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행사 중계를 짜깁기해 주식투자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페이스북 광고가 등장했다. 페이스북 주식투자 리딩방 광고가 인물 사칭에 이어 방송사 콘텐츠 저작권 침해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20일 페이스북에는 “혼자 고군분투하지 마세요!!”라는 글과 함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명의를 도용한 광고가 게재됐다. “백만원이라도 종잣돈 있다면 이렇게 하세요”라는 문구와 존리 전 대표의 얼굴이 떠 있다. 광고를 보는 순간 영상이 재생되는데 SBS 김현우, 김가현 앵커가 사회를 맡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객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비춘다.

광고만 보면 SBS가 관련돼 있거나 해당 업체 주식투자 관련 행사에 각 부처 장관과 서울시장이 참석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 SBS 행사 중계 영상을 도용한 사칭광고
▲ SBS 행사 중계 영상을 도용한 사칭광고

그러나 이 광고 속 영상은 주식투자와는 관련 없는 SBS 행사 중계 영상이었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AI시대 다시 쓰는 경제 패러다임’을 주제로 열린 ‘2023 SBS D포럼’ 영상의 한 장면이다. 

해당 영상이 포함된 광고는 문구와 계정을 바꾸는 식으로 3가지 유형이 있는 것으로 미디어오늘 모니터 결과 확인됐다. 한 영상의 경우 조회수가 8만회로 나타났다. 

이들 광고는 전문가나 유명인의 권위를 이용해 주식투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리딩방 광고다. 사람들을 모은 다음 가짜 시스템을 만들어 높은 수익이 나온 것처럼 속인 다음 투자금을 편취하는 등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 전화번호, 주소 등을 입력하게 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SBS는 저작권 위반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BS 관계자는 “저작권 위반 상황을 처리하는 사내 시스템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페이스북 사칭 광고가 논란이 되자 방송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사업자에 자율규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문제 광고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경찰청은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을 사칭해 이용자들에게 주식 투자를 유도하는 광고를 사기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한국지사인 메타코리아는 지난달 16일 사칭광고 문제와 관련 “사칭 계정 단속을 위해 추가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안전한 플랫폼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사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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