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참관은 어렵다?

▲ 인천시 온실가스의 45% 이상을 배출하고 있는 영흥화력발전소 전경. 사진=ⓒ 이상림
▲ 인천시 온실가스의 45% 이상을 배출하고 있는 영흥화력발전소 전경. 사진=ⓒ 이상림

“시민기자입니다만…”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정의로운 전환’의 진행 상황 취재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인천시가 주최한 영흥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연구용역 중간발표는 6월 1일 열릴 예정이었다. 시민기자로 참석해 발표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인천시청 관계자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시청은 공간이 협소하고 최종 보고도 아니니 시민 참관은 어렵다”며 “공개하는 발표 자료만 참조하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연구 자료마저도 시청이 공개하지 않아 지역 환경단체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명시돼 있다(편집자 주 : 기후위기에 대응해 지역 혹은 업종에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때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개념.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일방적인 전환 책임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정의로운 전환 실행을 위해 가장 중요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바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이다.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 주민, 행정, 시민사회단체 등이 전환의 주체가 돼야 한다. 단지 일자리 전환이 아닌 녹색 에너지 전환의 추동력이 돼야 함에도 기업과 행정은 그 과정을 위한 준비와 사회적 소통에 의지가 없다는 게 연구 발표마다 지적해왔다.

● 탄소중립 기본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에 관하여 기후위기 사회안전망의 마련, 정의로운 전환특별지구의 지정, 사업전환 지원, 자산손실 위험의 최소화, 국민참여 보장을 위한 지원, 협동조합 활성화,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 설립 등의 시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원칙적이고 추상적 수준임.

- 영흥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연구용역 중간보고 (2023년 6월)

● 2021년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50년까지 모두 폐쇄한다는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과정뿐 아니라, 결과도 정의로워야 한다. 하지만 고용과 일자리 전환에 대한 내실 있는 대책과 계획은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심지어 고용보장은 고사하고, 일차적인 당사자인 발전 노동자와의 논의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도 귀를 닫고 있다.

-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 방안연구 (2023년 1월)

전환의 주체를 찾아서

인천시는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2030년 영흥발전소를 모두 조기 폐쇄하는 공약을 발표하고 추진하고 있다. 급박한 기후위기 상황, 발전소에서 나오는 지역의 분진 피해를 생각하면 조기폐쇄는 인천 시민과 환경단체 모두가 희망하는 공약이다. 문제는 조기폐쇄에 따른 영흥발전소 노동자의 일자리 전환과 피해가 예상되는 일부 주민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이다. 게다가 대체 발전으로 계획된 것은 논란이 많은 LNG발전소 건립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탈석탄’이란 피할 수 없는 산업 전환이다. 국가 행정의 확고한 실행 의지와 함께 시민과 노동자의 참여, 그리고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영흥발전소 조기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연구 결과, 국가 정책은 모호하고 전환 당사자들은 주체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충현 인천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는 발전소와 직접 관련된 사람들, 즉 노동자나 지역 주민”이라면서도 “이들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와 그로 인해 생긴 기후위기가 우리 모두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시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한 이충현 활동가는 “인천시에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가 제정돼 있지만, 정작 정의로운 전환에 관련한 내용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조례를 보강해 정의로운 전환센터나 기금마련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시한 이충현 활동가는 “10년도 남지 않았는데 조기폐쇄 준비가 미흡하지 않은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결국 정의로운 전환을 결정하는 것은 중앙정부이니 인천시는 ‘적당히 노력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고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했다.

탄소중립 정책은 발전소뿐만 아니라 내연 자동차 산업, 농업 등 에너지 사용과 관계되는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는다. 기후위기 시대 산업 전환이 파국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부터 ‘전환의 주체’를 찾아 적극 소통하고 연대하기를 기대한다.

▲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은 2022년 11월1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화력 조기폐쇄 반영을 촉구했다. 사진=ⓒ 인천환경운동연합
▲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은 2022년 11월1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화력 조기폐쇄 반영을 촉구했다. 사진=ⓒ 인천환경운동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시민들이 기후위기 보도를 통해 당면한 기후위기 과제를 살펴보는 <제2의 지구는 없다 : 저널리즘으로 풀어보는 기후위기> 강좌를 5월2일부터 31일까지 진행했습니다. 수강생들은 강의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 속 기후위기 문제를 직접 취재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글은 기후활동가 이상림 수강생이 썼습니다.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를  비롯해 민언련과 제휴를 맺고 있는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등에 싣습니다.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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