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사 뉴욕타임스가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한국신문협회도 공정거래위원회에 포털 네이버의 생성형 AI 개발에 언론사 콘텐츠가 무단으로 학습되고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각각 사설과 칼럼으로도 네이버를 비판하고 나섰다.

▲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신문협회 “생성형AI 뉴스학습 네이버에 언론사 공동협상 허락해야”

지난 28일 신문협회는 포털 네이버가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를 자사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는 데 사용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어디까지 사용하고 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5월31일까지 ‘뉴스 콘텐츠제휴 약관’을 개정 동의 절차를 진행했다. 개정 전에는 네이버는 새 서비스 개발을 위해 뉴스 콘텐츠를 제 3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사전에 제공자(언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개정 후에는 새 서비스 개발을 위해 뉴스콘텐츠를 제3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이용할 경우 네이버를 제외한 제3자의 경우만 사전에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네이버는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더라도 별도 동의절차 없이 언론사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에 신문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부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의 뉴스 학습 근거가 되는 ‘뉴스 콘텐츠 제휴약관’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며 “네이버가 제휴사 공통으로 해당되는 ‘약관’ 동의 방식으로 이용 근거를 마련했지만, 저작권자인 언론사의 개별 이용 허락 절차를 거친 바 없고, 일련의 절차를 건너뛸 수 있도록 한 것은 불공정 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이어 “정부는 불공정 논란이 있는 뉴스 콘텐츠 제휴약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정해야 한다. 기존 불공정 약관은 전면 재검토(폐기)하고, 새로운 약관을 투명한 공론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연합뉴스

또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사용한 뉴스 저작물에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보장할 것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사용된 뉴스 이용료 산정근거가 되는 뉴스 데이터의 정보, 이용목적 등을 공개하도록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신문협회는 “언론사의 공동협상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공정거래법령 등에 규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네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지는 언론사 등이 연합을 통해 네이버와 단체협상이 가능토록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경향 사설로도 “네이버도 허락 없이 뉴스 활용 부당”

뉴욕타임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MS 등을 상대로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172년 동안 축적해 온 기사와 칼럼 등 수백만 건을 챗GPT가 통째로 베꼈다며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0일 조선일보 사설.
▲지난 30일 조선일보 사설.

이에 지난 30일 조선일보는 <언론사 뉴스 가져다 공짜로 AI 학습시키는 네이버의 무임승차> 사설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이 뉴스 콘텐츠를 대량 유통하면서 언론의 책임은 지지 않는 ‘무책임한 뉴스 공룡’이 등장한 지 오래됐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의 뉴스 유통으로 언론 환경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타사 기사를 베끼고 선정적 제목을 달아 무책임하게 유포하는 행태가 만연하며 신뢰할 수 없는 인터넷 매체가 급증했다”며 “여기에 인터넷의 편향적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학습해서 엉터리 정보를 짜깁기해 제공하는 AI까지 가세한다면 정상적인 언론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도 AI 시대에 뉴스 콘텐츠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0일 경향신문 칼럼.
▲지난 30일 경향신문 칼럼.

지난 30일 경향신문도 <[여적] AI ‘뉴스 무임승차’> 칼럼에서 뉴욕타임스의 소송 사례를 예로 들며 “언론사가 인공지능 기업을 향해 처음 제기한 저작권 소송이다. 그간 테크 기업들은 공정한 이용을 명목으로 내걸며 문제 해결을 피해왔는데 세계 유력 언론사가 정면 대응에 나선 터라 귀추가 주목된다”고 운을 뗐다. 공정 이용은 저작권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조항으로 연구와 평론 등에 활용할 경우 공정 이용으로 간주한다.

경향신문은 “한국도 수수방관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X’의 학습에 언론사 허락 없이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냈다”며 “포털이 상업적 목적으로 언론사 뉴스를 무단 사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포털은 뉴스 사용 규모와 범위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런 불공정 구조를 시정할 법적·제도적 방안도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8월24일 네이버 ‘단(DAN) 23’ 행사 질의응답 때 최수연 네이버 CEO는 ‘뉴스학습에 따른 대가 지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뉴스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국제적으로 첨예한 이슈가 있는 것 같다”며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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