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 중단 이후 포털 제재가 사라지자 음성적인 기사형광고와 함정 광고 등 ‘규정 위반’ 행위가 늘고 있다. 포털 뉴스가 ‘무법지대’가 된 셈이다.

22개 언론, 함정광고 ‘백버튼’ 부활
음성적 기사형광고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

포털 다음 검색제휴 언론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7월31일 기준 언론사 22곳이 제평위가 금지한 ‘백버튼’ 광고를 재개했다. ‘백버튼’ 광고는 기사를 본 다음 언론사 사이트를 빠져 나가기 위해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면 기사 화면 이전의 포털 검색화면으로 이동하는 대신 광고 화면이 뜨는 일종의 함정 광고다. 이용자가 피할 수 없기에 광고 단가가 다른 광고에 비해 크게 높다. 

제평위는 2020년 ‘백버튼’ 광고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제평위는 △링크 클릭했을 때 미리보기 영역에서 보여진 내용과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경우 △기사 제목 또는 본문 안에 기사와 무관한 페이지로 이동하는 링크를 삽입하는 경우 △이용자 동의없이 웹브라우저 히스토리를 조작하여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경우를 금지행위 유형으로 신설했다. ‘백버튼’ 광고를 유지하면 포털 제재를 받게 되면서 이 광고는 언론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그러나 제평위 운영이 지난 5월 중단되면서 ‘백버튼’ 광고도 부활했다. 언론사 22곳 중 20곳은 화면 전면을 덮는 ‘백버튼’ 광고가 떴고, 2곳은 기사와 광고가 섞인 페이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화면 전면을 덮은 광고를 운영하는 언론사 중 2곳은 광고가 뜬 다음 ‘뒤로가기’를 다시 눌러도 또다시 광고가 반복적으로 뜨게 했다.  

제평위 운영 중단 이후 돈을 받고 대가로 기사를 쓰면서도 광고라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는  음성적인 ‘기사형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 사업도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 백버튼 광고 예시. 언론사 기사를 본 후 '뒤로가기'를 눌렀을 때 광고가 뜨게 했다.
▲ 백버튼 광고 예시. 언론사 기사를 본 후 '뒤로가기'를 눌렀을 때 광고가 뜨게 했다.

복수의 언론홍보대행사 및 언론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1년 제평위가 기사형광고 사업을 한 연합뉴스 제재에 나서면서 사업이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최근 제평위 운영이 중단되면서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한 언론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연합뉴스 제재 당시 사업이 어려울 정도로 위축됐다.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계약 중단을 통보한 곳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후 포털이 연합뉴스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지 않았고, 제평위 운영까지 중단되면서 과거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은 대부분 다시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언론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연합뉴스 사태 당시에 메이저신문 물량이 80% 이상 줄었다”면서 “지금은 기존에 하던 메이저신문은 거의 다 하고 있다. 회복은 됐는데 경기침체 등이 겹쳐 (연합뉴스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70~80% 정도 수준”이라고 했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A언론홍보대행사와 포털 검색제휴 언론인 B언론이 2023년 상반기에 맺은 기사형광고 계약서.(재가공한 버전)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A언론홍보대행사와 포털 검색제휴 언론인 B언론이 2023년 상반기에 맺은 기사형광고 계약서.(재가공한 버전)

문제는 제평위 운영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유발하는 정도가 심한 기사형광고를 제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전 제평위원들에 따르면 소액결제 현금화와 같은 피해를 유발하는 사례나, 사기성이 짙은 기사는 제평위가 일정 부분 대응해왔다. 정도가 심할 경우 즉시 퇴출을 결정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정도가 심한 기사형광고가 포털에 올라와 피해를 늘리고 있지만 제재 수단이 없다. 불법 고금리대출로 금융 취약층 피해가 큰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를 홍보하는 기사형광고는 업체 연락처와 링크를 노출하는 조건으로 일주일 노출 기준 단가가 1200만 원까지 올랐다. 원래는 ‘치고 빠지기식’으로 운영됐지만 현재 포털 네이버에서 ‘소액결제 현금화’로 검색하면 기사형광고로 추정되는 기사들이 한 달 이상 남아 있다. 업체 연혁과 실적 등을 허위로 기재한 투자업체 뉴펀딩을 홍보하는 기사도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짝퉁 상품을 판매하거나 검증하기 어려운 부동산 기사형광고도 다시 늘고 있다. 이는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기사형광고들이다. 

