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8월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감세 고집‘ 윤 정부, 건전재정·성장 다 놓쳤다” (경향신문)
“내년 예산 657조, 퍼주기는 끝났다” (조선일보)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도(2024년) 예산안에 대한 주요 신문별 평가가 확연히 엇갈린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18조2000억 원 늘어난 656조9000억 원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 연평균 증가율인 8.7% 뿐 아니라 현 윤석열 정부 1년차 예산 지출 증가율인 5.1%보다 2.3%p 낮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의 지출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건전 재정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고심 어린 결정”이라고 했다.

내년 예산안에 대한 비판은 주로 ‘성장’과 ‘재정 건전성’을 모두 놓쳤다는 평가로 요약된다. 먼저 ‘감세 정책’에 대한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종합 부동산세 감세 등을 통해 올해와 내년 2년간 13조 7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했지만 수출 감소, 자산시장 위축이 이어지며 기대했던 세수 증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정부는 그동안 강조했던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 및 세수 증가의 선 순환과 건전 재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놓친 모양새가 됐다. 역대급 짠물 예산을 편성하고도 세수 악화로 정작 재정적자는 더 불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세수 확충 없는 재정 기조를 끌고 가는 탓에 재정 지출이 현 정부 임기 내내 대폭 제약될 공산도 크다”고 지적했다.

▲2023년 8월30일 주요 신문 1면
▲2023년 8월30일 주요 신문 1면

한국일보는 “애매한‘ 짠물 예산’ 편성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법인세가 약 27조 원 감소하는 등 국세수입이 뒷걸음질 친 탓에 국세·세외·기금 수입을 모두 합한 재정 수입도 612조 1,000억 원으로 전망됐다”며 “출범 때부터 재정 건전성을 수 없이 강조한 현 정부가 재정 건전성 달성 수단으로 제시한 재정 준칙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점에서 ‘자기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 돈 풀기’를 멈췄다면서 상대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중앙일보도 ‘세수 급감’에 대해선 우려를 전했다. “2027년이면 국가 채무는 1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가파르게 증가해 곳간을 지켜야 하는 재정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며 “씀씀이를 최소화했다고 해도 돈이 안 들어오니 빚을 더 내는 구조”라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정부가 재정 지출을 더 줄여야 했다면서 현 문제의 원인을 지난 정부에서 찾았다. 조선일보는 <나랏빛 62조원 더 늘리는 예산, 이게 무슨 ‘건전 재정’인가> 제목의 사설에서 “재정 중독에 빠진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간 경제성장률이 연 평균 2.3%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10번의 추경을 포함해 연평균 10.8%나 늘렸다”며 “정부는 올해 경기 침체로 내년 세수가 33조 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수입보다 지출이 92조 원이나 많은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의 시대적 사명 중 하나는 문 정부가 망친 국가 재정건전성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예산안 둘러싼 여야 공방 거세질 전망

이번 예산안을 두고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보건복지부 예산안 가운데 사회복지 지출은 122조4538억 원으로 올해 대비 12.2% 증가했다. 생계급여 선정기준 완화에 따른 기초생활보상제 예산, 장애인 돌봄제도 확대 등 돌봄서비스 예산이 증가한 가운데 노인정책 예산은 사회복지 예산 중 공적 연금을 제외하고 가장 큰 폭(증가율 10.3%) 늘었다. 경향신문은 다만 “고령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현장의 체감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고 했다.

▲2023년 8월30일 한겨레 기사
▲2023년 8월30일 한겨레 기사
▲2023년 8월23일 조선일보 기사
▲2023년 8월30일 조선일보 기사

한겨레는 “구직급여, 두루 누리 사회 보험료 지원,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대표적인 노동 취약 계층을 위한 고용 안전망 관련 내년치 예산이 나란히 삭감됐다”면서 “정부는 ‘불용액’ 등 저조한 성과를 삭감의 배경으로 설명하나, 전문가들은 제도 활성화를 고민하는 대신 단순히 삭감부터 하는 건 취약 계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했다.

