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해 논란을 낳은 것과 관련해 당시 기자간담회를 공동주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원장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면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왜 문제가 된 뒤 열흘이나 지나고서야 해명을 하느냐는 지적에 이 원장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대표적인 친원전 학자로 평가받는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은 24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이 이 기자간담회를 열게 된 경위와 국내 초청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밝혔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를 거친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고 발언했다. 기자간담회 제목은 “웨이드 앨리슨 교수 기자간담회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_ 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이며 공동주최자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로 나온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은 간담회에서 “원자력 연구원의 임무 중에 … 원자력의 에너지 이용을 촉진해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원자력에 대한 오해를 줄여나가는 그러한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저희 연구원 일 중에 (하나여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웨이드 앨리슨 교수 관련해서 초청한 것은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초청은 연구원이 아니라 다른 사단법인에서 했다고 했다. 주 원장은 “우리 연구원이 초청한 게 아니고 사단법인 ‘사실과 과학 네트워크’라는 곳에서 초청을 주관했는데, 이곳은 웨이드 앨리슨이 쓴 책 ‘방사선과 이성’이라는 책을 번역한 곳으로 논의하다가 원자력학회의 봄 학술대회에서 기조발언 특별강연을 하도록 하기로 해서 요청을 해서 (국내에) 와 있었는데, 우리는 이분이 원자력의 필요성, 원자력에 대한 오해에 대한 책도 많이 쓰고 발언도 많이 해서 이분의 의견을 넓게 듣는 차원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면서 “초청 비용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주 원장은 “후쿠시마 발언은 돌출된 발언이고, 전혀 미리 계획된 바 없음을 미리 밝혀드린다”고 말했다.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친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가 있으면 바로 마시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친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가 있으면 바로 마시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간담회에서 1리터의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는 발언이 나왔을 때 연구원에서 바로잡았느냐, 1리터의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고 한 발언은 의도와 다르게 발언했다고 했는데, 그럼 바로잡기 위해 연구원이 국민에 설명했느냐. 지금 이 자리에서 설명할 수 있느냐’라고 하자 주 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면 안 된다고 답했다.

주 원장은 “발언이 교수의 개인적 발언이었고, 공식적인 입장은 ‘오염수는 마시면 안 된다’, ‘음용수 기준을 훨씬 넘기 때문에 마시면 안 된다’이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영국 교수는 개인적 의견이고, 오염수 마시면 안된다가 입장이죠. 보도자료 냈느냐”고 했고, 김영주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던가 입장을 밝혀야죠”라고 따졌다.

이에 주한규 원장은 “그럼 그렇게 저희 공식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답했고, ‘보도자료를 내라’고 하자 주 원장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마실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고 마시면 안 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마실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고 마시면 안 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같은 당의 고민정 의원도 “이번 보도자료를 낸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을 낼 것이냐”고 하자 주한규 원장은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평균 62만 베크렐/리터인데, 음용수 기준이 1만베크렐/리터이다”라며 “그러니까 음용을 하면, 상시 음용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고 의원이 앨리슨 교수 발언이 있던 때가 열흘 전인데, 왜 오늘 국회에서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이를 인지 하지 못했느냐, 왜 당시에 바로 대응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주한규 원장은 “미리 조치 안 한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에 보고했느냐’는 질의에 주 원장은 “그런 적 없다. 보고 안했다”고 해명했다. 고 의원은 “대통령실 홍보수석, 대변인실, 원자력연구원 대변인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상식”이라며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사실에 대해 호도되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안한 것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선전선동 여러 차례 말씀하는데, 앨리슨 교수가 말한 선전선동에 대해 방관하시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