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와 제보자X 지아무개씨가 수억 원의 보도 용역 계약을 맺은 사실이 공개돼 이목을 모으고 있다. 계약서를 놓고 저널리즘 윤리에 부합하느냐는 질문부터 회계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더탐사는 경향신문 출신 강진구 기자가 대표로 활동하는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 김건희 여사 ‘쥴리 의혹’ 등을 제기해왔다.

제보자 지씨는 뉴스타파와 MBC 등에 윤 대통령 및 검찰에 관한 각종 제보를 해왔던 인물이다. MBC가 보도한 ‘검언유착’ 의혹도 지씨와 MBC의 협업한 결과였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침입한 혐의를 받았던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기자(왼쪽)와 최영민 PD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침입한 혐의를 받았던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기자(왼쪽)와 최영민 PD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씨 전문위원 1년 채용… 월 1000만원에 2억 빌려줘 왜?

과거 더탐사 출연진이었으나 현재는 갈등 관계인 김두일씨는 지난 2일 더탐사와 지씨의 용역계약서(‘탐사취재 및 보도 용역계약서’)를 공개했다. 이 계약서는 강진구 더탐사 대표와 지씨가 지난해 9월7일 체결한 것이다.

주 내용은 더탐사가 지씨를 탐사취재 전문위원으로 1년간 채용하고 그 대가로 ①‘매월 지씨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과 여기에 더해 ②‘탐사취재비 2억 원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지씨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탐사보도와 관련해 보도 가치가 높은 취재 정보 수집 △권력형 비리에 대한 정기적 취재 활동 및 보고 △금융 범죄 등 전문 영역에 대한 탐사취재와 보도 자문 △다양한 취재원 발굴 및 연결 등이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지씨는 월 1회 이상 취재 결과물을 더탐사에 제공해야 하고 더탐사는 지씨 배우자 명의 계좌로 매월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지씨는 2억 원의 탐사취재비를 대여(연 이자 9%)받으면서 제3자 명의의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대여 기간은 대여일로부터 8개월이었다.

▲ 더탐사와 제보자 지씨의 취재 용역 계약서. 이 계약은 강진구 더탐사 대표와 지씨가 지난해 9월7일 체결한 것이다.
▲ 더탐사와 제보자 지씨의 취재 용역 계약서. 이 계약은 강진구 더탐사 대표와 지씨가 지난해 9월7일 체결한 것이다.

기성 언론에서 탐사보도를 해온 기자와 PD들은 생경한 계약이라는 반응이다. 지상파 방송 출신으로 현재도 탐사취재를 하는 A 기자는 “저널리스트가 아닌 사람과 취재용역 계약을 맺고 월 1000만 원씩 지급하는 건 결코 흔하지 않다”며 “지상파 방송이 외주 제작사와 프로그램 용역 계약을 맺는 건 다반사지만, 그 경우에도 완제품을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납품하고 그 취재물 형태가 무엇인지 등 계약 조건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라고 했다.

A 기자는 이어 “통상 제보자가 신변 안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합리적 수준에서 비용을 들여 지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도 “언론사가 전문위원을 채용하기도 하는데, 그에 비춰봐도 월 1000만 원이나 2억 원 대여는 지나치게 거액”이라고 전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오랫동안 탐사보도를 이끈 PD인 B씨도 “우리는 취재원에게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진 않는다”며 “다만 자문이나 전문위원으로 역할을 한다면, 노동의 대가를 지급할 수 있다. 단지 취재 결과물을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 공동 목적을 위해 취재를 함께 진행하는 거라면 보상이 뒤따를 수 있다”고 전했다. B씨는 “그럼에도 액수가 지나치게 높다”며 “상당한 고급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할 수준”이라고 했다.

