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 등 여러 독립영웅들의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다. 이종찬 광복회장도 우리 역사에 모멸감을 주고 독립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방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도 거세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저열한 역사인식’이라는 민주당 비판에 “민주당식 저열한 선전선동”이라며 “홍범도 장군이 독립영웅이지만 자유사변 논란도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방부와 육사가 잘 결정할 것이라고 당 차원에서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육사에서 홍범도 김좌진 장군등 독립전쟁 영웅 흉상을 철거한다는 뉴스가 사실인가’라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육사에서 육사 기념물을 정비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육사는 장교 요람인데, 결국은 북한을 대상으로 해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는 문제가 제기되어서 시작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 장군에 대한 흉상이고 이들은 충무관 중앙현관에 설치했는데 독립영웅들을 왜 철거하느냐’, ‘일본 눈치보고 하는거냐’는 김 의원 질의에 이 장관은 “육사는 가능하면 육군의 창설이라든지 군과 관련된 사람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독립운동이나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지난 25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등의 흉상 철거 추진 계획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지난 25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등의 흉상 철거 추진 계획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 장관은 “중요한 것은 공산주의 활동, 공산당 가입했느냐”라며 “소련공산당에 가입한 분도 있고, 공산당 활동한 분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병주 의원은 “홍범도 장군이 공산당에 가입했지만 1943년 서거했고, 박정희 대통령도 1962년도에 이미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을 줬다. 이 같은 독립정신 기리기 위해 (설치)했는데, 한일 관계를 좋게하기 위해 철거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요람 육군사관학교 교정을 늠름히 지키고 있는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며, 우리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어 이를 항의하고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이 회장은 “광복회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무 장관이 철거 계획 백지화를 국민들에게 밝히고,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를 찾아내 엄중 문책하”라며 “동시에 이번 독립유공자 흉상 철거를 시도한 주체와 배후 인물들, 그리고 철거 시도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도 국회차원의 진상규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번 ‘철거시도’ 행보를 두고 “국군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문제의 심각성이 있으며,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에게 모멸감을 심는 행위”라며 “일련의 독립운동 역사를 폄훼하는 반헌법적 행태와 무관하지 않으며, ‘독립운동 흔적 지우기’로 인식한다”고 규정했다.

민주당도 규탄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에 독립군 흉상을 제거한다는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보니까 박근혜 정권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생각이 난다”며 “어쩌면 이렇게 똑같으냐. 건국절 논란부터 친일 논란, 국정교과서 논란, 이제는 독립군 흉상 제거까지 윤석열 정권이 참 걱정된다”고 규탄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국군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참담한 일”이라며 “항일 독립운동의 영웅들의 흉상도 모욕을 당할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적, 반민족적 폭거”라며 “국군의 근간이 되는 육군사관학교는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정체성”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가보훈부가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을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삭제한 것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는 “만약 정권 차원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사 부정과 친일 행적 지우기 시도라면 민주당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방부 장관에게는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도 “독립운동의 역사가 불편하냐”며 “독립운동의 역사도, 친일의 역사도 통째로 지우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설마 독립운동 영웅들을 능멸하고 민족혼을 팔아먹을 줄은 미처 몰랐다”며 “이번 파문은 두 말할 것도 없이 국방부 장관을 즉각 파면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28일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백브리핑에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계획을 두고 거센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며 국방부가 올바른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28일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백브리핑에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계획을 두고 거센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며 국방부가 올바른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비판을 선동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국방부와 육사가 잘 결정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8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연 최고위원회 후 백브리핑에서 ‘주말 내내 홍범도 장군 육군사관학교 흉상 철거갖고 저열한 역사인식이라는 비판 나오는데, 국민의힘에서는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 질의에 “이건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문제”라며 “이것을 가지고 저열한 역사인식이라고 하는 것은 사안에 대한 실체를 국민들에게 말하지 않고 오로지 정쟁으로 일관하는 믽주당식 선전선동”이라고 반박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홍범도 장군과 관련된 부분은 봉오동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독립전쟁의 영웅이고, 또 한편 자유시 사변에 있어서 여러 가지 논란도 있었다”며 “국방부에서 육군사관학교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서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을 군이 흉상으로 기리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는 거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유 수석 대변인은 “아니다. 국방부에서 육군사관학교에서 국민적 여론을 충분히 감안해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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