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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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높은 상속세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가 왜곡”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상속세가 왜 기업지배구조를 왜곡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최상목 부총리도 상속세율을 낮추자는 취지로 발언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를 보니 “최상목…상속세 개편 신중”이라고 한다. 조선일보를 보면 최상목 부총리가 상속세를 낮추자는 윤석열 대통령 말을 긍정한 줄 알았는데 중앙일보를 보니 윤석열 대통령 말을 부정한 것 같다. 누구 말이 맞을까? 

최 부총리가 지난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말한 전문을 보자. “최근 대통령이 상속세 얘기를 했는데, 기재부에서도 준비하고 있습니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서 “상속세 때문에 기업지배구조가 왜곡된다는 측면도 있는 것이고요, 또 한 편에서는 매우 신중해야 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저희가 양쪽 얘기를 듣고 있고요. 사회적인 공감대를 충분히 생각을 하고, 얘기를 많이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서 신중하게 추진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최상목 부총리가 대담한 ‘일요진단 라이브’는 최 부총리 발언의 결론을 그대로 인용하여 “상속세 완화 신중하게 추진”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행간을 읽어보자.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상속세 완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KBS 진행자는 임명직 공무원인 최상목 부총리에게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때, 임명직 공무원이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상속세 완화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말한 기업지배구조 왜곡 측면도 있다면서도 매우 신중해야 된다는 입장도 동시에 강조한다. 그래서 기재부는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이를 가장 잘 요약한 핵심 단어는 ‘신중’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KBS와 중앙일보 보도가 맞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경제지들의 제목을 보자. 아시아경제는 <상속세 때문에 우리 기업 지배구조 왜곡 측면>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최 부총리가 언급한 한쪽 측면에만 인용부호를 달아서 강조했다. 한국경제는 <상속세로 기업지배구조 왜곡>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측면’이라는 말을 빼니 뉘앙스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다. 서울경제는 <상속세 탓에 기업지배구조 왜곡>으로 제목을 지었다. “때문에”라는 단어를 “탓”으로 바꾸니 뉘앙스가 더 적극적으로 달라진다. 그러나 인용부호 안의 단어는 임의로 바꾸면 안 된다. 그것이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운 인용부호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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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상속세 관련 발언을 다룬 언론보도 화면.

언론은 고위 공직자의 말을 따옴표로 전할 때 따온 문장이 전체 인터뷰의 맥락을 잘 요약하는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최상목 부총리는 상속세의 부정적 측면을 언급하고 그러나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에서 ‘그러나’ 이전의 한쪽 측면만을 따옴표로 넣고 제목에 다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다. 실제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상속세 인하 입장에 대한 질문에 “상속세 개편은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의견을 내비쳤다.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상속세 개편이나 금융투자소득세 관련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고위직 인물의 말 일부만 따옴표에 넣는 제목은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따옴표 안에 있는 단어를 임의로 바꾸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상속세 관련해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기사는 19일과 20일에 걸친 한국경제의 상속세 관련 시리즈다. 기사 제목이 <‘징벌적 상속세’ 덫에 걸린 한국 증시>다. 징벌적 상속세 때문에 한국 증시가 낮게 형성되었다면서 상속세 때문에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많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야말로 주식시장의 호재다. 오히려 경영권 분쟁이 많아질수록 주식시장은 활기를 띤다. 무엇보다 기사에서 ‘오너’라는 말은 하지 말자. 주식회사 지분을 1 ~3% 정도 가진 경영진을 ‘오너’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 

상속세 관련 기사 중 가장 재미있는 기사는 경제정책 방향에 들어 있지 않은 상속세 개편을 전하는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이었다. <‘경제정책 방향’에 담길뻔했던 상속세 완화…“개편 속도 날까”>라는 기사 제목은 우리 회사 근처 “KBS, MBC, SBS에 방송될 뻔한 감자탕집”과 같은 해학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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