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건폭몰이 탄압은 단기간 신속하게 1000여 명 넘는 건설노동자를 소환하고, 기소로 이어졌다(…) 힘없는 노동자들이 증거 자료까지 제출해 CCTV 유출 사건 진상을 밝혀달라는 외침에는 5개월 넘도록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고 있다.”(박만연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장)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서울경찰청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열사의 춘천지검 강릉지원 CCTV 유출 사건을 하루속히 제대로 수사하라”고 밝혔다. 고 양회동 지대장의 유가족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형 양회선씨(왼쪽 네 번째)가 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춘천지검 강릉지원 CCTV 유출 사건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형 양회선씨(왼쪽 네 번째)가 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춘천지검 강릉지원 CCTV 유출 사건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양회동 열사가 건설노조 탄압에 저항하며 떠난 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양회동 열사와 가족, 건설노조를 정말 비참하게 만든 한 사건이 있었다. 조선일보의 허위보도 사건”이라고 했다. 

김준태 국장은 “건설노조 스스로 검찰 CCTV가 허위보도 근거임을 확인했고 유출 경위를 조사하라며 고소했지만 경찰은 5개월 넘도록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는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은 지난 5월 세 차례 보도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분신할 당시 “노조 간부가 양(회동)씨의 분신을 말리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며 ‘방관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현장에 있던 YTN 취재진은 동료 간부의 만류 사실을 증언했고, 건설노조는 해당 동료의 소통 상황을 담은 전화 기록을 들어 반박했다.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은 당시 보도 근거로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CCTV 캡처 화면을 제시했다. 자료 출처는 ‘독자’라고 밝혔다. 이에 건설노조와 양 지대장 유족은 조선일보 보도 책임자와 CCTV 유출자를 사자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5월17일 조선일보는 10면에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 기사를 냈다.
▲5월17일 조선일보는 10면에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 온라인 보도
▲조선일보 온라인 보도

고소 뒤 5개월이 지났지만 수사 진척을 확인할 수 없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7월31일 기자간담회에선 피고소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담당 부서인 반부패수사대는 수차례 건설노조와 유족 측 문의에 피고소인 조사 여부를 비롯한 진행 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고 양 지대장의 형인 양회선씨는 “동생은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자신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했을 뿐 개인적 이득은 결코 취하지 않았다고 글을 남겼다. 자신의 억울함을 온몸으로 고통스럽게 밝힌 내 동생의 마지막 영상을 유출한 관련자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서 동생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형 양회선씨(왼쪽 네 번째)가 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춘천지검 강릉지원 CCTV 유출 사건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형 양회선씨(왼쪽 네 번째)가 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춘천지검 강릉지원 CCTV 유출 사건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국가가 건설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해 단기간에 35명의 조합원을 구속시키고 수십 군데를 압수수색했다”며 “조선일보의 악의적 허위보도를 뒷받침한 CCTV 유출에 대해선 압수수색은커녕 책임자를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송찬흡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공정과 법치주의라고 노래를 부르고 허위보도를 척결한다고 떠들면서 내 편만, 나를 따르는 언론만 보호하는 것 아닌가. 언론을 탄압하고, 어느 누구도 압수수색 피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으며 뉴스를 조작한 조선일보는 왜 그렇게 비호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이 사건은 CCTV를 유출한 이가 누구냐에 따라 심각한 공무상비밀누설과 조선일보와 유착관계가 드러날 수 있는 사안이며, 고소인들이 이미 증거를 입증해 제시했다”며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춘천지검 강릉지원 CCTV 유출 사건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춘천지검 강릉지원 CCTV 유출 사건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런 상황은 경찰이 수사 내용을 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공개하는 관행의 일면이기도 하다. 형사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김지미 변호사(법무법인 정도)는 통화에서 “경찰이 고소인에 수사 상황을 공유할지에 대한 이렇다 할 지침이 없다”며 “수사기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원할 때만 수사 내용을 공개하는 이른바 ‘언론플레이’가 이뤄지기도 한다. 건폭몰이 등 특정 사안을 수사하는 상황은 실시간으로 대외에 알리면서도, 어떤 사건의 수사 내용은 고소인에게조차 일체 알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1계장은 검찰 CCTV 유출 사건 수사 상황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피의자 출석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에 따라 수사 진행 상황을 고소인에 알리는지 묻는 질문에는 “타 수사 상황은 내가 답변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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