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14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출근길 현장을 전한 기사 제목을 두 차례 바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제목엔 유인촌 후보자가 과거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향해 했던 욕설을 올렸다가 두 차례 바꾼 결과 빠졌다.

유인촌 후보자는 이날 오전 검은색 운동복에 선글라스 차림을 하고 자전거로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있는 사무실에 출근했다. 유 후보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임명이 된다면 그런(블랙리스트) 문제를 다시 한번 잘 들여다볼 것”이라며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엄청나게 변화해 국민의 문화복지, 예술가들 지원 정책을 이 정부에 맞게 새롭게 잘 다듬어보란 뜻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오전 11시37분께 ‘“사진 찍지마!! XX” 유인촌 장관 후보자 출근’이라는 제목으로 유 후보자의 출근길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후 제목에 ‘했던’이란 단어를 추가해 ‘“찍지마!! XX” 했던 유인촌 장관 후보자 ‘출근’’으로 바꿨다. 제목은 오후 2시1분께 한 차례 더 바뀌어 현재 ‘‘자전거 출근’… 사진기자 앞에 다시 선 유인촌 후보자’이다.

▲14일 오전과 오후 국민일보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출근길 사진기사 제목 비교
▲14일 오전과 오후 국민일보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출근길 사진기사 제목 비교

유 후보자는 문체부 장관 시절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받던 도중 사진기자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사진 찍지마! XX. 찍지마!”라고 욕설을 한 바 있다. 유 후보자는 대표 ‘MB라인’으로 꼽히는 인사로,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문체부 장관에 임명된 뒤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지닌 기관장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재임 시절 정부 비판 문화예술계 인사가 해임 처분돼 문화예술계 퇴출 리스트(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고 지목받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유 후보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국민일보 보도에서 유 후보자의 과거 과오를 직접 담은 표현이 빠지면서 언론계에선 그 이유에 의문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제목이 여러 차례 바뀐 점에 미뤄, 정부 측 항의나 연락에 의한 변경이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노석철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데스크의 판단에 따라 제목 변경을 지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국장은 14일 통화에서 “(장관 후보자로) 처음 출발하는데, 제목이 너무 세게 뽑혀서 보기 민망해서 바꾸라고 했다”고 했다.

사진기사 제목을 두 번 바꾼 이유를 묻자 “욕설을 빼라고 했는데 두 번 바뀌었나? 그것까진 모른다”고 말했다. 첫 보도 뒤 정부 측 연락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며 “욕설이 들어가 있길래 과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진기자의 입장은 달랐다. 권아무개 사진기자는 같은 날 “주변에서 바꾸라고 하더라. 옛날에 했던 말이니 (제목에) 쌍따옴표(과거 발언)를 붙였는데, 오늘 했던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바꾸는 게 낫지 않냐고 해서 바꿨다”며 “데스크가 저한테 딱히 말을 안 했다. 저희는 (평기자가) 그냥 바꿀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딱히 외압이 있거나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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