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을 문제 제기한 PD를 두 차례 부당해고한 전남CBS 전현직 간부 3명과 재단법인 CBS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월 이 사건 피해자가 성희롱 가해자와 2차 가해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형사 재판에서도 성희롱 가해와 부당해고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물은 것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 1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전남CBS 보도제작국장 윤아무개씨와 전직 전남CBS 본부장 이아무개씨에게 각각 벌금 1000만 원, 전남CBS 본부장이었던 유아무개씨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직장 내 성희롱과 2차 가해가 벌어지는 동안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회사(재단법인 CBS)에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 서울 목동 CBS 사옥
▲ 서울 목동 CBS 사옥

윤씨와 이씨는 지난 2016년 강민주 당시 전남CBS PD에게 성희롱을 했고 이후 강 PD가 문제를 제기하자 교육훈련 과정에서 강 PD를 제외했다가 이후 해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윤씨·이씨)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거나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피해자에 대해 1차 해고라는 불리한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윤·이씨에 대해 “피해자 수습 기간이 남았는데도 인사위원회 심의도 없이 무리하게 강 PD의 수습 기간만 강제로 종료하려고 시도했다가 무산되고 신입사원 수습기간 도중 수습을 강제로 종료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무리한 시도는 극히 이례적 행위”라며 “별다른 근거도 없이 막연히 ‘인성’, ‘품성’, ‘가치관’ 등에 문제가 있다며 의도적으로 낮은 평가를 하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실무자 의견조차 묵살한 채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한 자의적 수습평가를 근거로 무리하게 1차 해고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씨 후임인 유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받고 복직한 강 PD를 두 번째 해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유씨)이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피해자에 대해 2차 해고라는 불리한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에 대해 “피해자(강 PD)와 함께 근무해 본 적 없기 때문에 피해자 업무 능력이나 업무 태도를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유씨는 업무 능력이나 업무 태도가 아니라 ‘강 PD가 윤씨 성희롱 문제와 관련된 행정 처리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 모습을 보였다’는 사유를 들어 재계약 부적합 의견을 제시해 인사위원회로 하여금 2차 해고를 결정하도록 유도했다”고 지적한 뒤 이를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 판단했다. 

▲ CBS 로고
▲ CBS 로고

판결문을 보면 CBS는 ‘3명의 간부의 남녀고용평등법상 유죄가 성립하더라도 법인에 대한 처벌조항상 법인은 재단법인 CBS가 아니라 전남CBS’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책임주체인 법인을 전남CBS가 아닌 CBS(본사)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CBS가 유씨, 이씨, 윤씨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피해자 등이 2차적 피해에 대한 염려 없이 사업자를 신뢰하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구제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며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이런 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아니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장기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 밖에 이 사건 범행 내용,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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