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에 오래 머무를 수 있을까. 한국의 뉴스 수용자들의 75%가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한다. 기사를 돈 내고 보는 건 익숙하지 않고, 로그인조차 꺼린다. 엄혹한 상황에서 지난 6일 경향신문이 ‘KHAN UP’(칸업) 서비스를 오픈했다. 어떻게 하면 뉴스 수용자들이 로그인 후에 홈페이지에 오래 머물까 고민한 끝에 퀴즈, 뉴스 플레이리스트(자신이 관심 있는 뉴스를 모아 다른 독자에 공유할 수 있음), 뉴스 읽은 양 적립 등의 독자 흥미 유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그인해야만 볼 수 있는 칸업 전용 콘텐츠도 제공한다.

▲칸업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 위 왼쪽부터 김미영 운영팀장, 안효식 미디어사업팀장, 박광수 개발팀장. 아래 왼쪽부터 이용균 뉴콘텐츠팀장, 김정근 미디어전략실장. ⓒ경향신문
▲칸업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 위 왼쪽부터 김미영 운영팀장, 안효식 미디어사업팀장, 박광수 개발팀장. 아래 왼쪽부터 이용균 뉴콘텐츠팀장, 김정근 미디어전략실장. ⓒ경향신문

지난해 10월 80만 명의 로그인 독자를 모아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중앙일보는 언론계에 귀감이 됐다. 이어 한국경제, SBS 등도 유료화 과정을 밟고 있다. 칸업 서비스 개발을 담당한 김정근 미디어전략실장은 “포털에서 어느 정도 매출이 발생할 때 (로그인 월 실험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포털이 뉴스 서비스에서 빠져나간 다음 갑자기 경향신문처럼 자본이 넉넉하지 못한 회사에서 돈을 투자하긴 어렵다”며 “포털에서 매출이 발생할 때 어느 정도 정리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일 김정근 미디어전략실장을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언제부터 홈페이지 개편을 시작했나.

“탈포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언론이 워낙 포털에 길들여진 상황이라 쉽지 않다. 유료화 실험을 선두로 하는 중앙일보가 막대한 물량과 인력을 쏟아붓고도 (의미 있는 성과는 있었지만) 아직 성공적이라고는 보이지는 않는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가야 할 것이냐는 게 기본 전제였다. 독자 데이터를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확보한 독자 데이터를 토대로 개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충성 독자를 만들고 계속 유지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론재단 디지털 지원 사업에 지원해서 선정됐다. K-GAMES 방식을 도입해 경향신문에 들어오길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재단을 통해 외주업체가 홈페이지 프로그램의 기본 틀을 만들어줬고, 경향신문 개발팀이 리빌드업 과정을 거쳐서 칸업 서비스가 완성됐다. 준비작업에 들어간 건 2년 전이고, 창간 월인 10월에 서비스를 내놨다.”

-중앙일보, 한국경제, SBS에 이어 로그인 월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실은 저희도 개발 인력이 많이 없는 와중에 에너지를 써서 개발해왔다.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미디어전략실장 맡은지 벌써 2년 4개월 됐다. 포털이 언제 뉴스 서비스를 뺄지 모른다고 일단 경영진에게 말했다. 포털에서 어느 정도 매출이 발생할 때 서둘러서 준비해야 한다. 포털이 뉴스 서비스에서 빠져나간 다음에 갑자기 하려면 경향신문처럼 자본이 넉넉하지 못한 회사에서 돈을 투자하긴 어렵다. 지금 여기에 투자하는 게 맞는다고 경영진에게 말했다. 포털에서 매출이 발생할 때 어느 정도 정리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6일 문을 연 칸업 홈페이지 화면.
▲지난 6일 문을 연 칸업 홈페이지 화면.

-독자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하는 건가?

“기존 홈페이지 독자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이 독자들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있지 않다. 독자가 증가하면서 계속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로그인 독자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로그인 독자들이 확보되면, 저희 같은 경우에는 GA4 구축작업도 완료해놨다. (사이트 분석 툴은) 구글애널리틱스에서 GA4(구글애널리틱스4)로 넘어갔다. 홈페이지에 GA4 코드를 심어놔서 독자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지속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파트에서 빠져나가는지, 로그아웃하는지 등 분석할 수 있는 기초가 잡힌 거다. 로그인 독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측정할 수 있고 예측이 가능하다. 그걸 토대로 이 독자들이 어떤 기사를 읽었는지 분석이 들어가고 어떤 식으로 서비스해야 하겠다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로그인 독자 확보와 데이터를 쌓는 단계를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독자 데이터 확보 후엔 어떤 걸 준비하나.

“중요한 건 로그인 독자 확보, 데이터 수집,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어떻게 서비스할지 개별적 맞춤 전략을 세워야 한다. 로그인 독자들을 충성 독자로 만들고,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신규 독자를 확장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다 보면 유료화까지도 시도해 보는 거다.”

-칸업 콘텐츠팀이 따로 있는 건가.

“아니다. 각 부서에서 로그인 월을 할 수 있는 기사들이 있으면 기자 개인이나 편집국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로그인 월 콘텐츠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니 로그인 콘텐츠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었다.”

-독서량 적립, 퀴즈 풀기 등 여러 서비스를 넣었다.

