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허가 심사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말씀드리기 굉장히 죄송하지만, 정책 실패다. 재허가 심사 제도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 플랫폼을 진흥하는 것처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나 종편을 진흥하지 못하면 역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게 규제 기관이 해줘야 할 역할이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에 의해 마련된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개선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영방송뿐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가 글로벌 콘텐츠와 경쟁하려면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제도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방송학회(강명현 학회장)가 4일 오후 2시부터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 개선>을 주제로 특별토론회를 개최해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방송학회(강명현 학회장)가 4일 오후 2시부터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 개선’을 주제로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방송학회(강명현 학회장)가 4일 오후 2시부터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 개선’을 주제로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오늘.

현재 SBS와 지역민영방송 등 민영방송은 다른 지상파 공영방송과 같은 기준으로 재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종편도 이와 유사한 기준으로 재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송사들이) 3년에서 5년 사이로 재허가·재승인을 받고 매해 (방통위가)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재허가·재승인 심사가 매해 유지되고 있다. 3년이나 5년 이후 얼마나 (콘텐츠에) 투자할 건지 투자 계획 적정성도 판단한다. 방통위가 3년 후나 5년 후를 얼마나 적절하게 예측하고 투자액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나”라고 물은 뒤 “대부분 전년도보다 많이 투자하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다른 방송사보다 투자 금액이 적으면 왜 적냐고 물어보고 피드백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는 이어 “코로나 기간 미디어 환경이 좋았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 있으면서 TV 시청 시간이 늘었고, TV홈쇼핑 매출도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끝난 후 경제지표가 떨어지고 기업이 홍보비를 줄이고 있다”며 “1차적으로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타격 받았다. 3년 전 재허가 심사 계획서에 높은 투자 계획을 썼다 해도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연말에 재허가 심사가 있을 건데, 이행실적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방송법에 따른 소유규제와 광고규제, 내용규제 등이 민영방송의 성장을 막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재허가 심사는 사전규제를 해왔다. 20년 전 지상파만 있던 시절에는 초과 이윤을 얻어서 수익을 제한하고 그 얻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재허가 심사 제도가 유지됐다. 그러나 지금 초과 이윤을 얻는 것도 아니고 재허가 심사를 통해 지상파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재허가 심사 제도 전면 개편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방통위는 규제 대상이 지상파와 종편밖에 없는데, 규제 대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면 방통위 존재 자체가 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방통위의 지속적으로 존재 의미가 있으려면 지금이라도 지상파와 종편이 지금보다 더 잘 될 수 있게 규제제도를 어떻게 다시 프레임을 바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보도 영역 이외의 나머지 영역은 OTT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면 구조적 제도를 바꿔야 한다. 투자는 사업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국은 편성규제만 남아 방송 프로그램 비율과 외주제작 편성 비율만 보는 점 △일본은 교육 및 교양 프로그램 비율만 본다는 점 등을 소개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방송학회(강명현 학회장)가 4일 오후 2시부터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 개선’을 주제로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방송학회(강명현 학회장)가 4일 오후 2시부터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 개선’을 주제로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앞서 발제를 맡은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주파수를 사용해 종합편성을 하는 지상파 민영방송의 경우 (재허가 심사 때) 보도 영역에 한정해 공적책무의 담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고 보도 이외의 영역에서는 일반PP와도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점을 감안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동안 획일적으로 요구해왔던 방송사의 공적 책임을 매체별로 차별화할 수 있도록 방송법에 근거를 마련하고 방송사업과 연관성이 낮거나 과도한 조건의 부가를 줄여 징계나 규제가 아닌 컨설팅 차원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강명현 한국방송학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민영방송 재허가 제도의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먼저 축사를 통해 본 토론회를 축하해 주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님과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님, 그리고 SBS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도 토론회 시작 전 “2000년 방송법은 제정 이후 큰 변화가 없다.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여론 영향력이 큰 지상파, 보도PP, 종편은 일정 기간마다 재허가 재승인을 받고 있다. 조건과 권고를 부가해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이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공영·민영 방송에 차별화된 재허가 재승인 절차와 과도한 조건 권고의 부과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영방송보다 민영방송 재승인 기준이 훨씬 엄정하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방송의 재승인·재허가 문제는 똑같은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처리한다는데 실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공영방송이 훨씬 더 느슨하고 민영방송이 훨씬 더 엄정한데,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방송의 재승인·재허가 문제”라며 “정치적으로 보면 노영화된 공영방송은 자기들이 끼어들 필요가 없고 자유로운 민영방송은 간섭해 자기들이 장악하려고 한 것이다. 이것을 바로 잡아야 방송의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어 “방송은 국경이 없어졌다. 해외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데, 경쟁은 자유로움에서 나온다. 자꾸 간섭을 많이 하면 안 된다. 공영방송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돈을 거두고, 민영방송은 돈을 벌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그런다. 그 목적에 맞는 재허가·재승인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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