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으로 신고하겠다고 통보했더니 (광주MBC 간부가) ‘신고하면 너와 관련된 사람들까지 일자리를 잃거나 법적 문제가 생기는데 감당할 자신이 있냐’고 되물어오더라. 결국 신고를 포기해야 했다.” (광주MBC 자료실·전산보조 담당 조아무개씨)

“지난 2년 간 광주노동청과 전남지노위에서 두 차례 근로자로 판단을 받고,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한 시정지시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광주MBC는 제 7년7개월 근무경력을 초기화하고 근속년수 0월에서 시작하라며 9월15일 시정지시 이행기간을 두 달이나 넘기면서 버티고 있다.” (광주MBC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동우(가명)씨)

광주MBC(사장 김낙곤)에서 오랜 불법파견·위장프리랜서 관행에 대한 지적과 노동자들의 법적 다툼, 승소 판례가 쌓이지만 문제 해결까지 이르지 않자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의당 강은미·류호정·이은주 의원실이 28일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연 ‘반복되는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다.

▲방송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의당 강은미·류호정·이은주 의원실이 28일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반복되는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노무법인 돌꽃
▲방송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의당 강은미·류호정·이은주 의원실이 28일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반복되는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노무법인 돌꽃

광주MBC 노동자들은 이날 현재 ‘비정규직 백화점이 된 광주MBC’ 현장을 증언했다. 광주MBC에서 13년째 근무하다 지난 4월 8명의 노동자들과 불법파견 소송에 나선 조아무개씨는 “(간접고용) 근로계약서에 쓰인 일은 ‘우편발송 및 전산 보조’였지만 컴퓨터가 쓰이는 모든 (행정) 일을 보조했다. 2013년 정규직 담당자가 타 부서로 발령난 뒤엔 그의 일을 포함해 예산 편성, 문서 작성, MBC 회의 참석, 연말정산 보고, 뉴미디어 기술지원 등 정규직의 업무를 맡았다. 심지어 회사 발표 PPT와 당시 사장 외부 강연 PPT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조씨는 “광주MBC는 대외에는 ‘본인들은 대화할 준비됐다’고 말하지만, 소송 앞뒤로 경영국장과 본부장에 수 차례 요구해도 회사는 현재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없다”며 “제대로 된 대화를 한 번이라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김동우 아나운서는 “진정을 제기해 받은 판정문과 사건처리결과 통지서엔 ‘김동우는 2016년 4월25일 입사해 현재까지 단절된 기간 없이 근로한 근로자’라는 내용이 담겼지만, 회사는 근무 경력을 초기화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는 동안 시정지시 기한 두 달을 넘겼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광주MBC가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시정지시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데에 노동청이 김낙곤 대표이사를 속히 검찰에 송치할 것을 강조했다.

▲하은성 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 사진=김예리 기자
▲하은성 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 사진=김예리 기자

토론회 참가자들은 광주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김 아나운서를 대리하는 하은성 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광주MBC의 비정규직 프리랜서는 전체 구성원 중 절반을 넘어선다. 광주MBC 내 정규직은 75명, 프리랜서 55명, 파견·도급 30명 등이다. 하 노무사는 “ 파견 도급은 배차, 미화, 안내실, 비서, 서무, 카메라보조, 운전, 라디오운행, TV주조 MD, CG 무대설치, 전산 등 30명에 달한다”며 “광주MBC는 광주노동청 조사 당시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광주 지역사회에서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싸움에 나서는 것은 ‘금기 깨기’라고 했다. “2021년 ‘황동현의 시선집중’ 스태프 해고 당시 28개 단체들이 광주MBC를 찾아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광주MBC 측에서 광주청년유니온 사무실에 전화를 해와 ‘우리에게 편성권이 있다’고 강조했다”며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021년부터 총 4번 진행했지만 놀랍게도 지역지에는 단 한 건도 보도된 적 없다”고 했다.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노동행정기관의 방송 비정규직 불법고용 관행에 대한 소극적 판단도 제자리걸음이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광주노동청이 광주MBC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는 시정지시 명령을 내린 지 두 달이 넘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제 우리는 법이나 노동행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김 노무사는 노동청이 조사 과정에서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제 어떻게 일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형식에 그치는 계약서에 매달리는 관행을 지적했다. “수년 간 방송 업종에서 노동자들의 수많은 승소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행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최근 지역방송사에 10년 이상 근무한 작가 사례의 경우, 노동위가 근로 실질을 살피지 않고 ‘문체부 표준 방송집필 계약서를 썼으니 도급 계약’이라고 (노동자성 부정) 판단해버리는 충격적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근로계약서 문서가 있다고 능사라고 여기지 말고 계약서가 합법적이고 타당하게 작성됐는지 살펴보는 원칙만 지켜도 많은 문제가 해소된다”고 했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 사진=김예리 기자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 사진=김예리 기자

하은성 노무사는 “방송사에서 비정규직 불법고용 관행이 반복되는 건,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노동위의 인정례와 판결, 지방노동관서의 시정명령들까지 나오고 있지만 방송사들이 이를 문제해결의 계기로 삼지 않고 편법 꼼수 대응으로 맞서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 노무사는 “노동부는 개별 사건 처리를 넘어 선제적 근로감독과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엄정 처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문체부에는 공영방송사의 경우 일반 기업보다 무겁게 사용자로서 책임을 매기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노무사는 “해결되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가 광주MBC에서 두드러질 뿐 단지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출석한 미용실 스태프 E씨는 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을 제기한 뒤 조사관으로부터 ‘사측의 계약서가 부당하다면 왜 작성 당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합의 종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재진정에 나섰지만 3개월째 조사를 미루던 감독관은 ‘일사부재리’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종결했다고 그는 말했다.

김봉주 문체부 방송영상광고과 사무관은 “방송 비정규직의 비자발적 (부당) 계약 등 여러 가지 문제는 광주MBC뿐 아니라 방송산업 전반의 문제임을 이해한다. 스태프들은 정보나 협상력이 약해 불공정한 계약도 수용하는 구조”라면서도 “문체부가 방송사를 직접 관할하거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제작사 쪽에 집중하다 보니 표준근로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공정 상생 제작환경 조성이라는 서약을 받는 등 넓히고 있다”며 “산업구조 최정점에 있는 방송사가 움직임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정대석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주무관은 “광주MBC 특별감독은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긴 하다. 제도개선을 위한 부분은 같이 고민하겠다”며 “광주MBC 대표이사 피의자 신분 전환과 조사의 경우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검찰이 그대로 사건을 송치하라고 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고 했다. 이어 소극적 노동행정에 대한 지적에는 “(근로감독 절차가) 현장에 만족감을 드리지 못하는 데에 대신 사과를 드리고 양해를 구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근로자성을 사안별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다만 감독관들마다 조사 과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늘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올 12월31일 재허가 심사 대상에 광주MBC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현재의 비정규직 실태 현황을 꼭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 위원장은 토론회 준비 과정을 돌이키면서 “민주당 쪽(의원실)은 토론회 제목에 ‘광주MBC’가 들어가있다는 이유로 ‘부담스럽다’며 (공동주최) 참여를 거절했다. 광주MBC를 비롯한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는 건 방송미디어자본이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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