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 원로들이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언론 환경을 집권 여당에 유리한 지형으로 인위적으로 변경시키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정녕 박정희와 전두환의 길을 가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 모인 원로 인사들은  “방송법에 근거해 시행하고 있는 수신료 통합징수를 시행령으로 폐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8년 헌법재판소가 수신료 통합징수를 허용한 방송법을 합헌으로 결정하고, 2015년 서울행정법원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결합해 징수하는 것이 징수비용과 수신료 수납률 측면에서 공익 달성에 크게 기여한다고 판단한 사례를 들었다.

시행령을 개정하는 과정을 두고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한상혁 위원장을 해임하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 최민희를 대통령이 아무 이유 없이 임명하지 않고 있어 5명 정원인 상임위원이 현재 3인 밖에 되지 않는 비정상 상태”라며 “하자 있는 상태에서 중차대한 수신료 분리징수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이라 지적했다.

▲2023년 6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하라' 주제의 사회각계 원로 및 언론단체 긴급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023년 6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하라' 주제의 사회각계 원로 및 언론단체 긴급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이어 “윤석열 정권이 이렇게 무리한 일을 벌이는 이유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공영방송 KBS의 생명줄인 수신료를 옥죄어 정권에 충성하는 언론으로 길들이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동아일보의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싣지 말라는 압력을 넣어 언론을 길들이려 한 박정희 말로는 어떠했는가. 군사작전하듯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하고 언론사를 통폐합한 뒤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쥐락펴락 한 전두환은 어떻게 됐는가”라고 했다.

기자회견엔 1980년대 이른바 ‘땡전뉴스’를 비판하며 수신료(당시 ‘KBS 시청료’) 거부운동을 진행했던 김상근 목사(전 KBS 이사장)도 참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언론이 정치적 중립, 재정으로부터의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것이 시청료 거부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소망이었다”며 “제가 이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어디에서도 단 한 건의 압력이 없었다. 우리나라 언론 노동자 여러분, 임원이 투쟁하고 시민이 지원해서 이만큼 발전해왔다. 그러나 다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노골적인 시도가 자행되고 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초대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KBS를 다시 권력의 도구, 자본의 도구로 만들 수 없다. 권력의 노예, 자본의 노예가 되는 것으로부터 막아내야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 정책은 말 듣지 않는 혀를 순치시켜 그 굴복시키려는 처사”라며 “권력 정점에서부터의 일사분란한 언론 장악에 단호히 맞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2023년 6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하라' 주제의 사회각계 원로 및 언론단체 긴급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2023년 6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하라' 주제의 사회각계 원로 및 언론단체 긴급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이날 기자회견엔 김중배 전 MBC 사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신홍범 전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 이명순 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 현이섭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최정순 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여성위원장, 장임원 전 민주화교수협의회, 함세웅 신부(전 평화방송 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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