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본인의 공직자 재산등록시 28억 원을 누락한 사실을 시인했으나 이에 따른 인사혁신처로부터 처분을 받았는지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다. 김 실장은 실무자가 실수로 제대로 기재하지 못해서라면서도 처분 여부와 내역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것’, ‘개인정보’라며 답변을 거부해 거센 반발을 샀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 재산 등록을 허위기재 또는 중대한 과실로 누락했을 경우 일간신문 게재, 징계와 과태료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운영위원들은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일부 의원은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7일 밤 속개된 국회 운영위원회 소관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과정에서 이 같은 거액의 재산 누락 사실을 시인했다. 주철현 의원이 “작년 8월 공개된 재산이 48억1468만원인데, 올 3월 공개된재산은 73억4500여만원”이라며 “7개월 사이에 25억 증가했는데, 28억7000만원 달하는 발행어음이 새로 신고된 것 때문인 것으로 들었다. 발행어음 누락으로 신고한 것은 맞느냐”고 질의하자 김대기 비서실장은 “예”라고 답변했다.

주 의원이 “한두푼도 아니고, 20억 이 넘는 거액을 누락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하자 김 실장은 “저도 할 말은 없”다면서도 “그런데, 이건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시스템에서 저희한테 자료를 주면 그 자료를 그대로 공직자 서식에 맞게 넘기는 작업인데, 제가 5월이 첫 그거(업무시작)라서 직원들에게 맡겼다. 직원이 저걸 CMA(자산관리계좌)와 헛갈려서, 저도 올 초에 장모님 돌아가셔서 … 그것까지 파악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7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 소관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본인의 28억원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한 처분 여부와 내역을 묻는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개인정보라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7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 소관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본인의 28억원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한 처분 여부와 내역을 묻는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개인정보라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재산 누락신고 통보를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받았느냐는 질의에 김 비서실장은 “받았다. 그냥 받았다”고 답했다. 주 의원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하자 김 비서실장은 “개인적인 거니까요”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공직자윤리법은 중대한 과실로 누락하거나 잘못 기재된 경우에도 꼭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징계나 과태료 처분하도록 돼 있다. 그걸 받았다는 거냐’는 주철현 의원 질의에 김 비서실장은 “윤리위원회에서도 뭘 받았는지는 공개를 안하고, 개인정보니까, 그렇게 돼 있어요. 공직자도 개인이니까”라고 답변했다.

‘윤리위원회는 공개할 수 없지만 비서실장은 밝혀야 하지 않느냐. 그게 고위공직자의 멍에’라고 하자 김 실장은 “제가 밝히면 다 밝혀야 하는데”라고 했다. 김 실장은 “죄송하지만 제가 결정할 사항이 못 된다”며 “공직윤리위원회에서 그렇게 하는 모양”이라고 해명했다.

누락 액수가 5000만원이 넘으면 중대한 과실로 보고, 중대 과실로 누락액수가 3억원을 넘게 되면 해임을 포함한 징계와 과태료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등록사항 심사 및 처분기준’이고 법원의 판례 경향이라는 점을 제시해도 김 비서실장은 “그쪽에서 자료를 다 갖고 있는 것이고, 이거를 이기(옮겨 기록)하는 과정에서 된 것이지 비상장이나 그런 것(재산)을 감춘 것이 아니다. 부동산을 속인 것 아니다. 준 자료 그대로 이기하면 되는데, 거기서 직원이 그때도 해명을 다 드렸다”며 “무슨 불이익이냐, 조치를 받았느냐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라고 끝내 본인의 처분 여부와 처분 내역을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주철현 의원은 이날 “본인이 받은 제재 조치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수많은 감사자료 보면서 징계처분의 적정성을 논하기도 하는데, 황당한 경우”라며 “대통령 비서실장이 재산신고 잘못되어 공직자 윤리위원회로부터 어떤 처분 받았는지 묻고 있는데, 답변 태도가 답변을 안하겠다는 거다. 그 이유도 그게 왜 개인정보냐. 개인 병명 물어보는 게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에 근거해 묻고 있는데, 이걸 거부하는 것을 위원장이 명확히 지휘해달라”고 촉구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공직자 재산심사과정은 비공개로 돼 있다”며 “제가 어떻게 할 지 검토하고 법 그거 하면(법적 관계가 있으면) 주 의원에게는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재산 누락과 관련해 조치해야 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처분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재산 누락과 관련해 조치해야 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처분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답변을 거부한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나름대로 해석해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비서실장이 본인이 규정을 해석했을 때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해서 밝히지 않은 것 아니냐. 규정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나중에 따져보면 될 일 아니냐”고 두둔했다. 장 의원은 “개인정보는 맞는다”며 “개인정보지만 공직자지만 증언할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박상혁 의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공직자윤리법 제8조의2 제1항을 보면 △등록대상재산을 거짓으로 기재한 경우 △등록대상재산을 중대한 과실로 빠트리거나 잘못 기재하는 경우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거나 거짓으로 소명하는 등 불성실하게 재산등록을 하거나 심사에 응한 경우에 해당될 경우 1.경고 및 시정조치 2.제30조에 따른 과태료 부과 3.일간신문 광고란을 통한 허위등록사실의 공표 4.해임 또는 징계의결 요구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운영위원들은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를 열어 김 비서실장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면서 재산신고 누락은 고위공직자의 치명적인 결격사유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합당하고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인사혁신처장도 예결위에서 김 실장의 재산신고 누락에 대한 처분사실이 있음을 밝혔으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국감 때 대통령실에 수차레 자료요구를 했으나 프라이버시라며 자료제출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재산신고 누락에 대한 조치가 무엇인지 제출하라는 것은 개인정보가 될 수 없다면서 김 실장의 증언거부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비서실장의 △재산 누락의 내용과 경위 △받은 조치에 대한 자료를 재차 요구한다고 했다.

국회 운영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 “사안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0억이 넘는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대통령 실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공무원에 비해 굉장히 가벼운 처분이 내려졌다면 공정한 것일까. 다른 공무원은 어떤 생각갖고 있겠나.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감사 종료 전까지 김 비서실장이 재산등록 누락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처분 비공개의 법적 근거를 제시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박 의원은 “조항을 가져온 것은 아니고, 그런 규정도 없다”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관한 법률 4조에 보면 거부할 사유가 아주 제한적으로 열거돼 있는데, 이에 유권해석과 관련된 자료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면 안 되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영역을 극단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공개안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이라고 소개했다. 박 의원은 이에 “공무원은 재산 신고를 하게 돼 있고, 신고된 재산은 공개되게 돼 있다”며 “처분 받으면 신문에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재산신고 누락 사실을 다 인정하면서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두고 “공개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처분이 매우 가볍”기 때문이 아니냐고 추측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박상혁 의원은 “재산의 누락된 양에 비하거나 지위에 비례한다면 굉장히 솜방망이 처분이나 봐주기 처벌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며 “끝까지 주목하고 여러 법적인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철현 의원도 “신고할 때 보면 금융기관 별로 구체적인 상품이 나온다”며 “착각하려야 할 수 없다. 그래서 변명을 믿을 수 없다. 1년 짜리 발행어음인데 뭔가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그는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된다”며 “재산 전체의 절반에 달하고, 계좌번호와 액수도 다 틀린데, 수천만원 짜리도 아니고 착각할 수가 없다고 본다. 그런 부분도 의혹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주철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은 재산등록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한 김대기 비서실장을 당장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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