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기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하고 자사 관련 기사 댓글에 동료들을 비방해 해고됐던 포항MBC 기자(A기자)가 법원 판결에 따라 복직했다. 포항MBC는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한 A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직 6개월로 다시 징계했다. 포항MBC 구성원들은 회사의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하며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많은 것들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포항MBC 민주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포항MBC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A기자에 대한 재징계 6개월 정직을 결정했다. 지난 14일 A기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정한 1심에 대한 항소는 2주 이내로 해야하는데, 사실상 항소를 포기하고 26일 복직한 A기자에게 해고보다 낮은 징계 수위인 ‘6개월 정직’을 결정했다. 판결문이 나온 다음날인 21일 오전 이미 포항MBC는 간부회의를 열고 항소 포기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기자는 2021년 후배기자들에 대한 욕설과 자사 기자들을 향한 비방 댓글을 이유로 포항MBC에서 해고됐다. A기자는 2021년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기자들에게 직장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이유로 신고당했는데, 보도부 소속 후배기자 2명은 지난 2019년부터 A기자로부터 지속적인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고 사내에 신고했다. 

판결문에 적시된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A기자는 2021년 2월15일 후배 기자 B씨를 향해 “X같은 X”, “XXX”, “못배운 X”, “쟤는 애초에 자격이 안 되는 애가 들어와서 그런 것이다, 떨어졌어야 하는데 들어왔다, 개념이 없다”는 폭언을 했다. 2020년 9월28일 회사로부터 격려상을 받고 들어온 후배 기자 C씨를 향해서는 “씨X”이라는 욕설을 써가며 키보드를 쾅쾅거리며 화를 냈고 “너는 네가 상을 받는다는 걸 언제 알게됐냐, 상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화를 냈다. 

2019년 10월5일에는 C씨를 불러 “스탠드업(현장에서 리포트를 위해 서 있는 취재기자의 모습) 에서 손을 왜 흔드냐, 덜 떨어진 애 같다”, “어디 가서 내 후배라고 하지 마라, 쪽팔린다”며 폭언을 했다. 포항MBC 사측은 직접적인 관련자들을 비롯한 보도부 소속 기자, 인턴기자 등을 조사한 결과 상당 부분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 포항MBC 로고.
▲ 포항MBC 로고.

A기자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온라인에 송출된 포항MBC 및 MBC 관련 기사에 14회에 걸쳐 비방 댓글을 달기도 했다. 2개의 아이디를 사용하거나 닉네임을 자주 바꾸는 모습도 확인됐다. 

2020년 10월 동남권 원전 8기 가동중단 사태를 다룬 포항MBC 보도 <태풍에 줄줄이 ‘가동중단’…“원전 안전한가”>에 “정권의 나팔수 엠비시. 이 기사도 역대 최고의 부역 기사로 남을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2020년 10월 포항 현대제철 공장에서의 산재 사망 사건을 다룬 기사 <“1500도 쇳물에 추락사…‘노후설비 바꿔달라 호소했지만’”>에는 “기레기XX 신문기사 받아쓰기 해놓고서는 마치 본인 특종처럼 으스대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미디어 전문지의 MBC 관련 보도에도 “포항MBC의 월성원전 보도와 관련하여 검찰은 포항MBC를 압수수색해야 한다”, “포항MBC는 좌편향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재벌과 대기업에 대하여 무조건 악의적이고 편향적인 보도를 하기로 아주 유명한 회사”, “포항에 주소를 갖지도 않은 기자가 포항 기업 죽이려고 포항 경제 망치게 해놓고서는 자신이 만든 다큐가 대단한 듯 떠드는 모양새가 위선”과 같은 비방성 댓글을 작성했다. 

이에 포항MBC는 2021년 6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고를 의결했다. A기자가 재심을 신청했으나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자 A기자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징계수위가 과하다는 이유로 A기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비방 댓글’과 관련해서도 댓글의 상당수가 집중된 D기자와 포항MBC 사측이 A기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은 2022년 2월24일 해당 해위에 대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댓글을 게시한 것으로 보이고, 표현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A기자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다. 대구고등검찰청에서도 지난해 6월30일 포항MBC 사측과 D기자의 항고를 기각했다. 

