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씨와 뉴스타파 전문위원을 지낸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의 허위 인터뷰 논란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포털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포털뉴스 신뢰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2기 협의체’(2기 협의체)가 첫 회의를 진행했는데 1기 때와 달리 논의 내용은 물론 위원 명단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법제화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제평위가 위원 추천 단체를 바꿔 재출범하도록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압박을 받은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로고.
▲네이버와 카카오 로고.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 등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 등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는 모습. ⓒ연합뉴스

 

1기 협의체 회의 결과 및 위원 공개… “2기는 어려워”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방통위는 국회의 요청에도 2기 협의체 구성 및 운영 내역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장제원)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9일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에서 제출받은 ‘포털뉴스 알고리즘 투명화 관련 논의’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달 22일 2기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진행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포털뉴스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방안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위원 명단과 구체적 회의 내용은 제출을 거부했다. 방통위는 국회에 “위원들의 요청에 따라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5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체제에서 1기 협의체가 출범했는데, 5차례 회의 결과와 위원 명단을 국회에 제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1일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 명단을 비공개한 방침도 있지만, 위원들이 명단 공개에 부담을 느낀 점을 고려했다”고 반복했다.

▲지난달 18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에게 질의하는 모습. 당시 이동관 후보는 사퇴 의향 있느냐는 이정문 의원 질의에 "점심 먹으면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18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에게 질의하는 모습. 당시 이동관 후보는 사퇴 의향 있느냐는 이정문 의원 질의에 "점심 먹으면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2기 협의체, 제평위 법정기구화·알고리즘투명화 집중 논의 전망

지난해 방통위는 1기 협의체를 출범하고 총 5차례(5월, 7월, 10월, 11월, 12월)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다수 위원은 공통적으로 포털 제평위에 문제가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면 역효과가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법으로 관련 기구를 규정하는 논의를 하더라도 정부가 직접적 규제하는 방안이 아닌 강제력 없는 ‘권고’ 기능만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포털의 알고리즘 문제는 알고리즘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차원에서 자체 검증 결과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에 비교적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보다 강력한 규제 방안을 도입하기 위해 2기 협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 관계자는 1기 협의체 결론이 났는데 2기를 다시 구성하는 이유에 관해 “다른 의견도 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미디어오늘에 “1기 때는 결론 내리기 애매한 상태였다”며 “제평위 법제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입법이라는 게 상황에 따라 바뀐다. 제평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입법은 필요하다. 공정성은 결국 투명해야 나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경진 교수는 이어 “2기 협의체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확인해 논의해야 한다. 입법적 강제가 필요하다 싶은 부분, 도저히 법이 아니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입법으로 상향해야 한다. 개별 케이스와 이슈를 검토하면서 답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법으로 해결할 것과 그렇지 않은 걸 잘 구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2기 협의체 논의가 끝나면 연내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제평위 법제화 시 방통위처럼 정부·여당 추천 위원 주도로 포털 제휴 매체를 심사하는 구조를 만들 우려가 있다. 포털 알고리즘의 경우 포털이 알고리즘 내역을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가 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방통위가 네이버 알고리즘 조사하고 있습니다만, 포털이 가짜뉴스 퍼 나르면서 책임 안 지고 있다. 선진국 어느 곳도 그런 곳이 없다. 규율하기 위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평위 구조 바꿔 재출범 가능성도

제평위 법제화를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여소야대 상황이라 총선 전 입법이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제평위 법제화 대신 포털 제평위의 구조를 바꾸도록 유도해 재출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제평위는 18개 단체가 위원 추천 권한을 갖는데, 보수성향 언론단체들은 제평위를 ‘좌편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평위 뉴스제휴 심사 규정엔 ‘오보’를 제재 사유로 보지 않았는데,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대책을 촉구하는 방안도 있다.

실제 국민의힘에선 제평위 법제화 논의보다는 포털에 뉴스타파 입점 배경을 밝히고, 뉴스타파 퇴출을 촉구하는 등 포털 제휴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과방위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는 “네이버 제평위가 뉴스타파를 콘텐츠제휴(CP)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특혜와 편법이 있었는지 엄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 사진=미디어오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11일 국민의힘이 주최한 ‘가짜뉴스 재발방지’ 긴급토론회에서 박기완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가짜뉴스 유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를 왜곡시킨 대형 범법행위로 뉴스타파를 공론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며 “가짜뉴스 확산 공범이 된 언론사도 포털 서비스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하는 불이익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혁신 방안으로 △가짜뉴스 공모 언론사 제재 △제평위 후속 기구 구성 및 운영 △통합 심의 △디지털 뉴스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작업 등을 제시했다.

정치권의 압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정치권 압박 이후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폐지’ ‘모바일 첫화면 뉴스배열 폐지’ ‘사람에 의한 뉴스배열 폐지’ ‘포털 제평위 운영 잠정 중단’ 등 개편을 단행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에 “네이버는 제평위 법제화를 비롯해 다양한 대내외적 의견을 경청하고 성실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포털 뉴스제휴기구 ‘법정기구화 추진’ 보도 사실일까]
[관련 기사 : 베일에 싸였던 ‘포털뉴스 협의체’ 명단 공개 인사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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