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또다시 반전을 거듭하던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 퇴출 사태가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사회가 샘 올트먼을 기습적으로 해임했고, 복직 협상도 무산되면서 ‘쿠데타’가 성공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샘 올트먼 영입을 발표하고 절대 다수의 직원이 샘 올트먼과 함께 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명확한 갈등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노선 갈등이 표면화한 것으로 보인다.

반전에 반전 거듭한 ‘퇴출’ 사태

지난 17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이사회가 샘 올트먼을 해임했다. 6명의 이사 가운데 4명의 이사가 그의 해임에 표를 던졌다. ‘쿠데타’가 일어난 셈이었다. 챗GPT 발표 이후 기업 가치가 치솟고 영향력이 막강해진 기업의 CEO가 퇴출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 주말 동안 샘 올트먼은 자신의 복직을 놓고 이사회와 장시간 협상을 벌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투자자들도 가세해 복직을 압박했다. 그러나 결과는 ‘결렬’이었다. 지난 19일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는 “올트먼의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위치 설립자인 에멧 시어(Emmett Shear)를 임시 CEO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 샘 올트먼 OpenAI 대표가 지난 6월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K-Startups meet OpenAI'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샘 올트먼 OpenAI 대표가 지난 6월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K-Startups meet OpenAI'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상 결렬에 샘 올트먼 퇴출파의 승리로 기우는 듯 했으나 MS가 반전 카드를 꺼냈다. MS는 샘 올트먼을 영입해 첨단 인공지능 연구팀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오픈AI 직원 770명 중 700명 이상이 ‘샘 올트먼을 복권시키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성명에 동참했는데, 이들은 요구사항이 이뤄지지 않을 시 오픈AI를 떠나 MS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직원들의 대대적인 이탈이 현실화되면 오픈AI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MS의 발표 이후 샘 올트먼 퇴출을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 이사는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이 복귀할지, 아니면 오픈AI의 핵심 인력을 MS가 삼킬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쿠데타’가 실패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MS의 승리·오픈AI의 패배 평가

오픈AI 이사회 갈등은 뜻밖에도 투자사인 MS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일 기사를 통해 MS를 승자로 오픈AI를 패자로 규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MS는 실리콘밸리의 벤처 자본가라면 누구나 자금을 지원했을 새로운 AI 연구소를 사실상 100%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S는 오픈AI의 자회사 지분을 49% 가진 투자자에서 사실상의 소유주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모든 것에서 가장 명백한 패자는 오픈AI”라고 했다. 같은 날 테크크런치 역시 “MS의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 지난 20일 오픈AI 방문증을 받아 이사회에 복직 논의를 한 샘 올트먼이 자신의 엑스에 올린 사진
▲ 지난 20일 오픈AI 방문증을 받아 이사회에 복직 논의를 한 샘 올트먼이 자신의 엑스(트위터)에 올린 사진

테크 뉴스레터 ‘스트래처리’를 운영하는 벤 톰슨은 지난 20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오픈AI의 지적재산권(IP)에 관한 영구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데, 인재 유출이 이뤄졌을 때 이 지적재산권을 가진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다”며 “오픈AI 직원 다수가 MS로 이직할 가능성이 커졌기에 MS는 사실상 0달러에 오픈AI를 인수한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비용만 줄인 건 아니다. MS가 오픈AI를 정식으로 인수하려면 미국의 강력한 ‘반독점법 소송’ 리스크가 있었는데 이 리스크가 사라진 점도 짚었다.

갈등의 진짜 원인은?

이번 갈등의 원인은 ‘노선’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갈등을 ‘규제론자’와 ‘개발론자’의 대결 구도로 봤다. 규제론자는 인공지능이 가진 위험성을 우려하며 엄격한 규제를 강조하는 쪽이다. 반면 ‘개발론자’는 기술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개발에 방점을 찍는다. 샘 올트먼은 그간 대중에게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규제론자’처럼 비쳐졌으나 내부에서는 사업 확장과 영리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개발론자’ 성격이 강했다고 본다.

지난 2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갈등의 원인은) 회사를 이끄는 핵심 그룹의 성격과 야망이 매우 달랐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논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올트먼이 (인공지능 기술의) 안전성 문제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빨리 움직인 것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전했다.

▲ 챗GPT, 오픈AI 관련 이미지. ⓒUnsplash​
▲ 챗GPT, 오픈AI 관련 이미지. ⓒUnsplash​

챗GPT 공개 이후 오픈AI는 상업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갈등이 표면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부터 통제를 벗어난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해온 오픈AI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대립각을 세워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올트먼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AI용 반도체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중동에서 수백억 달러 조달을 추진한 일을 갈등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기업에 ‘규제론자’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이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 단체로 출범했다는 특수성이 있다. 오픈AI의 슬로건은 “AI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한다”이다. 2018년 공표한 ‘오픈AI 헌장’은 이익 추구보다는 인류 공영이란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오픈AI 이사회는 비영리 기구의 이사회로 구성돼 있어 투자자들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았다. 

강정수 더코어 총괄에디터는 “오픈AI의 구조적 모순”을 지목했다. 강정수 에디터는 “(인공지능을) 보편적 기술로 쓰는 것이 인류 모두에게 기여할 수 있는 사명이라서 비영리로 오픈AI를 만들었다”면서도 “샘 올트먼은 영리회사를 자회사로 만들어 투자를 받았지만 (설립) 정신에 동의한 사람들로 이사들이 구성돼 있어 이사회가 영리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강정수 총괄에디터는 이번 사태에 관해 “인공지능 안전 규제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시켜줬다. 거기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크게 주고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쟁에 관해 그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핵폭탄도 개발 전 이론만 갖고 규제에 들어가진 않았다”며 “시행할 수 있는 규제 방식은 안전 담당을 두는 것이다. 오픈AI는 직원의 20%가 담당하고 있는데 스타트업에도 20% 비율로 운영하라고 하면 (비용 부담이 커) 진출을 막아버리게 되고 대기업간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은 단계적으로 하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다만 갈등의 원인은 모두 ‘추정’에 그치는 상황이다. 외신은 내부 관계자나 정보통을 인용한 추정 보도를 해오고 있다. 오세훈 커피팟 대표는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이사회 멤버들이 내부적인 이야기를 밝힌 바도 없고, 밝힐 필요도 없다”며 “AI, AGI 개발 단계의 위험성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오세훈 대표는 “추정에 추정이 더해지며 (인공지능 규제와 관련한) 논의에 불이 붙게 된 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