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정부 태도 변화를 확인하는 판단점 중 하나를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미행사로 보고 있는 가운데, 양대 노총은 지난 11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는 전국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노동계 목소리 없이 ‘시민 불편’을 부각하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반복됐다. 

▲ 13일 아침신문 1면.
▲ 13일 아침신문 1면.

 

노동계 목소리 없이 ‘시민 불편’ 부각 되풀이한 보수언론

경향신문은 1면 기사 <노란봉투법 놓고 살얼음판 노·정 대화, 완전히 끊기나>에서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지가 노동계가 정부의 변화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여당은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올해 겨울 노·정관계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이러한 가운데 양대 노총은 전태일 열사 53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1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는 전국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총 11만 명이 모인 양대노총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을 즉각 시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노동자 파업에 기업이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안 필요성이 강조됐다. 경향신문은 <양대 노총 11만명 주말 집회 “반노동·반민생, 나라가 파탄”>, 한겨레는 <“노란봉투법, 대통령 거부권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기사로 노동계의 목소리를 담았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반면, 보수 언론은 ‘시민 불편’을 부각하며 집회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이어갔다. 동아일보는 <양대 노총 등 12만명 주말 집회…소음기준 안 지켜도 조치 없어>라는 제목으로 집회 소식을 다루며 “경찰은 강화된 집회 소음 단속 기준을 처음 적용했지만 기준을 위반한 집회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변한 게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했다. 집회 현장을 실은 사진도 ‘꽉 막힌 서울 도심’이라고 제목을 붙인 뒤 “소음 기준 위반 사례가 발생했으나 경찰은 현장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도 집회 사진을 실으며 “극심한 차량 정체가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기사 <주말 도심 점령한 양대 노총 11만명>에서도 “일부 시민들은 흡연과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집회가 열린 서대문역 인근에선 소음이 심각했다”며 집회의 목적에 대한 설명은 없이 시민 불편만을 부각했다. 사설에서도 “미디어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시대인데 주말 도심 시위는 툭하면 열린다”며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도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라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 역시 집회 사진에 “서울 시내 곳곳에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는 설명을 달았다. 기사 <회사M&A, 인력 배치에도 파업 가능…혼란의 노란봉투법>에선 “기업들이 가장 난색을 보이는” 조항에 대해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쟁의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도 크게 열어뒀다”고 지적하며 “노란봉투법으로 사실상 민주노총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이번엔 대주주 양도세 완화…쏟아지는 포퓰리즘 정책 비판 이어져

13일 아침신문에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정부·여당이 쏟아내는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포의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조처에 이어 추진되는 자산 과세 완화 정책에 대해 “특정 소수가 환영하는 선거용 선심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성 한겨레 논설위원은 ‘아침햇밭’ 칼럼에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오랜 국민적 합의를 깨버리거나(김포시 서울 편입), 주식시장의 글로벌스탠더드 준수라는 상식을 짓밟고(공매도 금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보편적 대의를 무시하며(종이컵 규제 철회), 대통령이 마치 검사처럼 혐의 사실을 적시해 망신을 주고(카카오·은행 때리기), 사형제 폐지라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사형 집행) 등 시대와 상식에 맞지 않는 후진적인 정책들 일색”이라며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의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칼럼 갈무리.
▲ 한겨레 칼럼 갈무리.

이재성 논설위원은 “특히 김포시 서울 편입 주장은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보다도 반서민적 성격이 명확하다. 뉴타운은 새집이라는 부가가치라도 창출했지만, 김포는 완벽한 제로섬 게임이다. 다른 인근 자치단체들까지 가세해 이 정책이 정말 실행된다면 집 없는 수도권 서민들의 고통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여당이 앞장서 불로소득 창출이라는 탐욕의 레퀴엠을 부른다는 점에서 역대 최악의 공약이 아닐까 한다. 세계 여행객들의 증가로 요즘 갑자기 출몰한다는 빈대 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제혁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아침을 열며’ 칼럼에서 “대통령은 ‘민생’과 ‘현장’을 강조하고, 정부는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낸다. 국민의힘은 요란하게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민생은 민생, 혁신은 혁신, 언론 장악은 언론 장악이라는 것을 ‘이동관 구하기’는 보여준다”며 “민생과 혁신이 총선용 당의정이라면 언론 장악은 이 정부의 기본 방향이다. 총선을 앞두고 포장지를 갈았을 뿐 국정운영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칼럼 갈무리.
▲ 경향신문 칼럼 갈무리.

정 부장은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과 같은 노동친화적 법률(안)이나 감세 등 이슈에선 친시장과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언론이나 집회·시위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아랑곳하지 않고 각종 규제 딱지를 붙인다”며 “검찰이나 방통위, 방심위가 문제 삼는 언론들 면면에서 보듯 규제 타깃은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이다. 윤 대통령의 ‘자유’가 그렇듯 ‘규제’도 선택적”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완화, 상속세 개편 등 자산 과세 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입으로는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세수 기반을 허무는 이율배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올해 세수결손 59조원의 상당 부분이 부자감세 때문인데, 또다시 부자감세를 추진한다니 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무모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보편적 조세원칙을 훼손한다. 여야 합의로 2025년부터 모든 금융투자상품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에도 정면 배치된다”며 “가뜩이나 세수 부족에 허덕이면서 또 하나의 부자감세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도 정당화하기 쉽지 않다. 여야가 표심 앞에 또다시 야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박정희 좇는 윤 대통령, 전통적 보수층에 구애 의도”

윤석열 대통령의 박정희 전 대통령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을 바탕으로 과거 고도성장의 대한민국을 다시 만들어내고 그 영광을 재현하자”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위대한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지난달엔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 최초로 참석했고, 지난 7일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경향신문은 13일 1면 기사 <박정희 좇는 윤 대통령>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며 “현 정부를 ‘박정희 시대’를 잇는 정부로 부각하며 보수층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아울러 대구·경북,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접점을 늘리려는 윤 대통령의 행보가 눈에 띄었다며 “통합과 협치는 한쪽 방향으로 흘렀다”고 평가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불참과 야당과의 지지부진한 협치 논의도 지적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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