새만금 예산을 75% 삭감한 결정 등의 후폭풍도 주목된다. 이번 삭감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여파라는 해석이다. 한국일보는 “새만금 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에는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과 함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대응 예산 증액, 서울-양평고속도로와 ‘제 2의 4대강 사업’ 등 야당과 정면 충돌하는 예산은 대폭 담겨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념전쟁’ 부추기는 윤석열 대통령

반대세력을 적으로 칭하는 과격한 언사로 논란을 부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념이라는 게 방향”이라며 “싸우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다”고 말해 대통령이 ‘이념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간부위원들과 ‘통일대화’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분단 현실에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그 맹종 세력,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조작, 선전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 전쟁 영웅인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문제를 두고도 “뭐가 옳고 그른지 한 번 생각해 보라”며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을 “1+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 칭하며 “이런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언론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3년 8월30일 동아일보 사설
▲2023년 8월30일 동아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의 29일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통일관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실체도 불확실한 공산주의 추종 세력 을 내세워 시민들을 편 가르고, 평화보다는 대결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며 “평화통일에 대한 언급은 민주평통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실천하기 위해 국민적 역량과 의지를 하나로 결집하는 헌법 기관 이라는 기관 소개 한마디에 그쳤다”고 했다. 사설에선 “윤 대통령의 극단적 언사는 건강한 보수세력까지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경고했다.

야당을 넘어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 발언을 우려하고 있다. 한겨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중도층에서는 민생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정부가 최근에 이념 공세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승민 전 의원이 “(오염수) 방류하는 일본과 싸우는 게 아니라, 방류에 반대하는 우리 국민들과 싸우겠다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판에 이어 “여당에서도 이념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며 “한 초선 의원은 ‘현장에선 당이 오른쪽으로 쏠린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드러낸 반감도 비판을 사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윤 대통령 “제일 중요한 게 이념”, ‘반공 국시’ 시대 회귀)에서 “무슨 말을 해도 감싸주고 대신 싸워주는 보수 언론과 종편을 두고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남세스럽다. 시끄러운 언론은 장악하고 진압해야 할 대상이기에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인가. 최근 오송 참사, 잼버리 사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며 “뿌리 깊은 진영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건 대통령 책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尹 대통령 黨 연찬회 발언 유감)에서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갈등과 대결로만 치달아온 여야 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며 “일부 매체의 보도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전 언론을 겨냥해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 전체를 보기보다는 여당 안의 강성 지지 세력만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 언어는) 더 정제되고 절제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시진핑과 윤석열, 괴벨스와 이동관?

박민희 한겨레 논설위원은 <[아침햇발] ‘시진핑의 길’ 따라가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위대한 투사’로 여기고 있다”면서 “하지만 윤 대통령의 행보가 대척 점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인 ‘시진핑 노선’과 놀랄 만큼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라고 했다. 시 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내세웠다면 윤 대통령은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역사와 이념 전쟁’이 거칠어지고 있으며,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경제직필] 선거는 괴벨스를 원한다>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고에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의 80%가 반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깔아뭉개면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은 MB정권괴벨스 라고 불리기까지한 인물”이라면서 “이 위원장이 가짜 뉴스 척결과 언론 공정화의 적임자 라는 옹호와 내년 총선을 위한 언론장악 노림수 라는 비판이 공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에선 괴벨스의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상대방을 괴벨스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래봤자 결국은 괴벨스”라고 주장했다.

강승구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기고한 <[시론] KBS 개혁, 뉴스 편향성부터 바로잡아야>에서 “KBS가 굳이 뉴스를 전해야겠다면, 한 가지 방법은 KBS 2TV를 통해 보도하는 것이다. 이럴 땐 2TV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거나 1TV와 2TV의 회계 계정을 별도로 나누면 된다”면서 “뉴스 프로그램이 없는, 정치색 없는 순수 공익 차원의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KBS 방송일 때만 수신료의 강제 의무 징수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그래야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KBS를 장악하려는 권력의 시도로부터 KBS의 공영성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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