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역사적 전환’과 ‘미국 일변도 외교’.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상반된 평가다. 양국이 ‘워싱턴선언’을 발표하며 대북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한 것과 핵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최초의 상설협의체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할 것을 놓고 보수신문은 ‘강철동맹’이라며 긍정적으로 그렸지만, 진보신문은 실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강대강’ 기조로 인한 위기감 고조, 신냉전 등을 우려했다.

▲ 28일자 서울신문 2면 사진기사.
▲ 28일자 서울신문 2면 사진기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공격은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정권 종말’을 언급한 것으로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이 1면 톱 제목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발언(북한이 넘어선 안될 선, 분명히 알려줘야)을 제목에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을 괴롭히는 양 축,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이 특별한 해결책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아침신문은 이러한 아쉬움 지적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에 지면을 더 할애해 다뤘다.

▲ 28일자 주요 9개 아침신문.
▲ 28일자 주요 9개 아침신문.

대통령실 “사실상 핵공유” 경향신문 “실리 없는 화려한 의전뿐”

28일 아침신문은 여러 면에 걸쳐 정상회담의 결과를 나열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사실상 핵공유”라고 표현한 핵 협력이다. 새로 신설된 핵협의그룹(NCG)은 연 4회 정례 회의로 진행되며 미국이 핵우산 제공 계획을 NCG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략핵잠수함(SSBM) 등 전략자산 전개를 확대해 확장억제에 미군이 더 동원될 수 있게 됐다.

▲ 조선일보 4면 기사.
▲ 조선일보 4면 기사.

보수신문은 핵 협력 확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3면 <북핵 응징수단으로 ‘핵 포함’ 첫 명문화… 사이버 동맹으로도 확장> 기사에서 NATO와 NCG를 비교하며 “나토에는 150기 이상의 전술핵무기가 실제로 배치돼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나토에 버금가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워싱턴선언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 할 만하다”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尹-바이든 ‘워싱턴 선언’… NCG 상설기구화로 실행 담보해야>에서 “한미의 북핵 대응 결의를 담은 첫 별도 문서인 ‘워싱턴 선언’은 정부가 각별히 공을 들인 성과물”이라며 “한미 NCG도 우선 양국 실무진이 같은 공간에서 상시 논의하는 상설기구화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런 밀도 있는 조율과 빈틈없는 실행에서 북한 핵 도발을 저지할 동맹의 힘이 나온다”고 했다.

▲ 한겨레 3면 기사.
▲ 한겨레 3면 기사.

반면 한겨레는 NCG가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실효성을 두고 기대와 의구심이 엇갈린다”며 “(핵전력 사용) 최종결정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실제 핵우산이 작동할 것이지 의문은 여전하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핵‧미사일 능력 진전에 몰두하는 북한의 무기 개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설에서도 한겨레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윤 대통령의 담대하고 원칙 있는 일본과의 외교적 결단에 감사하다’고 특별히 강조한 것도,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맞선 동맹 네트워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북핵 악화와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북한·중국·러시아와 과도한 갈등을 고조시키고, 그 최전선에 서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NCG를 실리 없는 ‘화려한 의전’으로 바라봤다. 1면 <‘핵우산’에 갇힌 한국, ‘실리’ 챙긴 미국> 기사에서 “(이번 회담은) NCG를 명문화하는 데 ‘올인’한 결과물이라는 점이 드러난다”며 “확장억제강화를 위해선 경제적 손실은 물론 중국‧러시아 반발도 감내할 수 있다는 정부의 외교방향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만들어가려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워싱턴선언의 95% 이상이 확장억제에 할애됐고, 한반도 비핵화 언급은 맨 끝에 한 줄 언급됐다. 대화 문을 닫진 않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모든 걸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가는 것이 우려스럽다. 노무현 정부 이후 지난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까지 15년 이상 한·미 정상회담 때마다 성명에 포함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내용이 처음 빠진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성과 없었던 IRA, 반도체법… 한국일보 “미국, 해결 의지 보이지 않아”

회담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선 보수신문도 아쉬운 평가를 내렸다. 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구체적 결실이 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IRA는 그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한국 자동차업계에선 ‘골칫거리’로 꼽혔고 반도체과학법 역시 중국 반도체 생산을 제한해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직격탄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선 해당 법들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 국민일보 5면 기사.
▲ 국민일보 5면 기사.

국민일보는 5면 <“핵 사용 발언권은 획기적” vs “IRA‧반도체법 성과 없어”> 기사에서 ‘경제안보 분야 뚜렷한 결과 없어’ 부제목을 달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 중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이 문제를 건드리기 더욱 어렵게 됐다”며 “게다가 이 법들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도 다 얽혀 있는 것이어서 한국만 예외로 해주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가 발언을 담았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미 반도체법 및 인플레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기업 피해 문제는 구제 방안 없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만 공동성명에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중 관련 질문에 ‘(두 법이)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하며 별다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다른 경제적 성과도 아쉽다.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현지 기업들로부터 59억 달러(약 8조 원) 투자를 유치했다지만, 모두 이행을 담보할 수 없는 양해각서(MOU) 형식인 데다가 그중 3조여 원은 한국산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넷플릭스의 약정액”이라고 했다.

尹‘ 아메리칸 열창’과 한 데 묶인 김건희 여사의 활동은

이날 대다수 아침신문에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아쉬움 평가보단 윤석열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이 지면에 더 크게 실렸다. 조선일보는 5면 기사 <바이든도 내빈도 놀랐다… 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에 기립박수>에서 “내빈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다가 노래가 끝나자 기립 박수를 보냈다”며 “당신이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 5면에는 이외에도 <김건희 여사, 文이 면담 거부했던 웜비어 모친 만나 위로> 기사가 배치됐다.

▲ 중앙일보 3면 기사.
▲ 중앙일보 3면 기사.
▲ 중앙일보 6면 기사.
▲ 중앙일보 6면 기사.

중앙일보 역시 <“IRA‧반도체법 긴밀 협의 계속” 공동선언에 원론적 언급만 담아> 기사는 4면 하단에 작게 배치했지만 <윤 대통령 ‘강철동맹 위하여’ 건배사… 노래도 열창 기립박수> 기사는 6면 상단에 비교적 크게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바이든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윤 대통령 어깨에 손을 얹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매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기사 말미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워싱턴 DC 대한제국 공사관에서 북한 억류 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의 어머니 신디 윔비어를 만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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