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흉기난동 사건 관련 보도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얼굴을 내보낸 YTN 방송사고 관련 안건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의결을 보류했다. 해당 안건은 명예훼손 금지, 품위유지 등을 포함한 5개의 방송심의 규정 조항 위반으로 상정됐다.

14일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는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관련 보도 배경화면에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자 얼굴을 띄워 이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YTN <뉴스특보-태풍 카눈>(8월10일 방송분)을 심의했다.

당시 YTN은 방송사고를 인정하고 이 후보자에게 사과했지만, 이 후보자는 YTN에 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형사고소에 나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관련해 YTN 구성원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현재까지 민·형사 소송은 진행 중이다. 

▲ 2023년 8월10일 YTN 방송화면 갈무리.
▲ 2023년 8월10일 YTN 방송화면 갈무리.

이번 안건엔 총 5개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조항이 적용됐다. 방송은 진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는 ‘공정성’ 조항,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하면 안 된다는 ‘객관성’ 조항, 부당하게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사생활 보호’ 조항,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명예훼손 금지’ 조항, 불쾌감 등을 유발해 시청자의 정서를 해쳐선 안 된다는 ‘품위유지’ 조항이 포함됐다.

심의위원 총 5인 중 여권 추천 위원 3인은 큰 논의 없이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의결을 보류했다. 이에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이 정도 사안에 대해선 방통심의위가 판단할 수 있다”며 “5가지 조항을 적용해서 제재할 사안인 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의도적 합성이 아닌 단순 방송사고라고 판단했다. 김 위원은 “이 후보자 뒤에 보이는 배경화면이 국회다. 방송 당시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놓고 국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고, 해당 논란을 다루는 뉴스의 배경화면으로 쓰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게 서현역 사건 보도 과정에서 잠시 노출돼버린 것”이라며 “만약 피의자 얼굴에 이 후보자 얼굴을 합성했거나, 서현역 사건을 배경으로 이 후보자를 합성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저 화면은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방송사고 정도”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앵커가 배경화면이 잘못됐다고 정정했고, 다음날 정식으로 사과방송까지 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며 “제재 기관과는 별도로 방송사들이 스스로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사안”이라고 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단순한 방송사고가 부풀려져 심의에 올라왔다. 사과방송까지 했다면 단순 방송사고로 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임을 인정해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옥 위원도 제법 큰 방송사고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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