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생성형 AI를 업무 곳곳에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조선일보가 기사 5만 건을 학습한 생성형 AI ‘AI 기사 작성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기사 작성을 시작했다고 밝힌 가운데, MBN은 예능프로그램 ‘더 와일드’(THE WILD)와 ‘한 번쯤 이혼할 결심’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를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해 만들었다. MBN 프로그램 포스터를 ‘미드저니’로 제작하고 있는 김시형 PD를 지난 23일 전화로 만났다.

▲MBN 예능프로그램 ‘더 와일드’(THE WILD) 포스터.
▲MBN 예능프로그램 ‘더 와일드’(THE WILD) 포스터.

김시형 MBN PD는 “회사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최대한 많이 활용해보자는 분위기가 있다. 미드저니를 포함해 영상 제작 AI 카이버(Kaiber)와 런웨이(Runway) 등을 회사가 결제해 준다. 직접 디자인하는 포스터와 생성 AI로 만든 포스터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보고 싶었다. 생성 AI의 장단점을 파악해놓으면 필요한 부분은 이 도구를 통해 얻고 후에 작업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3장의 ‘더 와일드’ 포스터를 만드는 데는 각각 2~3시간씩 걸렸다. 김시형 PD는 “전체적인 큰 틀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지역명과 파란 하늘, 눈이 덮인 산, 엘크가 오른쪽에 있고, 초록색 나무가 빽빽하게 있고, 호수가 있다고 굉장히 구체적으로 입력했다. 그러면 1차 이미지 안이 나온다. 이 모든 입력은 다 영어로 써야 한다. 미드저니가 아직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MBN ‘더 와일드’(THE WILD) 프로그램 포스터를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수십번 수정하며 만드는 모습.
▲MBN ‘더 와일드’(THE WILD) 프로그램 포스터를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수십번 수정하며 만드는 모습.

이어 수십 번의 수정 작업이 이뤄졌다. 김 PD는 “1차 초안 작업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있으면 그걸 선택한 후에 또 부분 부분 수정해달라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다시 입력한다”며 “질감 같은 것도 표현할 수 있다. 스티치 질감이라든지, 종이가 덧붙여진 것 같은 느낌도 주문할 수 있다. 사진처럼 나왔으면 좋겠다는 식으로도 주문했다”고 말했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 포스터는 이틀에 걸쳐 시간 날 때 틈틈이 작업했다. 김 PD는 “벽이 깨진 듯한 느낌의 하트에 두 사람이 등을 돌리고 서 있다. 이혼을 앞뒀지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울한 분위기라고 주문했다. 한국 사람이라고 구체적으로 입력하지 않았더니 금발 머리 사람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MBN 예능프로그램 ‘한 번쯤 이혼할 결심’ 포스터.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만들었다.
▲MBN 예능프로그램 ‘한 번쯤 이혼할 결심’ 포스터.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만들었다.

김시형 PD는 “만일 ‘한 번쯤 이혼할 결심’ 포스터를 생성형 AI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유료 사이트에서 필요한 부분을 일일이 다 사서 합성해야 하는 것”이라며 “익숙해지면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명령어를 몇 번 입력해 보니 어떤 식으로 입력하면 되는지 감이 왔다. 경험이 많이 쌓이면 괜찮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을 보고 어떤식으로 명령어를 입력하는지도 보이더라”고 말했다.

김 PD는 그러나 “시간이 줄어들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직접 손 봐야 하는 후작업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아직은 답답한 점도 많이 있다. 김 PD는 “마이크 7개라고 표현했는데, 마이크가 5개만 나온다든지 못 알아듣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예능프로그램 ‘현역가왕’ 포스터를 만들고 있는데 단순한 숫자라든가, 대한민국 국기, 이런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특히 한국 사람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입력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트럼프와 마이클 조던은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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