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22일 오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접견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 10월22일 오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접견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이 26일 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국민의 뜻으로,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약칭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이름으로 인요한 위원장을 비롯해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활동 기한은 오는 12월24일까지 60일간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언론은 이번 혁신위 인선을 어떻게 평가할까?

27일자 중앙일보는 사설 <변화·쇄신 기대 못 미친 ‘인요한 혁신위’의 사람들>에서 “친윤계 돌려막기”라고 비판했다.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중 의원이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던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과 서울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신환 전 의원은 전직 의원이다. 다른 당내 인사로는 정선화 전북 전주병 당협위원장(동국대 겸임교수)과 정해용 전 대구 경제부시장, 이소희 세종시의원이 포함됐다. 외부 인사로는 이젬마 경희대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송희 전 대구MBC 앵커, 최안나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임상조교수, 박우진 경북대 학생 등 6명이 발탁됐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면면을 보면 적잖이 실망스럽다”며 “당 안팎에선 ‘돌려막기 인사’란 비판도 나오는데 이대로 혁신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중앙일보는 “인선을 주도했다는 인요한 위원장은 과감하게 쓴소리할 이준석계나 유승민계는 한 명도 품지 못했다”고 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 윤희숙 전 의원 등이 모두 혁신위 참여를 거부했는데 중앙일보는 “혁신의 동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탓이 컸다”고 해석했다. 

▲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사진=대통령실

그럼에도 혁신을 하려면 혁신위원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무엇보다 당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도하려면 혁신위원들 자신의 총선 출마 포기 선언도 필요하다”며 “그런 결연함이 없다면 숱한 실패의 전철만 어른거릴 뿐”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에서는 김기현 대표 퇴진론이 등장했다. 이기홍 대기자는 칼럼 <바꾼다더니 격화소양…김기현 퇴진이 혁신 출발이다>에서 한국 사회의 이념 스펙트럼을 극좌1~극우10으로 놓고 볼 때 5~8 사이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는데 이들이 지적한 핵심이라며 “김기현 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걸 누가 진정한 변화 의지로 받아들이겠냐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김기현 체제 지속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침묵은 공천에 목매 공멸의 길로 가는 여당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며 “김 대표 스스로 용퇴의 결단을 내리는 게 옳지만 더 시간을 질질 끈다면 인요한 혁신위의 첫 번째 혁신 요구안이 김 대표 사퇴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7일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의 칼럼 <인요한 혁신위, 전권을 쟁취하라>를 실었다. 윤태곤 실장이 비판을 자제하고 제언에 방점을 두고 말하는 화법임을 감안하면, 역시 혁신위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그는 ‘어려움’에 두 종류가 있다면서 답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고, 답은 명확한데 실천하는 게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윤 실장은 혁신위 등 비상기구는 이 두 가지 어려움에 동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 뒤 “이제 출발한 국민의힘 혁신위의 전망 역시 밝다고 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윤 실장은 “인 위원장은 그 말 믿으면 안 된다”며 “전권이라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유니콘일뿐더러 어딘가에 있다고 해도 김 대표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줄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인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은 당과 대통령실을 향해 고함지르고, 강권해야 한다. 그래도 안 통하면 ‘내 말 안 들으면 병원으로 돌아간다. 나는 이거 안하면 그만이지만 당신들은 다 죽는다’고 협박해야 한다”며 “그래야 이 세상에 없던 전권이 생길 수도 있고, 그나마 혁신위의 성공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사실상 혁신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칼럼이다. 

진보 성향 언론사들도 평가는 비슷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통합·전권’ 의심받는 인요한 혁신위, 이래서 할 말 하겠나>에서 “당과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던 비주류는 없었다”며 “‘통합형’으로 하겠다던 인요한 위원장 발언은 공염불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여당 혁신위, 대통령에게 할 말 못하면 무용지물>에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쓴 소리를 할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며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박성중 의원을 ‘수도권’이라 포장하지만 영남 출신인데다 지역구도 서초을로 영남 의원이나 마찬가지, 윤 대통령 비판 보도는 늘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언론 압박에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 27일자 한겨레 만평
▲ 27일자 한겨레 만평

혁신위의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더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만났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씨를 만났는데 언론에서는 이를 ‘보수층에 통합 신호를 보냈다’고 보고 있다. 여당 혁신위가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지 않은 이들로 출범했는데 대통령도 국민 통합이 아닌 ‘보수 통합’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며 박정희식 ‘하면 된다’ 정신에 대해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켰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발언을 인용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겠다’고 말했다. 처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은 시대착오적 표현을 다시 끌어온 것도 부적절하지만 비유가 나온 김에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덧붙여보면, 인 위원장이 바꾸지 않겠다고 한 아내와 자식이 윤 대통령과 김 대표 아니겠냐는 뒷말이 나온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가 지난 18일 기자수첩에서 “김기현 체제가 얼마나 더 갈지 지켜보자는 게 냉혹한 민심”이라며 총선 전 김기현 책임론이 다시 나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혁신위 출범부터 책임론이 거세진 셈이다. 내일신문은 정치면 기사 제목을 <꺼져가는 ‘인요한 효과’>로 뽑았다. 언론 전반에서 김 대표 사퇴 요구가 거세지지만 ‘인요한 혁신위’는 최소한의 산소호흡기 역할도 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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