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이 A사의 노동조합 형사고소 사건을 보도하며 노조가 ‘특혜채용 청탁’을 했다고 밝혔으나 단체협약에 따른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는 노조가 ‘불법점거’ 했다고도 보도했는데 당초 회사가 신규 채용 없이 일용직을 투입하는 등 단협을 어긴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닷컴(조선일보 온라인판)은 지난 13일 ‘단독’ 문패를 달아 <‘진술 안바꾸면 징계’…특혜채용 수사받던 노조 간부, 조합원에 강요>를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기사에서 “검찰이 회사에 인력 충원과 특정인 채용을 요구하며 공장을 불법 점거한 민주노총 지역 간부 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했다. 이들이 지난해 2~3월 공장을 ‘불법 점거’하고, ‘친분이 있는 특정인을 채용해달라고 회사 측에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고 했다.

▲뉴스포털(네이버) 조선일보 기사페이지 갈무리
▲뉴스포털(네이버) 조선일보 기사페이지 갈무리

앞서 A사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주지부 A사 지회장과 정책부장 등 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는데, 사측의 이 같은 입장을 주로 반영한 보도다. 

A지회는 14일 “명백한 날조”라며 “노조의 요구가 특정인 채용 청탁으로 보도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A지회에 따르면, 지회는 지난해 지게차 운전과 식당 조리 업무에 1명씩 결원이 생기자 각 직무에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노동자 2명을 채용 시 가산점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지게차 운전자 가운데 유일한 비정규직으로 7년 일해온 1인, 식당 비정규직 중 유일하게 60세(정년)에 도달하지 않은 1인이다. 노사 단협에 따르면 “A사는 근무 형태 변경에 따른 신규 채용 시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도록 한 데 따른 정규직화 요구였다.

지회에 따르면 ‘지회 측은 결격사유가 있을 시 배제해도 무방하다’는 뜻도 사측에 전달했고, 실제 사측은 채용 과정에서 결격 사유를 발견해 최종 채용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를 ‘업무방해’라며 고소한 것이다.

노조 고소와 노무를 담당하는 A사 관리이사는 17일 통화에서 이 같은 지회 반박에 “그런(결격사유가 있다면 배제해도 무방) 이야기는 없고 수사기관에 자료가 들어가 있으니 나중에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며 “그들이 그리 주장한다고 해도 (그게) 다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류 합격에 들어갔잖나. 그럼 압력을 행사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회사 단협 위반은 쏙 뺀 채 ‘불법점거’ 사측 입장

한편 조선닷컴은 A사가 밝힌 ‘불법점거 업무방해’ 주장과 관련해 사측이 단협을 위반한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당초 A사와 지회가 맺은 단협을 보면, A사는 자연 감소 인원에 대해 2개월 내 신규 채용하고, 정년퇴직의 경우 퇴직 전 신규 채용을 완료해야 한다. 또 노사는 일용직을 노조 합의 없이 사용하지 않기로 추가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A사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6명이 퇴사해 노조가 줄곧 채용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지난해 2월 채용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생산라인 노동력이 크게 부족해지자 사측은 일용직과 관리직을 투입하기 이르렀다. 지회가 동의 없는 일용직과 관리직 투입을 거부하고 이들을 내보내면서 라인은 멈췄다. 금속노조는 “일용직 작업 투입은 단협을 어기는 것이었고, 숙련 노동자가 아닌 경험 없는 관리직이 투입되면 불량 제품 생산과 안전 사고 가능성이 커 내린 적절하고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A사 관리이사는 회사의 단협 위반이 사건 발단이라는 데 “사건 실체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라며 “됐다. 조사 중이라 나중에 밝혀지면 말하겠다”고 했다. 단협 내용을 인지하느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조선닷컴은 “(지회 간부들이) 수사 받는 도중에도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한 동료 노조원들에게 ‘진술을 수정하지 않으면 노조에서 징계 또는 제명하겠다’고 강요”했다고도 보도했다. 노조원에 사실과 다른 유리한 진술을 유도하기 위해 부당한 위력 행사를 한 것으로 읽히는 보도다.

실제 이들 간부는 노조원 진술과 달리 라인 중단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 A지회 설명이다.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지난 7~8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A지회 측은 이를 뒷받침하는 현장에 있던 비조합원과 조합원들의 사실확인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허위 진술 당사자들은 진술서 수정을 요청했고, 금속노조는 이들에게 지회에 알리지 않은 채 경찰에 출석해 회사 입장과 일치하는 허위 진술을 한 데에 조합원 전권을 1년 정지하는 징계 조치를 내렸다.

지회는 회사에 “작금의 상황은 회사가 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한 것이 시발점이다. 거짓을 바로잡고 명확한 진실이 드러나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경북 경주경찰서는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이들을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송치했고, 경주지청은 경찰에 두 차례 보완 수사를 요구한 끝에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이다. 금속노조는 “허위 진술에 입각한 수사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에 A지회 간부 3명이 기소될 위험에 놓였다. 법적 구제가 필요하지만 이 보도는 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1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선닷컴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조정신청을 제기했다. 금속노조는 “해당 기사는 지회의 단협 준수를 위한 노력을 ‘불법’으로 매도했다. 지회의 단결과 조직력을 훼손해, 전체 노동자의 권익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는 피해를 입힌 보도”라고 밝혔다.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기자는 사측 단협 위반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점에 대한 질문에 “회사에서 따로 말해주지 않았다”며 “노조에 전화하니 ‘회사에 문의를 하라’고 답을 줬다”고 했다. 해당 기자는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송치했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이며 그 외의 별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고 한 뒤 “회사를 통하는 (문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