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태안바다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을 기록한 태안신문의 기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태안신문 기자들은 16년 간의 기록이 태안의 역사 속에서 교훈으로 남길 기대하며 책을 냈다고 밝혔다. 지역신문의 꾸준한 취재가 기록물로 남게 됐다.

▲ 태안신문은 지난 7일 책 '5840일의 기록,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리고 다시 기적으로'를 펴냈다. 사진=태안신문 제공.
▲ 태안신문은 지난 7일 책 '5840일의 기록,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리고 다시 기적으로'를 펴냈다. 사진=태안신문 제공.

태안신문은 지난 7일 책 <5840일의 기록,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리고 다시 기적으로>를 펴냈다. 책에는 기름 유출 사고 당시인 2007년 12월7일부터 올해 10월까지를 기록한 총 2000여 건의 기사가 실렸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 사고 당시 수습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대처 미흡 등 문제점과 피해민들 간의 갈등 등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태안신문에서 촬영해 온 생생한 현장 사진들이 빼곡이 담겼다. 

태안신문은 현재까지도 ‘삼성태안발전기금’의 향후 행보를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은 기름 원유 유출의 원인을 제공한 가해기업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기금 운용을 명목으로 2016년 설립됐는데, 피해민들이 아닌 조합원들만을 위해 기금을 사용한다는 점 등으로 비판받아왔다. 태안신문은 허베이조합의 기능을 감시해왔고, 결국 허베이조합은 기금을 환수 당했다. 태안신문은 16년 동안 취재한 기사들이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 추가 등재될 수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 2007년 12월13일 태안신문 지면. 책 '5840일의 기록,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리고 다시 기적으로'에 실렸다. 태안신문 제공.
▲ 2007년 12월13일 태안신문 지면. 책 '5840일의 기록,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리고 다시 기적으로'에 실렸다. 태안신문 제공.

신문웅 태안신문 편집국장은 발간사에서 “만리포 해변에서 밀려온 검은 재앙의 기름을 찍은 첫 단독보도를 시작으로 지난 16년간 생생한 역사의 기록을 담기 위해 달려왔다. 어느 언론사보다도 많은 기사를 통해 원유유출사고를 꼼꼼하고 끈질기게 현장에서 지켜왔다고 자부한다”며 “거제시 삼성 중공업 본사 안에서 기습 1인 시위, 서울 삼성로에서 시위,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두 번의 공개 편지를 남기는 등 명확한 가해 기업인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했던 것은 지역 신문 기자 이전에 나 스스로도 태안군민이자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국장은 “가해 기업인 삼성중공업이 실제 피해 추정액의 10%도 안되는 사회적·정치적 합의금을 던져놓고는 싸우는 피해 주민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며 “아직도 피해지역 주민들과 지역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삼성태안발전기금’이 신속하고 공명 정대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감시의 눈으로 지켜보고 보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 2007년 12월13일 태안신문 지면. 책 '5840일의 기록,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리고 다시 기적으로'에 실렸다. 태안신문 제공.
▲ 2007년 12월13일 태안신문 지면. 책 '5840일의 기록,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리고 다시 기적으로'에 실렸다. 태안신문 제공.

김동이 태안신문 기자는 취재후기를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5840일간 꾸준히 태안사람과 태안의 아픔을 기록해왔다”며 “가해기업인 삼성중공업이 피해지역에 출연한 지역발전기금은 기득권들의 주머니 쌈짓돈으로 전락하며 대부분 인건비로 허비됐다. (중략) 양심적 제보는 곧 보도로 이어졌고, 피해민들에게 조직의 난맥상을 알릴 수 있게 됐다. 결국 지역발전기금을 수탁해 운영해 오던 조직은 기금을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 지금은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식물조직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사상 최악의 해양사고로 기록된 태안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올해로 꼭 16년을 맞게 된다. 123만 자원봉사자와 오롯이 태안을 사랑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태안사람들의 의지가 더해 채워지면서 태안 앞바다는 청정바다로서의 원상태로 돌아왔다”며 “무너졌던 공동체도 다시 제 모습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태안의 기적’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오롯이 태안사람들에게 쓰여져야 할 1500억 원의 지역발전기금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속히 태안사람들을 위한 기금으로 올곧게 사용되길 기대하며 5840일간의 여정을 함께 해 온 태안사람들과 끝까지 쓰임새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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