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추진으로 인한 위험성을 두고 과학적 논쟁이 거세다. 일본이 오염수를 여과처리한다고 하지만 신뢰하기 어렵고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의 해양 방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와 함께, 제대로 처리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심지어 10리터를 마셔도 된다는 영국학자의 말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단이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시찰에 나서면서 이런 불안감과 우려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됐다. 일본측은 130만톤의 방사능 오염수를 여과처리해 바다로 방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시찰 기간 동안 “다핵종제거설비(ALPS) 및 해양방출 설비의 설치상태와 성능 점검 결과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화학분석동에서 이루어지는 ALPS 처리된 오염수의 농도 분석결과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일본측 관계자들과 기술회의와 질의응답을 통해, 생태계축적 등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탱크 오염수 분석값 등에 대해 심층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리 과정을 두고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라는 설비로 여과 처리해서 저장되기 전에 대부분의 방사능을 제거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IAEA는 ALPS에 대해 “일련의 화학 반응을 사용하여 오염된 물에서 62개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펌핑 및 여과 시스템”이라면서도 “ALPS는 오염 된 물에서 삼중수소(HTO)를 제거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처리시 다른 방사성 핵종은 안 남아있다 확신할 수 있나

IAEA와 도쿄전력의 주장과 달리 방사성 핵종 다수가 여과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ALPS 처리를 하고도 방사성핵종이 60%는 남아 있다거나, 일부에서는 70~75% 남았다고 분석하는 학자들도 있다면서 “여과할 필터의 성능이 제한적이고, 불순물이 많은 탓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자신들이 처리하지 못한다고 밝힌 삼중수소와 탄소14 외에도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루테늄, 플루토늄 등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며 “한 번해서 완벽하게 안 되는데, 두 번 세 번 해도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하고 난 물을 ‘처리수’로 볼 것인지 ‘오염수’로 볼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서균렬 교수는 “그건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부르든 자유”라며 “우리는 아직도 우리는 오염수라고 하고 있고, 중국 등 일부에서는 핵방사능수라고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절반 이상의 방사능 물질 남아있다는 점에서 그 성격은 오염수에 가깝고, 미처리수로 봐야 하지만 부르는 것은 자유”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등은 처리수라고 주장해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23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SBS 정치쇼 영상 갈무리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23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SBS 정치쇼 영상 갈무리

 

심지어 처리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앨리슨 명예교수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후쿠시마 물 1리터를 마실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을 알고 있느냐’는 KBS 기자 질의에 “저는 마찬가지로 똑같이 (말) 할 의사가 있다”며 “그 물을 마신다고 해도 2주 정도 지나면 영향이 완화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더 마실 의사가 있다. 심지어 10배 정도의 물도 더 마실 수가 있다”고 밝혔다. 앨리슨 명예교수는 “영국 정치인은 ‘아이들과 나눠먹을 수 있다’고 얘기한 적도 있는데, 내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고, 과학을 근간으로 해서 안전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라며 “아직 후쿠시마 물을 마시지 못한 것은 그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20일자 주간조선 기고문 ‘후쿠시마 괴담 13가지에 대한 반박’에서 “방류수에 남아있는 방사성 핵종의 농도를 ‘마시는 물 기준’ 이하로 만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이라며 “‘방류수 1L를 마실 수 있다’는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의 발언은 그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서균렬 교수는 23일 “충격적인 표현”이라며 “노인이어도 마시면 안 된다. 알프스로 처리했어도 삼중수소 외에 절반이상의 핵종이 남아있을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 교수는 물에 삼중수소만 있다 해도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삼중수소는 자연반감기가 12년이고, 체내에 배출되는데 12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간 동안 체내의 적혈구를 찾아다니다 유전자에 달라 붙어 베타선이 나와 염색체의 끈을 끊을 수 있다고 서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유전자와 결합하면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앨리슨 교수는 이것을 놓친 것 같다”고 반박했다. 방사능 오염수를 식수 기준치 이하로 처리하겠다는 도쿄전력의 계획이 가능한 지를 두고 서 교수는 “그게 가능하면 (공업)용수로도 쓰기 아깝다. 식수로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밝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개념도. 사진=IAEA 홈페이지 갈무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밝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개념도. 사진=IAEA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앨리슨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취지의 질의에 “동의를 못 하겠다”며 “삼중수소는 하나의 수소의 형태여서 체내에 누적되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몸에 들어와 12~14일 정도면 절반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삼중수소가 신체의 유기체와 결합되면 체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재차 반론을 전한 MBC 기자의 질의에 앨리슨 교수는 “과학적인 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믿을 수 없다”며 “말한 분과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답했다. 앨리슨 교수는 “이런 물을 굳이 일본에 둘 필요 없이 오히려 더 빨리 방류해야 한다”며 “다른 물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저장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해양 먹이사슬을 통한 인체 영향 있을까

해양 수산물의 체내에 들어와 사람에게까지 전달될 우려도 있다. 서균렬 교수는 “세슘과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은 무겁기 때문에 가라앉는다”며 “이런 방사능 물질른 아가미 호흡을 하는 어패류 갑각류를 통해 생체에 축적되어 상위 포식자인 참치까지 올라간다”며 “그런 물고기가 왔다 갔다 하며 인체에게로 전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19일 국회 본관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등의 초청으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하면 10리터도 마실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19일 국회 본관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등의 초청으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하면 10리터도 마실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해양 심층수의 해류를 타고 이들 방사성 물질이 제주해협까지 올 가능성이 있는지도 논란이다. 이덕환 명예교수는 주간조선 기고문에서 “방사성 핵종은 해류를 따라 흘러오는 과정에서 사방으로 흩어지게 된다”며 “해류가 오염물질을 분산(分散)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무시한 억지는 무의미한 괴담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성일종 의원은 지난 19일 앨리슨 교수와 기자간담회에서 “세슘과 스트론튬 등은 무겁다”며 “물속에 돌을 던지면 가라앉는 것처럼 물의 이동과 무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돌아서 우리나라까지 올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와 여당이 후쿠시마 위험성을 제기하는 목소리조차 제2의 광우병 사드 괴담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균렬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냐”며 “(과학적 견해를 괴담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알리는 것은 책무”이라며 “일각에서는 내가 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려는 것이라는 악담을 퍼붓기도 해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 교수는 최근 많은 언론 취재에 응하거나 토론회에 참석하는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이유를 두고도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견해를 알리려는 충정 하나밖에 없다”며 “다른 전문가들이 침묵하거나 또는 동조하기 때문에 이건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저는 한국에 있는 일본의 어느 누구보다 후쿠시마 사건사고를 어느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바로 이것을 8년 연구했다. 원전사고가 나면 얼마나 무섭고 많은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지 연구했는데,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대형사고가 났다. 그래서 그 위험을 알리려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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