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현수막 시안에 청년을 비하하는 내용을 적었다가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다. 비판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티저 광고 용이었을 뿐 총선용이라거나 2030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청년에 대한 인식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방송사들도 뉴스에서 “분노조차 아깝다는 평가가 나온다”(SBS)고 비판하거나 “2030을 바보로 안다”(MBC)는 시민 육성을 내보냈다.

민주당 사무처가 각 시도 당에 내려보낸 공문에 들어 있는 현수막 홍보 문구를 보면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이 적혀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토론회에서 공개한 공문에는 사무총장(조정식)직인이 찍혀 있고, 담당에 홍보위원장 한준호로 적혀 있다.

청년을 비하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총선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8일 백브리핑에서 ‘현수막 시연이 청년을 비하하는 거 아니냐는 이런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시안이고 지금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에 있다”며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도 하고 그렇게 되겠죠. 말 그대로 시안이 유출이 됐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시민 청년 간담회에서 지난 17일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 명의로 지역 시도당에 내려보냈다는 공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현수막 시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시민 청년 간담회에서 지난 17일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 명의로 지역 시도당에 내려보냈다는 공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현수막 시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강선우 대변인은 19일 오전 백브리핑에서는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시안 관련해서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에는 굉장히 아쉬움이 있다”며 “11월23일 갤럭시프로젝트 행사를 위한 티저 수단이었고, 광고용 시안이었다. 이게 ‘총선용 현수막이었다, 2030 대상으로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문구와 관련해 오해가 있었는데 문구를 이미 삭제 조치 했다”고 해명했다.

함께 백브리핑에 참석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도 “절차상 매끄럽지 못했던건 있었지만, 23일 캠페인 홍보하는 시안들이 그렇게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티저라해도 내용 자체가 보는 사람 입장에서’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한 위원장은 “그래서 문제가 여러가지 돼서 바로 조치했고, 현수막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의에 한 위원장은 “당에서 한게 아니고, 업체에서 캠패인 준비를 위해 했던 것”이라며 “이 캠페인을 준비하는 홍보 시행사 이런 곳인 것 같다”고 답했다.

‘꼬리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에 한 위원장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관련한 징계도 있느냐’는 질의에 한 위원장은 “죄송한데 어디시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백브리핑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톱10 영상 갈무리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백브리핑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톱10 영상 갈무리

이에 민주당 내 이견 그룹인 ‘원칙과 상식’은 전날 책임자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19일에는 토론회를 열어 지도부를 성토했다. 이날 원칙과 상식이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이날 참석한 전성균 화성시의원은 “어제 많은 당원들이 문제의 현수막을 보고 대단히 경악했다”며 “청년을 무시한 이번 현수막 사태는 2030 청년들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올 문을 닫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민재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도 “왜 우리 청년들이 돈을 악착같이 벌고 싶어하는지, 왜 코인과 같은 문제가 생겼는지, 정치인들이 고민을 해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근시안적 멘트를 현수막에 써놓고 비난을 받으니 현수막 기획한 업체의 잘못이고 소통을 못 한 것이라고 했다”며 “그러니 청년들이 등을 돌린다. 명확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우 전국대학생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현수막 건도 제대로 사과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에서부터 공정이 회복된다”고 조언했다. IT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는 권리당원 이지원씨도 “여기 오는 길에 현수막 사태에 대한 당 의원들의 해명을 읽으면서 ‘이 당은 사과하면 큰일이 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당이 어떻게 국민을 이끌고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겠나. 사과하지 않는 현재의 민주당은 국민들에게는 수준 낮은 집단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시민 청년 간담회에서 청년 비하 현수막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시민 청년 간담회에서 청년 비하 현수막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조응천 의원은 “정당은 기본적으로 합의제이고 갑론을박을 해야 오류가 수정되는데 지금 민주당에는 그 과정이 전혀 없고 패권이 너무 세다보니 무오류에 빠져있어서 사과 할 줄을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들도 진보 보수를 가릴 것 없이 비판하고 나섰다. 경향신문의 윤호우 논설위원은 19일 저녁 온라인으로 올린 <[여적] ‘청년비하’ 현수막>에서 “86세대 중심인 당이 공약 소구층인 청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태의 배경 아닐까”라며 “청년 정치인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청년 표는 얻고 싶어 하는 정치권의 ‘청년팔이’ 선거는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JTBC도 19일 <뉴스룸> ‘“홍보업체가 제작” “꼬리자르기 해명”’ 리포트에서 “이번 현수막 문구 논란은 최근 이재명 지도부가 집중하고 있는 2030 표심 잡기 행보와 무관치 않는다”며 “당 관계자는 ‘대선 때나 지금이나 청년 문제를 너무 피상적으로 접근한다’며 ‘단발성 정책이나 캠페인으론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채널A는 같은 날짜 <뉴스A>에서 “비명계는 당 사무총장을 책임자로 지목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홍보회사 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가 지난 18일 저녁메인뉴스인 8뉴스 에서 민주당의 청년 비하 현수막을 비판하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사진=SBS 8뉴스 영상 갈무리
▲SBS가 지난 18일 저녁메인뉴스인 8뉴스 에서 민주당의 청년 비하 현수막을 비판하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사진=SBS 8뉴스 영상 갈무리

특히 SBS는 지난 18일 <8뉴스>에서 “당 지도부는 논란이 된 홍보 문구를 전면 교체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반성과 고민보다는 몇 글자 홍보 문구로 청년 표를 잡아보겠다는 서툰 전략에 청년 당직자들로부터도 ‘분노조차 아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도 18일 <뉴스데스크>에서 “청년층을 위한 현수막이 오히려 청년 비하라는 논란을 일으켰다”며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백아무개가 “이 문구는 그냥 2030 세대들을 그냥 전체적으로 바보라고 생각한다, 바보로 뭔가 보는 것 같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MBC는 당원들 사이에서도 “저 문구를 보고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느냐”, “MZ 세대를 조롱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MBC가 지난 18일 뉴스데스크에서 민주당의 청년비하 현수막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방송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MBC가 지난 18일 뉴스데스크에서 민주당의 청년비하 현수막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방송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TV조선도 18일 <뉴스9>에서 “새롭게 준비한 현수막 마저 청년을 위한 정책과 대안도 없이 무시만 담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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