을 내렸다.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이 23일 '노동청 시정명령 무력화하는 광주지방검찰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이 23일 '노동청 시정명령 무력화하는 광주지방검찰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은 “검찰이 요구한 내용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근무기간 ‘보수 변동 시기와 금액’을 제출하라는 것인데, 쟁점 사안도 아니라 자료만 제출하면 되는 것을 굳이 보완수사로 내려보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광주MBC가 ‘버티기’를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지 모른다”고 했다.

김동우(가명) 아나운서는 “그 어떤 사건에서 피진정인이 시정지시를 이렇게 오랜 기간 어기고 직접 조사 한 번 받지 않는지 궁금하다. 피진정인이 언론사 사장이라서인가”라고 물었다. 김 아나운서는 “광주 검찰의 행보에 따라 앞으로 수많은 노동 약자들이 지속적으로 괴롭힘 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사용자들이 법을 두려워하고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피진정인 김낙곤을 피의자 전환해 수사하도록 하고 기소해 달라”고 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과 문정은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이 23일 '노동청 시정명령 무력화하는 광주지방검찰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과 문정은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이 23일 '노동청 시정명령 무력화하는 광주지방검찰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무늬만 프리랜서’로 CJB청주방송과 부당해고를 다투다 숨진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가 23일 ‘노동청 시정명령 무력화하는 광주지방검찰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무늬만 프리랜서’로 CJB청주방송과 부당해고를 다투다 숨진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가 23일 ‘노동청 시정명령 무력화하는 광주지방검찰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김동우 아나운서 건은 이미 종료됐어야 한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아 ‘근로계약서 미작성’이라는 새로운 사건으로 번진 것”이라고 했다. 문정은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은 “광주MBC는 김낙곤 대표 임기 내내 기만적인 프리랜서 고용과 위장도급 문제에 단 한 발자국도 진전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역사회 여론 잠재우기만 신경 쓰고, 광주MBC에선 새해 벽두부터 SNS 담당 프리랜서가 추가로 해고되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늬만 프리랜서’로 CJB청주방송과 부당해고를 다투다 숨진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방송을 통해 공정, 윤리를 외쳤던 광주MBC가 오히려 더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인 조직임이 드러났다. 그런데 광주의 검찰마저 피의자 광주MBC, 언론권력의 눈치나 보며 피해자를 외면하는 현실”이라고 주장하면서 “돌이킬 수 없기 전에 광주지검이 문제의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고 광주MBC와 김낙곤 사장의 위법행위를 신속 수사해 기소하라”고 말했다.

광주MBC 경영 담당자는 25일 시정지시 불이행 이유를 묻는 질의에 “근로계약서 작성을 위해 수 차례 서면 또는 대면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올해 초 2년 넘게 일한 SNS 담당 노동자를 해고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업무위임계약 기간이 종료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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