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재래시장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을 동원하자 중앙언론사들이 연일 비판 사설을 내고 있다. 반면 부산 지역 신문들은 1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고, 사설로 주요 그룹 총수들까지 대거 참석시킨 걸 보면 부산을 향한 윤 대통령의 약속이 기대된다고 했다.

▲7일 부산일보, 국제신문 1면.
▲7일 부산일보, 국제신문 1면.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한국산업은행 이전 등 지역 현안을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총수들은 윤 대통령과 부산 재래시장도 함께 방문해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이 모습은 사진과 함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지난 7일부터 한겨레와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은 연일 비판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 지역신문인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또 부산일보는 “주요 그룹 총수들까지 대거 참석시켰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약속이 단순한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된다”고도 했다.

조선·한겨레 이어 한국일보도 “尹, 총수들 끌고 떡볶이 도 지나쳐”

9일 한국일보는 <‘정치’에 동원되는 기업들… 이래서 글로벌 경쟁력 갖겠나> 사설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일주일 뒤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에서 가진 시민간담회에 재벌 총수들이 함께한 것에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총수들을 이끌고 부산 전통시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나눠 먹는 모습까지 공개되자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9일 한국일보 사설.
▲9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하는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들을 민심 달래기에 활용한다는 불만을 대통령실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윤 정부에서 대통령의 외국 순방이나 국내 행사에서 총수 동원은 그 정도가 심하다. 이번 부산지역 민심 위로행사에 왜 총수들을 대동한 것인지는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실이 부르면 불만이 있어도 총수들은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조선일보도 <글로벌 대기업 총수들 집단 동원은 최소화되길> 사설에서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떡볶이 먹는 사진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이 얼마나 기업하기 입든 나라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다”며 “이날 참석한 기업인 8명이 이끄는 그룹의 총매출액은 1000조 원에 달한다. 올해 정부 예산의 1.5배도 넘는다. 잠시라도 한눈팔면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기업이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대통령이 부르면 만사 제치고 참석해야 하는 것이 한국 실정”이라고 했다.

▲ 지난 6일 부산 전통시장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지난 6일 부산 전통시장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한겨레도 지난 8일 <걸핏하면 기업총수 들러리 세우는 게 ‘시장경제’인가> 사설에서 “크게 실망한 부산 민심을 달래려고 급조한 정치적 행사다. 직접 사과한 지 일주일 만에 또 부랴부랴 만든 자리에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불렀다. ‘남부권 거점도시로 육성’ 등 사실상 지역 총선 공약을 제시하는 자리에 기업인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라며 “상식을 벗어난 처사”라고 비판했다.

▲8일 조선일보, 한겨레 사설.
▲8일 조선일보, 한겨레 사설.

오는 11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도 대기업 총수들이 동원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이들 대기업 총수를 엑스포 유치 홍보전에 대거 동원한 바 있다. 그뿐이 아니다. ‘1개월 1일정’이라고 할 만큼 잦은 대통령 순방 때마다 비서처럼 대동하고 있다. 이번 부산 행사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은 오는 11일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도 대부분 동행한다. 볼썽사나울뿐더라, 연말 연초를 앞두고 더욱 바쁜 기업들에 ‘관폐’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부산일보·국제신문 1면 보도, 사설에선 “윤 대통령 약속 기대”

지난 7일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1면에 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해 부산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 소식을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1면 <부산엑스포 빈자리… ‘글로벌 허브도시’ 채운다>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엑스포 유치 무산으로 실망한 지역 민심을 달래는 동시에 글로벌 허브 도시로의 발전을 위한 비전 공유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7일 부산일보 1면.
▲7일 부산일보 1면.
▲7일 국제신문 1면.
▲7일 국제신문 1면.

국제신문도 1면 <尹 “산은법 규정 딱 한 줄만 지우면 부산행”> 기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염원을 함께한 부산 시민을 격려하고 ‘글로벌 허브 도시’로 부산의 도약을 약속하는 자리에 당·정·대는 물론 재계 총수까지 함께 하도록 해 부산을 향한 약속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싱가포르 능가하길 기대한다> 사설에서 “ 6일 간담회에 정부 관계자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까지 대거 참석시켰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약속이 단순한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된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이어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방침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또다시 부산 시민을 희망고문 끝에 실망시키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정부는 각고의 노력과 실천을 통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7일 부산일보 사설.
▲7일 부산일보 사설.
▲7일 국제신문 사설.
▲7일 국제신문 사설.

국제신문도 <윤 대통령 ‘부산 지원 보따리’ 총선용 그쳐선 안 된다> 사설에서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그룹 대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그만큼 정부에서 비중을 두고 진행한 행사였다는 평”이라며 “정부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국토균형발전 전략’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엑스포 유치 실패를 덮기 위한 약속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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