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를 대상으로 검사를 벌이고 있다. EBS와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각각 방통위로부터 320여억 원, 361여억 원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받았는데, 집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피는 검사다. 방통위는 ‘정기검사’라고 설명했지만 방통위원장이 부재한 직무대행 체제에서 감사 조직을 이례적으로 10명 넘게 대폭 확대해 벌이는 검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받은 방통위 검사 관련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지난달 26일 방통위는 <보조사업 점검평가단 집행점검 실시 알림> 제목의 공문을 김유열 EBS 사장과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에게 발송했다. 공문은 EBS와 방통심의위에 지급된 보조금이 적정하게 사용됐는지를 점검하고 E나라도움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점검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쪽부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연합뉴스.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위쪽부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연합뉴스.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방통위는 EBS와 방통심의위에 지난달 31일까지 사업수행계획서, 정산보고서, 실적보고서, 회계감사보고서, 중요재산 목록, 사업수행 산출물, 거래처 거래내역, 근태관리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방통위는 두 기관에 대한 검사가 ‘정기검사’라는 입장이다. A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내용을 검사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보조금 집행에 따른 정기 검사”라고 했다. 그러나 방통위원장이 부재한 대행 체제에서 방통위 역사상 전례 없는 감사 조직 확대와 함께 이뤄지는 검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방통심의위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정연주 위원장의 임기가 2024년 7월까지다. 방통위 검사와 별개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지난 1월부터 유시민씨의 누나인 유시춘 EBS 이사장의 선임 과정이 적절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4일 감사원 감사관 4명, 검찰 수사관 2명, 경찰관 2명, 국세청 조사관 1명 등 총 9명이 방통위에 파견됐다. 전례 없는 파견 규모다. 기존 방통위에는 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3명 있었다. 파견된 인력들은 조성은 사무처장과 같은 층에 있는 감사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특히 감사원 파견 인력들은 감사관 및 4급 기술서기관 2명, 5급 부감사관 2명 등인데, 이들은 감사원 내에서 감사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EBS와 방통심의위 감사에 힘을 쏟고, 추가적인 감사 및 검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쪽부터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방통심의위.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EBS. 사진=미디어오늘.
▲위쪽부터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방통심의위.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EBS. 사진=미디어오늘.

앞서 인사혁신처는 2일 대통령 명의의 인사 명령으로 조성은 전 감사교육원장을 방통위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으로 임명했다. 방통위 역사상 방통위 업무 경험이 없는 최초의 사무처장이다. 조성은 사무처장은 감사 업무 이력이 많은 인사다. 2011년 9월 감사원 금융기금감사국 제2과 과장 3급으로 승진했다. 2015년 경찰청 감사관도 역임했다. 이후 감사원 내 공공기관감사국 국토·해양감사국 등 고위감사공무원을 지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해 이명박 정부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파견 인력들의 파견 기한은 3개월로 알려졌다. B방통위 관계자는 “파견된 인력들의 파견 기한은 3개월인 걸로 알고 있다.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검사가 다른 방송사 및 기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방통위 산하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도 방통위의 검사 및 감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C방통위 산하기관 관계자는 “우리 기구도 이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이 아직 있다 보니 방통위, 방통심의위 다음은 우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관장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한 조한규 이사장 체제이고, 조 이사장 체제 하에 시청자미디어재단 주도로 ‘팩트체크넷’ 등 팩트체크 사업이 진행됐다. 이백만 코바코 이사장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