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2024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영언론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상임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일부 예산이 복구됐지만 대대적인 예산 삭감은 피하지 못했다. 공동체라디오 지원 예산은 ‘0원’이 편성돼 공동체라디오 콘텐츠 제작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YTN사이언스 전액삭감·연합뉴스 220억 삭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YTN사이언스에 연간 40억 원대 예산을 지급하고 있는데, 돌연 과기정통부가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히며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다. 해당 예산은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됐고 내년까지 공모 기간이 남아 있었다. 외교부가 재외동포청을 통해 YTN 글로벌센터에 지원해온 예산도 0원으로 편성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합뉴스에 지원되는 ‘국가기간통신사 지원’ 예산을 2023년 278억6000억 원에서 82% 삭감한 50억 원으로 확정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정부가 책정한 50억 원을 250억7400만 원으로 증액한 안을 의결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이 확정됐다. 아리랑국제방송과  국악방송 예산도 줄었다. 

▲ 국회의사당 정문 ⓒ연합뉴스
▲ 국회의사당 정문 ⓒ연합뉴스

방발기금 예산 중 KBS와 EBS 예산은 상당 부분 복구됐으나 전년 대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KBS대외방송 송출지원 예산이 정부안 ‘0원’에서 최종안 57억 원으로 늘었으나 전년 대비 3억 원이 적다. KBS대외방송 프로그램제작지원 예산도 정부안 기준 ‘0원’에서 50억 원으로 늘었으나 전년보다는 13억 원이 적다. EBS프로그램 제작지원 예산은 정부안 대비 12억 원 늘어난 327억 원으로 확정됐으나 이 역시 전년(354억 원)보다는 적다. 

기획재정부는 방송사와 방통위 등에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 위주로 조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방통위 등이 언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상황에서 전례없는 대대적인 삭감이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예산이 삭감된 언론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YTN사이언스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맺은 ‘과학방송 3년’ 계약이 내년까지”라며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늘려 자구책을 마련해 채널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YTN 관계자는 글로벌센터 예산에 대해 “최소 비용으로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지난 21일 사내 공지를 통해 “대규모 삭감을 일방적으로 최종 확정한 정부 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방어해내지 못한데 대해 경영을 책임진 사장으로서 사원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공영언론만 보면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해 발작하는 윤석열 정부가 대책도 없이 또 대형 사고를 쳤다”고 했다.

서울마을미디어 지원중단 이어 공동체라디오 예산 전액삭감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면서 지역 공동체라디오도 타격을 입게 됐다. 

방통위는 공동체라디오 활성화 지원 명목의 예산을 연 2억 원 규모로 편성해왔는데, 2024년 기재부가 전액 삭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 주도로 다시 예산을 편성했으나 이후 의결 과정에서 다시 ‘0원’이 됐다. 정부가 허가한 공동체라디오사업자 수가 크게 늘어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예산 자체를 없앤 것이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이와 관련 송덕호 마포공동체라디오 대표는 “공동체라디오와 상의도 없이 삭감을 했다”며 “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공동체라디오들이 지역 밀착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지역에서 프로그램 제작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20여개 공동체라디오가 새롭게 문을 열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을 받아야 하는데 공동체라디오 관계자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마을미디어 지원사업 폐지에 이어 공동체라디오 예산이 사라지면서 대안미디어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박원순 서울시장 때 시작돼 11년차를 맞는 서울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을 일방 폐지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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