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의 조력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홍일 체제 권익위는 공영방송과 미디어기구 인사 교체 과정에서 속전속결로 ‘해임 사유’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현재 방통위원장 후보이면서 국민권익위원장을 사퇴하지 않고 있어 ‘겸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위쪽부터) 지난 11일 오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위쪽부터) 지난 11일 오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법 위반 판단 속전속결, ‘긴급브리핑’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

지난 7월 출범한 김홍일 체제의 권익위는 남영진 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및 김석환 이사, 정민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등에 대해 김영란법 또는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각각 2달 만에 결론 내렸다. 논란이 제기되거나 신고가 접수되면 속전속결로 조사에 나선 후 긴급브리핑을 통해 ‘법 위반’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KBS 노동조합이 지난 7월13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재직 중 총 34차례 3만 원을 초과해 공직자 등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등 청탁금지법을 위반했고, 공적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신고를 하자 권익위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같은 달 17일 KBS에 조사관 4명을 보내 남 전 이사장 법인카드 의혹을 조사했다. 지난 8월14일 방통위는 권익위의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남 전 이사장을 해임했다. 방통위는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논란 등으로 인해 권익위 조사가 진행되는 등 KBS 이사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고 KBS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같은 달 22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해당 사건을 대검찰청과 방통위에 이첩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지난 8월22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정 부위원장은 방통위와 대검찰청에 각각 사건을 이첩할 거라고 했다. ⓒ연합뉴스
▲지난 8월22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정 부위원장은 방통위와 대검찰청에 각각 사건을 이첩할 거라고 했다. ⓒ연합뉴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9월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권 위원인 정민영 방통심의위원의 이해충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9월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권 위원인 정민영 방통심의위원의 이해충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난 8월29일 보수 성향의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정민영 전 방통심의위원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권익위에 신고했을 때도 권익위는 적극 대응했다. 권익위는 지난 9월8일 긴급 브리핑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이 맞다”며 방통위와 방통심의위에 사건을 이첩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브리핑 종료 후 3시간도 안 돼 정민영 전 방통심의위원 해임안을 재가했다.

MBC 노동조합도 지난 9월21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가 식사비 한도를 넘어 다른 사람을 접대하는 데 업무추진비를 썼다며 청탁금지법 위반을 주장하며 이들을 신고했다. 권익위는 지난 10월11일 즉각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21일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해당 사건을 경찰과 방통위에 이첩했다고 발표했다.

전현희 “남영진 조사 과정 매우 이례적” VS 김홍일 “간단한 사건”

이 같은 행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방송 장악 밭갈이를 마친 김홍일 권익위원장이 신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됐다. 김홍일 위원장은 임기 5개월 동안 정부가 고른 방문진 인사들을 문제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 수사 기관에 넘기는 운반책이었다”며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가 들어오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것처럼 브리핑하면서 수사 기관에 이첩하는 업무 분담을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권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지난 10월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의 방식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9월20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가 접수되자 권익위는 26일 즉각적으로 정식 조사에 착수해 10월11일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며 “남영진 KBS 이사장과 같이 이례적인 방식과 절차로 진행돼 사법적 확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혐의를 흘리는 식의 공개적 브리핑 후 해임으로 이어진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6월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던 중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6월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던 중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10월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10월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김홍일 위원장이 청탁금지법이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이런 걸 조사 권한을 이용해서 방송통신계의 정권의 방송 장악에 사실상 행동대장 역할을 권익위에서 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전 전 위원장은 이어 “신고가 들어와도 신고자를 먼저 조사하고 신고의 내용이 사실인지, 그리고 첨부된 증거 자료가 신빙성이 있는지를 먼저 조사한다. 그 기간만 해도 통상 한 달 내지 두 달 정도 걸린다. 그런 내용에 권익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관여를 안 한다”고 말한 뒤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전격적으로 조사가 접수되자마자 제가 듣기는 내부에서 권익위 내부에 가장 유능한 조사관들로 TF를 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지난 10월19일 국회에서 열린 권익위 국정감사에서 “신고 내용이 복잡하냐, 자료수집이 용이하냐에 따라 (조사와 판단 속도가) 달려있는데, 간단한 사건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명한 박민 KBS 신임 사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신고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겸직 논란에 민주당 의원들 “낙마하면 권익위로 돌아가나”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됐지만 아직까지 청문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김홍일 후보는 지난 8일 권익위원장 이임식을 마치고, 지난 11일부터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인근에 있는 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임식 일정이 취소됐고,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로 출근해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12일 오전에는 권익위원장 자격으로 국무회의에도 참석해 겸직 논란이 불거졌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은 12일 <김홍일 후보의 권익위원장 겸직은 국민 기만, 국회 우롱이다> 성명에서 “양손에 떡 쥐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다. 언론장악에 눈먼 윤석열 정권의 블랙 코미디”라며 “오늘(12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현직 권익위원장 자격이다. 오늘 오후에는 후보 자격으로 방통위 업무보고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권이 권익위원장 후임도 정하지 못한 채 허겁지겁 김홍일을 방통위에 내리꽂으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김 후보는 방통위원장 청문회에서 낙마하면 권익위로 돌아가기라도 할 텐가. 스스로도 청문회를 통과할 자신이 없다는 자기 고백인가? 국민이 우습고 국회가 만만하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전현희 “권익위, 尹정권 방송장악 행동대장처럼 앞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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