한 홍보대행업체는 ‘뉴스폭격기’라는 이름의 기사형광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포털 뉴스와 웹사이트 등 총 60곳에 기사형광고를 뿌리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이 만든 영상을 포함해 판매하는 패키지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챗GPT를 활용해 블로그에 자동으로 게시글을 작성해주는 대행사가 늘고 있는데 뉴스 영역으로 확장돼도 직접적으로 제어할 기구가 없다.

“공백 어떻게 메꿀지 논의해야”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 논의 필요

정부여당의 압박 이후 지난 5월 제평위가 멈춰섰다. 국민의힘이 제평위를 연일 비판했고, 방통위는 제평위 법정기구화를 추진하고 있다. 제평위 법정기구화는 방통위가 지난해 구성한 1차 전문가 협의체에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방통위는 다른 전문가들로 2차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제평위 운영이 중단됐지만 해체되지도 않은 ‘모호’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제평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현재 제평위를 해산한 것도 아니고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포털이 언론과 약관을 맺고 제평위 결정에 따르도록 계약이 돼 있다”며 “정식적으로 해산을 하고 약관을 개정하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포털 제평위원을 지낸 언론학자인 정미정 박사는 “제평위는 기사형광고나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제재를 해왔다”며 “제평위가 완벽한 조직이 아니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는 개선을 해야 하는 문제인데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정미정 박사는 “없앴더니 벌어진 일들을 보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를 피해를 보고 있다. 이 공백을 어떻게 메꿀 것인지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제평위 모델이 가진 한계는 있다. 언론사와 포털 간 계약 문제를 외부 자문기구에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법적 쟁점이 됐고, 위원 추천 단체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작 언론의 선정적 보도 등 보도 내용은 규제하는 조항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제평위의 벌점 제도를 회피하는 ‘꼼수 대응’이 이어졌다. 한 언론홍보대행사가 기사형광고를 언론에 제안한 내용을 보면 “(본문에 업체 링크가 들어간) 링크기사 송출시 벌점이 기사 1건당 0.2점정도 나오고 있다”며 “대표님이 건수는 정하셔도 되는 부분이고 링크 기사를 작성한다고해서 네이버 퇴출당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 보통 저희와 진행했던 곳들은 벌점 4점 정도 되면 진행을 그만한다”고 설명했다. 제재를 받지 않을 정도만 규정 위반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효성 있는 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심영섭 교수는 “기존 제평위는 자문기구”라며 “보다 높은 차원의 자율규제 기구를 만들거나 사후 관리 기능까지 줘야 한다. 제재의 실효성을 갖추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현재 언론 자율규제기구들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기사형광고의 경우 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자율규제 기구로 있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리지는 않는다. 확인 결과 기사형광고나 이용자 기만 광고 등을 이유로 인터넷신문위의 중징계인 ‘서약승인 정지 또는 취소’와 신문윤리위원회 ‘과징금’을 결정한 사례는 없다.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2021년 9월23일 프레스센터에서 7개 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 기구 실천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2021년 9월23일 프레스센터에서 7개 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 기구 실천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2021년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방안 연구위원회가 발표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안’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언론단체들은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출범을 발표했다.

기구안을 보면 규약을 위반한 언론사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한 달 안에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담았다. 자율규제와 언론 공적 기금 지원을 연동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중대한 규약 위반에는 언론에 제재하는 내용도 있다. 제평위가 2021년 한국언론학회에 의뢰한  ‘네이버 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는 대안 모델 중 하나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와 연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가 이상적으로 구성되면 사기업체의 기사형광고에 직접적으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고, 음성적인 기사형광고를 하지 않는 언론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포털, 정부와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구현하기 어려워졌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는 “신문사들이 문제가 생기면 네이버 탓을 한다. 네이버가 잘하는 건 아니지만 탓하기 전에 언론이 주도적으로 자율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용어설명]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직접 실시해오던 언론사 제휴 심사를 공개형으로 전환하겠다며 공동 설립한 독립 심사기구. 심사 공정성 논란에 시달린 포털이 심사 권한을 외부에 넘기면서 논란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사 단체 중심으로 구성돼 초기부터 비판을 받았다. 출범 과정에서 시민단체, 변호사 단체 등을 포함해 외연을 확장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은 제평위가 편향됐다며 압박했고 정부가 제평위 법정기구화를 추진한 가운데 지난 5월 양대 포털은 제평위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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