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7월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일해서 버는 돈보다 많은’ 실업급여가 실직자의 노동시장 복귀를 지원하려 한 기존 역할 대신 노동시장의 불공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 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실업급여를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없이 꺼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당정의 실업급여 축소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자 모욕한 국민의힘·윤석열 정부

공청회 자리에서 실직자·여성·청년 비하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주관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는 △실업급여 하한핵 하양 또는 폐지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행정 조치 강화 △실업급여 수령 최저 근무기간 연장( 180일→1년) 등이 논의됐습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했다”며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 언급했는데요. 박대출 의장은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높은 하한액 제도와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요건으로 단기취업과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왜곡된 관행”이 생겨 “지난해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이 28%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청회에서는 ‘시럽급여’를 비롯해 실업급여 수급자를 비하하는 주장이 연이어 등장했는데요. 임이자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은 “일하는 개미보다 베짱이를 더 챙겨주느냐는 여론이 있다”며 실업급여 수급자를 ‘베짱이’에 비유했고, 조현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는 성차별적이며 일방적인 주장으로 수급자를 비하했습니다. 아주경제 <공청회장서 정부 담당자 “실업급여, 여성들은 샤넬 선글라스 사”>(7월13일 원은미 기자)는 조현주 실업급여 담당자 발언을 상세히 전했는데요. 조 담당자는 실직자들이 “퇴사 전에 실업급여 신청하러 센터를 방문하는데, (대개) 웃으면서 방문한다”면서 “어두운 표정인 이들은 주로 남성이며, 장기간 근무하고 갑자기 실업을 당해 이들은 고용보험이 생긴 목적에 맞는 반면, 여성과 계약기간 만료자, 젊은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담당자는 수급자들이 “실업급여 받는 도중 해외여행을” 가거나 “일했을 때 자기 돈으로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든지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며 불명확한 사실을 언급했는데요. 아주경제는 “남성만 성실한 일꾼으로 포장”한 것으로 부적절하단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7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7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실업급여 취지 폄훼한 모욕적 발언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고 폄훼하거나 실업급여 수급자를 ‘베짱이’에 비유하고, 여성·청년 실직자를 비하하는 발언은 수급자를 부정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잘못된 주장으로 실업급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엔 전혀 도움 되지 않습니다.

한겨레 <“실업급여로 샤넬” “시럽급여”… 구직 청년·여성 비하한 당정>(7월13일 이주빈 기자)은 “요즘 젊은 애들이 실업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사용자들이 이들을 뽑아 필요한 기간만 노동력을 쓰고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누리꾼들의 의견과 함께 “실업급여는 노동자가 실업을 대비해 고용보험을 들어서 받는 돈”으로 “뭘 사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의지”이지, “호도하는 것은 실업급여 취지 자체를 폄하하는 것”이라 지적한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의 주장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시럽급여” 할 말인가...야 선동 맞설 무기가 ‘거친 입’ 뿐인 여>(7월14일 박수찬·김태준 기자)도 “시럽급여라는 거친 말이 나오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하는 역풍이 불었다”고 비판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실업의 고통을 만든 정치권”에서 ‘할 말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업급여가 재정을 축내는 원인을 점검해보자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야 설득력이 있는데, 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를 들어 실업급여 자체를 공격하는 건 잘못”이며 “책임감도 없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는데요. 조선일보는 여당 내에서도 “‘남녀 갈라치기’로 비칠 수 있다” 지적이 나온다며 “실업급여는 내가 낸 고용보험료가 기본 재원이고 지급 조건도 까다로운 데, 보험료 한 푼도 안 보태준 국회의원들에게 모욕당한 느낌”이라고 한 익명의 수급자 발언도 전했습니다.

실업급여에 관한 잘못된 주장 늘어놓은 언론

조선일보, 실업급여도 문재인 정부 탓

조선일보는 실업급여 관련 문제도 문재인 정부의 탓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최저임금 80%’ 실업급여 하한액 낮추거나 폐지 검토>(7월13일 김승재 기자)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면서 실업급여도 같이 올랐는데, 그 결과 일하는 사람이 받는 세후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아지는 등의 부조리가” 생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실업급여 하한액과 관련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게 돼 있”다면서도 “지난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며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을 각각 16.3%와 10.9% 인상하면서 실업급여 하한 액수도 2017년 하루 4만 6584원에서 2019년 6만 120원으로” 높아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힘들게 일하느니 실업급여를 받는 게 낫다’는 풍조가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밖에도 문화일보 <“최저임금 월 179만 원 vs 실업급여 184만 원,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당정, 실업급여제도 개선 착수>(7월12일 임대환 기자), 매일경제 <월급보다 많은 ‘시럽급여’ 없앤다… 전임금의 60%만 지급>(7월12일 김희래 기자), 서울신문 <쉬면 더 벌게 하는 ‘실업급여’… 당정, 확 뜯어고친다>(7월13일 이민영 기자) 등 언론은 당정의 엉터리 계산을 받아쓰며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부 ‘세후 소득’ 과소추정 가능성 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최저임금이 급증해 실업급여가 근로자의 세후 월급보다 많아지는 부조리가 생겼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노동부의 근로자 세후 소득 계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한겨레 <얼마나 적으면 실업급여만 못해…저임금 대신 구직자 잡는 국힘>(7월14일 김해정 기자)는 “여당 주장의 근거가 된 노동부 자료를 보면, 노동부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을 179만 9800원, 최저 월 실업급여를 184만 7040원으로 계산”했는데, 근로소득 “원천징수 되는 세율(국세, 지방(소득)세, 4대 사회보험료)을 10.3%로 일괄 적용”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소득세율이 현저히 낮고 정부가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납입액의 80%를 대신 내주는 두루누리 사업 지원(2022년 약 77만 명)”을 받기 때문에, 조정한 세율(약 6.1%)을 적용하면 “세후 월 근로소득은 188만 6660원으로” 올라 “최저 월 실업급여보다 많아 역전 현상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는데요. 한겨레는 “하한액 적용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각종 공제제도로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사실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세후 소득이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KBS <실업급여가 세후 임금보다 많다? 따져봤습니다>(7월14일 홍성희 기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며, 2020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37%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KBS는 “사회보험료 역시 정해진 금액을 전액 부담한다고 가정하는 건 무리”라며, “세후 임금이 실제보다 적게 산정되면, 자연스레 세후 임금보다 실업급여액이 더 많은 수급자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추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실업급여 하한액은 “그 해의 최저임금 그리고 수급자의 실직 전 소정근로시간에 연동”되는 만큼, “고용이 불안정한 단시간 근로자일수록 액수가 적어지는 구조”로 “단순히 역전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업급여 상한액 5년째 동결