포항MBC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지난 14일 A기자의 행위는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해고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전지방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덕)은 “해고는 중징계 중에서도 가장 중한 징계처분”이라며 “댓글 게시행위나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자체가 피해자들의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도록 악화시킬 정도에 이른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및 의견교환이라는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보호할 가치가 크다”는 점도 구체적인 판단 이유로 적시했다. 노조에 따르면 A기자는 직장내 괴롭힘 신고자 기자 두 명에게 2021년 인사위원회 재심을 앞두고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한다’는 형식적인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D기자에게만 2021년 4월 직접 사과했지만 재판부는 “직장 내에서의 자신의 행실 등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잘못을 사과하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 등을 보냈다”며 사과 사실을 인정했다. 

A기자는 본인이 노조 간의 갈등으로 인해 보도국 내부에서 따돌림을 당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비위행위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직장 내 노조 간 갈등이나 인간관계 등을 이유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구체적인 판단 이유로 인정했다. 

현재 포항MBC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포항지부’와 2017년 MBC 파업 이후 만든 ‘포항MBC 민주언론노동조합’ 등 노조가 두 곳이다. A기자는 언론노조 MBC본부 포항지부 소속 조합원이다. 민주언론노조에 따르면, 언론노조 MBC본부 포항지부는 네 번씩이나 ‘구성원들은 이 사람을 용서했다’는 내용으로 가해자를 구제하자는 탄원서를 썼다. 

A기자는 ‘노노갈등’이 댓글을 쓰게 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2021년 12월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A기자는 노노갈등이 아니라 ‘내가 나약해지면서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됐다’, ‘나 개인이 잘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언론노조 MBC본부 포항지부의 상급단체인 언론노조 MBC본부는 A기자를 대상으로 한 징계 검토에 들어갔다.  

“구성원들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졸속 처리된 항소 포기 결정” 비판 이어져

앞서 기자협회와 포항MBC 민주언론노조는 사측에 항소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마땅한 분리 대안도 없이 A기자가 복귀한다면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당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포항MBC지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 “엄정한 정의 실현을 위해 인사위원회를 통해 결정했던 해고 조치를 추가 소송을 통해 반드시 이행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확실한 보호 대책을 수립하라”며 “피해자들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성 댓글의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피해를 당한 후배 기자들은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했다. 

포항MBC 민주언론노조도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A기자가 복귀한다면 포항MBC의 조직은 파괴되고 새로운 분열과 갈등이 시작될 것”이라며 “해고를 결정한 것은 회사였고 아직도 그 판단을 존중하는 구성원이 대다수다. 법원의 판단만으로 물러설 사안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된 항소 포기 결정은 철회하고, A기자에 대한 항소를 반드시 이행하라”고 했다. 

이날 인사위원회의 결정이 확정되면 A기자는 올해 안에 회사에 복귀하게 된다. A기자는 인사위원회 결정에 대해 일주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재심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결정은 확정된다. 

민주언론노조는 가해자의 철저한 격리와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 강구를 요구하고 있다. 양재혁 포항MBC 민주언론노조 위원장은 26일 미디어오늘에 “인사위원회로 들어간 간부들이 회사의 구성원을 대표한다고 볼수도 없는데 그들을 모아놓고 단 한 차례의 회의만으로 (항소 여부를) 결정했다”며 “심지어 피해자와의 분리 대책마저도 아직 미지수다. 회사의 인력풀이 매우 좁은 구조임에도 회사는 A기자를 어느 부서로 어떻게 복귀시켜야 될지 아무 대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김욱한 포항MBC 경영기술국장은 미디어오늘에 “깊은 고심 끝에 회의를 통해 정책적 결정이 내려졌다”라며 “결정적으로 행정소송 1심 판사의 판결문에 현재 포항MBC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를 취할 수 없을만큼의 소규모의 회사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명확하게 명시되어있었다. 그래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고, 주문대로 최대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하기 위해 많은 것들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아울러 “오늘 인사위원회에 출석했을 때도 (A기자) 분리 조치를 했고, 정직 6개월이니까 징계 심의가 끝나는 동안 회사 출근을 안하게 유급휴가를 명령했다”며 “6개월 뒤 출근을 한 후에 대해서는 회사가 여러 가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