반면, 공영방송에서 탐사보도를 해온 C 기자는 “탐사보도를 내부 인력으로만 하라는 원칙은 없다. 실제 영미는 외주 탐사보도가 많다”며 “더탐사 사례는 보도물이 아닌 사람, 즉 높은 가치가 있는 인력을 한시적으로 채용하는 형태라 큰 문제가 안 될 듯하다”고 했다. C 기자는 대여금 2억 원에 대해서도 “실질적 취재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 아닌 뭉칫돈을 주는 방식이라 의심스러워 보이지만 그것도 역시 사인 간 계약이라 딱히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 제보자 지씨가 지난 4월 더탐사 유튜브 방송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시민언론 더탐사 화면 갈무리.
▲ 제보자 지씨가 지난 4월 더탐사 유튜브 방송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시민언론 더탐사 화면 갈무리.

강진구 대표는 9일 통화에서 “제보자X가 수행하는 용역은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제보자X는 월 1회, 그 이상의 결과물들을 보내왔으며, 일정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제보자 지씨가 더탐사에 제공하는 ‘취재 보고서’는 방송 대본에 가까운 형태다. 그는 “그대로 PPT로 띄워 방송해도 좋을 만큼 고퀄리티”라고 말했다. 지씨는 주가조작 등 김건희 여사에 관한 취재를 이어왔다고 한다. 강 대표는 “돈을 주고 제보를 사온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제보자X는 독립적으로 취재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씨는 7일 계약서에 관해 “중요한 취재와 관련한 내용이고 이미 종료된 계약 사안”이라며 “보안이 요구되는 내용이다. 계약서 공개에 공모한 사람들 모두 이미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더 이상의 질문은 중요한 취재의 정보 공개 우려가 있어 구체적 답변을 못하는 점 양해 바란다”고 했다.

대여금 2억 변제 상황은? “상당 부분 갚았다”지만

지씨가 빌린 탐사취재비 2억 원의 대여 기간은 계약상 지난 5월6일까지였다. 지씨가 담보로 제공한 제3자 소유의 비상장주식의 담보 제공 기간도 지난 5월31일까지였다.

지씨는 얼마나 변제했을까. 강 대표는 “상당 부분 변제가 됐다”며 “취재 용역 계약은 기본적으로 고도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성립한다.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변제 기일에 차질이 빚어졌대도 변제에 무리가 없는지 판단하고 그 기일을 연장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경영상의 판단이다. 무 자르듯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지씨 본인 것도 아닌 제3자 소유의 비상장주식을 어떻게 믿고 거액을 빌려줬느냐는 질문에 “이 계약은 내가 임의로 작성한 게 아니라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입회하에 쓴 것이다. 변호사가 법률적으로 검토했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서를 쓴 것”이라고 했다.

▲ 더탐사와 제보자 지씨의 취재 용역 계약서. 이 계약은 강진구 더탐사 대표와 지씨가 지난해 9월7일 체결한 것이다.
▲ 더탐사와 제보자 지씨의 취재 용역 계약서. 이 계약은 강진구 더탐사 대표와 지씨가 지난해 9월7일 체결한 것이다.

그러나 더탐사를 비판하는 쪽은 회계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계약서를 공개한 김두일씨는 “더탐사는 사기 금융 전과 5범의 제보자X 지씨에게 연간 1억2000만 원의 취재 용역 계약을 맺고 고급 취재를 위해 2억 원의 대여를 해주었다. 제3자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이 담보로 제공됐는데 이미 그 담보 시한도 지났다. 당연히 계약서상 회수 일정도 지났다”며 “그런데 아직 원금 회수도 되지 않았다. 이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는 횡령·배임 의혹까지 제기했다. 더탐사는 시민 후원금으로 유지 되는 언론법인인 만큼 회계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더탐사 측은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더탐사 반대파가 주장하는 ‘20억 횡령’ 의혹이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주장했다. 더탐사는 “외부 감사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경찰 수사 과정을 통해 제보자X와의 용역 계약을 포함해 현 경영진의 어떤 횡령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7일 강진구·최영민 더탐사 대표와 박대용 사외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배임과 달리 횡령 혐의는 불송치됐음을 강조한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