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등을 이유로 정규방송을 중단하는 것을 ‘결방’이라고 한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이벤트 기간에는 다수 방송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방영되지 못한다. 방송사 입장에선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방송 스태프들은 결방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맞닥뜨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1일 발행한 ‘방송프로그램 결방 피해 실태와 쟁점’ 보고서에서 방송프로그램 결방에 대한 스태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지난 7월 방송 제작 인력 920명과 이들이 참여한 1720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결방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결방·불방 경험률은 24.3%에 달했다.

▲결방, 불방에 따른 스태프 손실 설문조사.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결방, 불방에 따른 스태프 손실 설문조사.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결방된 프로그램 종류는 교양이 46.4%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예능 41.4%, 드라마 8.1% 순이다. 결방 원인은 방송 제작·재정문제가 34.9%였으며 스포츠 중계는 25.8%였다. 다수 스태프는 결방 사실을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다. 결방 안내 시점을 물은 결과 ‘프로그램 제작 중’이라는 응답이 43.7%에 달했으며 프로그램 납품 후 결방을 통보받은 경우도 15.3%였다. 방송 제작 전 결방 통보를 받은 스태프는 32.5%였다.

지난 1년간 결방으로 인해 임금 손실을 경험한 스태프는 21%(평균 328만 원), 노동시간 손실을 기록한 스태프는 25.9%(평균 61시간)였다. 소득 창출 기회를 잃었다고 느끼는 스태프는 57.6%였다. 또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소득과 일거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 스태프는 50%를 넘어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방 영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방 영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3년 차 예능 작가는 연구진과 인터뷰에서 “카타르 월드컵 시기에 4주 정도 결방이 되었는데, 큰 손해였다. 결방으로 돈이 안 들어오면 실생활에 너무 피해가 크다”고 했다. 20년 차 예능작가는 인터뷰에서 “서브작가의 경우 회당 5~60만 원, 한 달 기준 2~300만 원 받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결방되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달이 허다해진다. 결방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프리랜서 인력은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기에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등의 복지 혜택은 받지 못하며 보수와 일자리에 대해서도 합리적 계약을 맺기 어렵다”며 “특히 국제대회 개최로 인해 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송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결방·불방’이 발생했을 때 프리랜서 신분의 인력에 대해서 조직은 이들의 정당한 노동자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제공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지는 등의 피해를 경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1월 문체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외주제작 스태프 10명 중 8명은 프로그램 결방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으며, 이 중 다수는 보수를 받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권익 증진 마련을 위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실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반영한 체계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연구진은 표준계약서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방송제작 인력의 노동에 대한 합리적 보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결방·불방 때 기납품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비 지급 규정이 표준계약서에 명시될 필요가 있다”며 “또한 결방 시 사전 서면 공지 규정, 납품일 기준의 제작비 지급일 명시 등을 포함하는 표준계약서의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오현주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 책임연구원, 정윤경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조연하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유인찬 티브릿지코퍼레이션 이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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