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시민단체가 김영란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았던 전직 지역언론사 대표 이아무개씨의 언론계 복귀를 비판하자 이씨는 단체 활동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역 사회에선 고소 대응에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해당 언론인은 단체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한 부분을 지적하며, 법을 위반한 타 언론인도 처벌 이후 언론계에서 활동하는데 자신만 비판 받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지난달 5일 <비위 언론인에게 지위 제공한 전라일보 지역민과 독자의 냉소는 염두에 없나?>란 성명을 내고 전북도 내에서 처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지난 2018년 11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직 삼남일보 대표 이아무개씨의 이름과 판결문에 나온 범죄 사실을 언급하며, 그가 전라일보 김제 주재기자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8년 11월23일 전주지방법원 판결 내용을 보면, 이씨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공모해 은행 홍보팀장 등에게 악의적 기사를 반복적으로 보도할 것 같이 협박해 금품을 갈취했고 언론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수 사업체를 방문하고 후원금·광고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해 19차례에 걸쳐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인 합계 5960만 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지역 언론인과 언론사의 공정성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며 이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6840만 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8년 1월 구속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7월 전라일보 김제 주재기자로 언론계 일을 재개했다. 전북민언련이 성명을 낸 지난달 5일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는 전라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비위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해 보도자료 제공과 광고 협찬 중단 및 신문 구독을 중단할 것이며, 현재 출입하는 기자도 명예훼손과 공갈 등 직무 관련 범죄나 7대 범죄인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방화, 마약으로 인한 법원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브리핑룸 출입금지 등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무원노조협의회는 전라일보에 김제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이씨를 본사로 복귀시킬 것을 요구했다. 

비판이 커지자 이씨는 전라일보에서 퇴사했다. 그러면서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과 손 사무처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한 또 다른 지역언론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현행법상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손 사무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씨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고, 전북민언련 성명 취지를 설명했다. 전북민언련 성명은 공동대표(김은규, 이상훈, 이종규) 명의로 발표했다.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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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사무처장은 성명을 발표한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 “2017년 당시 도내 A은행장이 친일파후손이라고 한면에 걸쳐 보도했던 언론사가 있다. 그 언론사 대표는 은행에서 550만 원을 받고 기사를 광고와 맞바꿨다.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추가로 19개 도내 기업에게서 6000만 원에 이르는 돈을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받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도내 첫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유죄와 추징금을 선고 받았던 삼남일보 전 대표 얘기다. 그 소식을 보도했던 전라일보는 문제의 전 대표를 지난 7월 김제 주재기자(국장)로 임명했다. 전주시장선거브로커 문제로 자사 소속이었던 기자가 판결을 앞두고 있던 때다”라고 썼다. 

같은 날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전북공무원노조협의회가 전라일보 비판 기자회견을 진행한 사실, 이씨가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 등을 알리며 “지역 주재 기자를 기자의 역량과 자질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닌 광고영업 사원처럼 여기는, 지역일간신문의 운영 방식이 결국은 지역 언론 환경을 망쳐온 주범”이라고 썼다. 

손 사무처장은 지난달 24일 피고소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전북민주언론연합 활동가에 대한 비위 언론인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는 부당하다>는 성명을 내고 “이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정당한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일”이라며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는 공익적 목적으로 자본과 국가권력, 사회구조에 대한 감시와 비판 역할을 정체성으로 갖고 있다. 언론 감시단체인 전북민언련과 활동가들이 언론 공정성과 시민들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A씨(이씨)와 같은 인물을 비판하는 일은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북민언련 활동가는 언론감시 활동의 내용을 개인 SNS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이씨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경찰 출석조사를 받게 됐다”며 “이번 사건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또는 비범죄화를 위해 형법 제307조 개정이 왜 필요한지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당시 김영란법 등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여러 언론인이 현재 언론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자신만 비판한 점과 자신의 실명을 공개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씨는 지난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연히 표현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하지만 ‘A씨가 전라일보에 취업을 했는데 마땅하지 않다’고 익명으로 주장했다면 내가 명예를 훼손당할 일이 없지 않느냐”며 “이미 사법기관에서 처벌을 다 받았는데 (관련 내용에) 실명을 붙여 공개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 없이 나보고 직업을 갖지 말라는 건데 생계를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또 “백번 양보해서 비판하더라도 잣대를 모든 기자에게 똑같이 들이대야지 당시 여러 언론인이 처벌을 받았는데 콕 집어서 나만 비판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며 “이미 처벌을 완료한 사안을 전북민언련이 이중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손 사무처장에 대한 고소장에서 “비록 지난 과오가 있었으나 그에 대한 처벌을 달게 받고 약 5년가량 지나 새로이 개과천선하고 새 직장 생활을 재개한 고소인(이씨)에 대해 아무런 법적하자(전라북도 기자협회 규약상 2년이 지나야 활동 재개 가능)가 없음에도 페이스북과 여러 곳에 고소인이 지난 처벌 받은 사실을 적나라하게 기재한 것은 아무런 공익성도 없이 고소인 죽이기나 다름 없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손 처장은 그동안 페이스북을 민언련 활동 연장선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에 이씨에 대한 비판 역시 공익적 활동이란 입장이다. 

손 사무처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북민언련이 성명에서 실명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언론인 비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 어디서 근무했는지 등 네트워크 관계를 공개해야 그로부터 파생된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자신만 비판하냐’는 이씨 주장에 대해 손 사무처장은 “이번에 주재기자로 복귀한 (이씨는) 전라일보에서 과거 편집국장을 지냈고 이번 김제 주재기자도 국장급 임원”이라며 “삼남일보 대표까지 지냈기 때문에 공인”이라고 주장했다. 

고소 이유에 밝힌 전북기협 규정에 대해 손 사무처장은 “전북기협 가입 요건으로 협회사에는 2년간 형을 받은 임직원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씨가 자신은 5년이 지났다고 이걸 면피 조건처럼 말하고 있다”며 “그 규정은 언론윤리의 최소한일뿐 이를 통해 이씨도 제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형을 다 살았다며 개과천선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언론계 복귀에 대해)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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