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이후 킬러문항 배제, 사교육 이권카르텔 단속, 자사고 외국어고 존치 등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두고 일부 방송사들이 “교육 당국이 되레 사교육을 부추긴다”, “킬러문항이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것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킬러문항 배제에 따른 변별력 유지 부담으로 일선 교육계에서는 9월 모의평가 및 수능 출제 위원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2일 학원들이 허위, 과장 광고를 하는지, 또는 수강료를 과도하게 받는지 같은 걸 2주 동안 집중 단속하겠다며 불공정한 사교육 카르텔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오는 26일 어떤 것이 킬러문항인지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JTBC는 22일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룸> ‘‘수험생 불안’ 대책 대신 ‘남 탓’’ 리포트에서 정부 공교육 대책을 비판했다. 안나경 앵커는 “물론 사교육에 의존하는 지금의 입시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 건 맞는다”면서도 “다만, 수능이 다섯 달쯤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주무부처의 수장이 구체적인 대책 대신, 사교육 업체 탓을 하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JTBC는 킬러문항을 없애겠다고 하니 학부모들이 문제의 변별력을 잃거나 ‘준킬러 문항’을 새로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교육업체가 불안 마케팅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JTBC는 이를 두고 “되레 교육부가 내놓은 공교육 대책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며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와 특목고를 그대로 두는 건 고교 입시의 사교육 수요를 더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JTBC가 지난 22일 뉴스룸에서 수험생 불안을 잠재울 대책 대신 사교육업체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 22일 뉴스룸에서 수험생 불안을 잠재울 대책 대신 사교육업체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SBS는 킬러문항이 정말 공교육 과정에서 벗어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SBS는 22일 <8뉴스> ‘“킬러 문항 외 정답률 등 공개해야”’ 리포트에서 김현우 앵커가 “초고난도 문제가 정말 학생들이 배우지 않는 데서 나오는 건지를 놓고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육부가 다음 주 월요일 최근 수능에서 나왔던 초고난도 문제들을 공개할 예정인데, 현장에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SBS는 킬러문항의 사례로 과학 지문에 수학적 내용까지 들어간 지난해 수능 국어 17번 문제, 과학분야와 심리 철학 지문이 등장한 지난 6월 모의평가 국어영역 문제 등을 제시했다. SBS는 “그런데 교육과정을 넘어선 건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현행 2015 교육과정에 따르면 인문 예술, 사회 문화뿐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 독서 능력이 교육 내용과 평가 기준으로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SBS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 과목 융합형 문제가 사교육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수능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라고 되레 킬러문항 배제에 이견을 제기했다.

SBS는 교육부의 킬러문항 공개 방침에 “학교 현장에서는 더 많은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SBS는 박상현 서울 목동고 교사(서울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소속)가 “문항별로 어느 정도 학생이 정답률을 보였는지 자료가 제공됐을 때 아이들을 지도하든지 수업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SBS가 22일 8뉴스에서 정부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겠다고 한 킬러문항이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것이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영상 갈무리
▲SBS가 22일 8뉴스에서 정부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겠다고 한 킬러문항이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것이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영상 갈무리

동아일보는 킬러문항 배제로 인한 변별력 유지 부담으로 교사들이 모의평가와 수능 출제위원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동아일보는 23일자 4면 기사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 유지’ 부담에… “출제위원 기피 분위기”>에서 오는 9월 모의평가에 출제위원들이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계 종사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출제 기법을 ‘고도화’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너무 추상적이다”라고 말했고, 서울 A고교 국어 교사는 “올해 출제위원장, 검토위원장은 특히 섭외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출제 당국인 평가원의 가장 큰 고민은 출제 및 검토위원들이 문제를 만들 때 ‘예상한 난도’와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라며 “난도를 조절해도, 수험생 집단의 학력 수준에 따라 평가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28일 공개되는 6월 모의평가 결과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부총리가 교육과정평가원이 ‘킬러 문항 배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한 이견도 제시했다. 동아일보는 “하지만 학교와 입시기관의 판단은 다르다”며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6모가 공교육 밖에서 출제됐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2023년 6월23일자 4면 머리기사
▲동아일보 2023년 6월23일자 4면 머리기사

동아일보는 오는 9월 모의평가 출제위원들이 ‘킬러 문항을 하나도 출제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출제위원은 교수, 교사들이 들어가는데 벌써 이들 사이에서 ‘올해 출제위원 참여는 피해야 한다’는 말도 나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교육부 감사, 평가원 감사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문제를 잘못 냈다가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국어 교사는 “수능 출제위원이 되면 수당도 받고 경력에도 도움이 되는데, 그래도 올해와 내년은 피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고, 인천의 고교 영어 교사는 “수능 출제위원은 교사 경력의 정점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혹시 평가원 연락을 받아도 안 하겠다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