“한국의 뉴스 소비자들은 뉴스는 공짜라는 생각이 크다. 로그인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무작정 로그인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나. 한국의 게임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요인은 내 캐릭터가 있고, 캐릭터가 성장해 나가면서 레벨업을 하고, 무기도 장착할 수 있는 등의 개념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로그인 독자들도 칸업에서 계속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면 레벨이 계속 오르는 경험치를 주는 거다. 어느 정도 랭킹이 되면 혜택을 주고 인센티브를 주고 보람을 찾는 식의 개념을 잡았다. 독자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으려면 어떤 동기가 있어야 할까? 뉴스를 어느 정도 봤는지, 완독하면 내공이 쌓이게 되고 내 랭킹이 어느 정도 됐는지, 내가 관심 있는 뉴스를 플레이리스트처럼 하나의 편집된 책처럼 만들어 내가 관심 갖는 기사들을 모아서 공유할 수 있다. 이런 게임적인 요소들을 도입했다.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고 로그인 월에 대한 욕구가 생기게 하는 게 방향성이다.”

▲중앙일보가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중앙일보가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10월 중앙일보가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중앙일보의 유료 서비스 시작이 저희한테 각성효과를 줬다. 중앙일보가 한국 레거시미디어 중 디지털 전환을 선도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오너가 있는 회사에서 방향성을 갖고 프로젝트를 밀어붙여 자금과 시간, 노력을 투자하는 것과 저희처럼 오너가 없는 회사는 다르다. 뭘 하더라도 사원주주를 설득해야 한다. 우리 기자들이 감사하게도 홈페이지에 서비스할 퀴즈 콘텐츠를 부서별로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자발적으로 돌아가면서 내고 있다.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콘텐츠에 로그인 월을 걸겠다고 한다. ‘제가 쓰는 건 지면에는 이렇게 나갔는데, 온라인에는 풍성하게 해서 로그인 월을 걸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라. 구성원들한테 고맙게 생각한다. 이런 식의 과정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효율이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절차를 밟아 가고 있다. 방향성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고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구독 콘텐츠 서비스 기획자로서 중앙일보가 또 좋아 보이는 게 있나.

“중앙일보 서비스는 디자인 등 개발에 공을 들인 게 보이더라. 그런 개별적인 것도 중요한데 특히 회사에서 힘을 몰아서 조직이 전사적으로 움직여서 대응하고 있다는 자체가 부럽다. 콘텐츠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전사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있고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이 있다는 게 부럽다.”

-한편으로 중앙일보 내부에서는 공들여 쓴 기사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네이버와 다음에 나가지 않아 힘든 면이 있다고도 하더라.

“우리 언론이 극복해야 하는 과정 중 하나다. 탈포털이라는 게 그렇게 힘든 거다. (유료구독 콘텐츠) 조회 수 300이 나왔다? 그 콘텐츠를 눌러본 사람들은 진심으로 그 콘텐츠를 다 읽은 독자일 거다. 포털에서 3만 조회 수 나온 것보다 훨씬 가치 있을 거다. 최근 박근혜 회고록도 나왔다. 그것 때문에 유료 독자가 많이 늘었을 것 같다. 그 콘텐츠를 보려고 토시 하나하나까지 다 읽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게 효과가 있는 거다.”

-조회 수 보다 완독률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저희도 완독률을 살피면 조회 수가 높은 기사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정 기사를 끝까지 읽었다는 이야기는 충성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높다는 거다. 중앙일보는 과거 조회 수를 연봉 협상 때 수치화했다. 이제 완독률을 비중을 높인 걸로 안다. 처음에는 PV로 갈 수밖에 없지만, 탈포털이 진행되면 될수록 DRI(열독률) 지수가 더 중요해질 거다. 결국 퀄리티 저널리즘으로 가게 될 거다. 지구 반대편에서 성폭행당하고, 누가 몇 대 맞은 폭행 기사 등이 조회 수가 높지만,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기사다. 흥미 유발하는 기사를 커뮤니티에서 받아 쓰는 게 무슨 의미냐.”

-현업은 탈포털 위기감을 얼마나 느끼나.

“온라인신문협회는 민감하게 촉을 세우고 있다. 그분들은 위기감을 느낀지 오래됐다. 2년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2년 사이에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중단을 포함해 많은 일이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은 계속 개편해 나간다. 탈포털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준비를 못 하는 건 당장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아직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곳도 크게 성공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저게 과연 맞는 건가? 이런 의구심도 든다. 중앙일보가 100억 원 투자하면, 경향신문 같은 경우는 10억 원만 투자해도 엄청난 돈이 될 텐데, 괜히 했다가 만약 실패하게 되면?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가기가 쉽지 않다. 중앙일보나 한국일보도 실험을 시작한 것에 대해선 메시지가 있는데,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우니 선뜻 나서긴 쉽지 않다. 온신협 회원사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아직도 포털에 목매고 있지 다른 쪽으로 뭘 해볼 생각은 못 한다. 위기감은 전부터 다들 느끼고 있다.”

▲지난 6일 경향신문 2면.
▲지난 6일 경향신문 2면.

-칸업 서비스 마지막으로 어떤 점을 홍보하고 싶나.

“칸업 서비스를 시작한 후 2주 만에 로그인 독자가 300% 늘었다. 매주 통계를 잡고 있다. 기존 로그인 독자 증감률이 있었는데, 매주마다 늘고 있다.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고 본다. 경향신문 입장에서는 하나의 실험인 거다. 나름대로 저희 담당 파트에서는 노력을 많이 해서 만든 서비스다. 탈포털 시도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저희는 더 집중해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할 거다. 올바른 저널리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짧게 소비되고 마는 휘발성 콘텐츠보다 양질의 저널리즘에 입각한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로그인 독자들이 많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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