▲ 2021년 7월13일, 최저임금 인상률 변화를 시각화한 이코노미스트
▲ 2021년 7월13일, 최저임금 인상률 변화를 시각화한 이코노미스트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증가는 박근혜 정부와 비슷한 수준이며, 실업급여 상한액은 5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실직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논평-저임금 취약노동자의 실업급여마저 삭감하려는 윤석열 정부. 여당에게 ‘약자’는 재벌 대기업과 부자 말고는 없는가?>(7월12일)을 통해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노동자들이 실업에 처하게 되는 경우 생계 보장을 위한 조치인 급여 하한액 보장은 사회보험의 연대성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장려해야 할 부분이지 백안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 정부 탓을 하지만 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 인상률 수준이며, 실업급여 상한액은 5년째 동결되고 있다는 점은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요.

▲ 연도별 구직급여 상한액 및 하한액.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연도별 구직급여 상한액 및 하한액.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승하고 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이라고는 언급했지만,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 1일 6만6000천 원 이상의 금액을 받지 못한다는 점은 생략했습니다. <고용보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최저 월 실업급여는 184만 7040원(6만1568원×30일)이며 최고 월 실업급여는 198만 원(6만6000원×30일)으로 구직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요. 실업급여는 ‘일하느니 실업급여 받는 게 낫다는 풍조가 확산’할 정도로 넉넉한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지급액 적고 기간도 짧은 실업급여

OECD를 근거로 우리나라 실업급여액이 많다고 주장하는 기사는 더 있습니다. 한국경제 <월급보다 더 받는 실업급여 없앤다… 받던 임금의 60%만 지급>(7월12일 곽용희·양길성 기자)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은 실업급여 수급액이 순 최저임금보다 많은 유일한 회원국’이라며 ‘근로자가 일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렇다 보니 구직자들이 재취업보다 실업급여 수급을 선호하는 사례도 관측된다”고 주장했는데요.

▲ 7월12일, OECD와 우리나라 실업급여 수준을 비교해 보도한 MBC
▲ 7월12일, OECD와 우리나라 실업급여 수준을 비교해 보도한 MBC

MBC <하한액 높다?… “지급액 적고 기간 짧아”>(7월12일 이재욱 기자)는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하한액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4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지만, “실업자가 실제로 받는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로 비교적 낮은 편으로 지급 기간 역시 짧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높은 집값, 사교육비용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실업자 가구는 더 취약”하다고 짚었는데요.

연합뉴스 <노동부 “실업급여, OECD보다 안 높아… 과도한 지출 아니다”>(2021년 6월17일 이영재 기자)에 따르면, 2년 전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많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 아니라며 과도한 지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국내 실업급여 지급 수준은 평균임금의 60%로, OECD 주요국인 독일(순임금의 60∼67%), 프랑스(기준 임금의 57∼75%), 포르투갈(임금 총액의 65%)보다 높지” 않으며 “실업급여 지급 기간도 4∼9개월로, 독일(6∼24개월), 프랑스(4∼24개월), 포르투갈(5∼18개월)보다 짧은 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실업급여의 하한액이 최저임금과 연동되며 지급 기간 역시 2년 전과 동일한 만큼, 고용노동부의 의견은 현재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실업급여 지급액이 높은 수준이 아니며 과도한 지출이 아니란 것이죠.

실업급여, 고용안전망 취지 고려해야

<고용보험>은 실업급여를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하여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 주는 제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자발적인 이유로 실직한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해 고용보험료를 납부한 실직자가 받습니다. 이직의 불가피성을 확인받아야 하며, 불안전한 고용의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최소한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해 주자는 취지입니다.

매일노동뉴스 <국민이 도둑놈으로 보이는 정부와 여당>(7월13일)에서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은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데도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담자를 자주 접한다”고 밝혔는데요. “인간이 게으르게 일하지 않고 남의 돈이나 빼먹으려 한다는 낡은 인간관에 기반해 국가를 경영하려 한다”며 실업급여 수급자가 “그들의 눈에는 국민 나랏돈 빼먹을 모두가 도둑놈으로 보이나 보다”고 꼬집었습니다.

근로자의 세후 월급과 실업급여 하한액의 역전 현상이 문제라면, 언론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문제라면, 체계적인 관리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합니다. 실업급여 수급액을 줄이는 방식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수급자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본질적 대안이 될 수도 없습니다. 언론은 실업급여의 고용안전망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먼저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7월12~14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실업급여’로 검색한 보도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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