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교육위원회와 교육부 등 정부여당이 당정협의회를 통해 이른바 이번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없애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면서 정작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은 존치하겠다고 밝혀 앞뒤가 안 맞고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실상 대학입시 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런 특목고 탓에 일반고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사교육 해소의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수능 시험 5개월을 앞두고 문항 유형 등 출제형식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불법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 논란이다. 대입 전형 계획의 변경은 4년전에 공표해야 한다는 고등교육법에 배치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교육위와 교육부는 지난 19일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여,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하며, 지역의 자율적인 교육혁신을 통한 교육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당정은 수능의 ‘킬러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므로, 앞으로 ‘공정한 수능’ 평가가 되도록, 이를 출제에서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에 내모는 행태를 방지하려고 킬러문항은 없애면서 자사고 외교 국제고는 존치하는 이중적 결정을 한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진나 19일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위원들과 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진나 19일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위원들과 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서부원 광주 살레지오고 교사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관성이 없는 것 같다”며 “교육부에서도 자사고하고 외고 등을 이렇게 존치하겠다고 그러는데 자사고, 외고 등을 수능으로 비교하면 이게 킬러문항”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사는 “그런 것들을 두고 애꿎은 문제 유형 하나 끌어와서 한다는 건 이게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특정 문항(킬러 문항)의 배제 계획을 밝힌 것이 대입 전형 계획의 변경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센터 소장은 20일 같은 방송에서 “법 위반이 될 수가 있다”며 고등교육법을 들었다. 이 법의 제34조의5의 제1항을 보면, ‘교육부 장관은 시험의 기본 방향, 과목, 형식’ 등의 경우를 정하거나 변경할 경우에는 해당 입학연도의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 전까지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 소장은 “시험의 기본 방향이 킬러 문제 없애고 조금 난이도 조절하고 이런 것들을 5개월 앞두고 지금 방침을 바꾸겠다는 건데, 이건 상당히 부적절하고 학부모와 국민들은 불안, 혼란, 막막함, ‘뭘 어떻게 준비해야 되지’라는 생각에 멘붕 상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니까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분들이 불안감을 야기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킬러 문항을 없애도록 주문한 반면 자사고, 특목고는 유지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정부·여당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문을 하고 있다”며 “교육계에서는 킬러 문항 폐지가 ‘물수능’을 만들고 오히려 사교육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 제1항 강조표시. 사진=법제처 법률지원시스템 갈무리
▲고등교육법 제34조의5 제1항 강조표시. 사진=법제처 법률지원시스템 갈무리

 

박 대변인은 “각 대학의 대학별 고사가 더 까다로워지며 오히려 다른 형태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고, 사실상 본고사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썼다. 그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최대 요인인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존치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정부·여당은 당장 수능을 다섯 달 앞두고 수험생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작심하고 조장했다는 말이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혼란을 만들어낸 이유가 무엇인지 답하라, 수험생들의 미래를 망치고 공교육의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지시를 철회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른바 ‘킬러 문항’이 폐해가 많으면서도 불가피하게 유지된 것과 관련해 일선 학교에서는 변별력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부원 광주 살레시오고 교사는 학생들이 킬러 문항을 정의하는 표현을 두고 “교육 과정 안인지 밖인지 이런 건 상관없다. 분초를 다투는 시험에서 상당한 시간과 테크닉이 요구되는 그런 문제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했고, 이른바 ‘준킬러 문항’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에 배운 방식대로 풀어도 되는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별도의 문제 테크닉이 필요한 문제, 이런 게 준킬러라고 학생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고 전해다. 서 교사는 “이런 것들이 회자된다는 게 씁쓸하다”며 “수능이 과연 대학에서 수학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인지 이게 완전히 성격이 좀 변했다고 봐야겠죠”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런 킬러 문항이 출제되는 이유를 두고 서 교사는 “변별력”이라며 “오로지 일렬로 줄 세우기 위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만약 문제가 쉬워질 경우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내신) 등급 산출 기준 4%(1등급), 9%로 죽 있는데 100명이 시험 봐 무조건 4명 안에 들어가야 1등급이라는 얘기”라며 그런데 만점이 4명을 넘어 10명이 나올 경우 그 학생 모두 다 아래 등급 즉 2등급 또는 3등급으로 내려 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이 ‘내가 문제를 틀리는 것’ 보다 ‘다른 친구들이 문제를 맞히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더 충격으로 받아들인다고 서 교사는 전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에 당정협의회를 주도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자사고 외고 존치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에 “중학교 상위권 학생들은 그 학교가 아니더라도 사실 사교육에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 부분과 함께 우리가 교육의 다양성 부분을 어떻게 확보해줄 거냐는 것도 공교육 경쟁력 강화 측면하고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킬러문항 배제를 두고 “이것이 공교육 과정 내에서 훨씬 바깥에 벗어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킬러 문제는 배제해야 된다고 한 것”이라며 “변별력을 위한 난이도 조정 문제는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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