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결산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 언론이 국가부채가 2326조 원이라는 기사를 쏟아 냈다. 안타깝게도 모두 오보다. 2326조 원은 국가부채가 아니라 재무제표상 부채다. 국가채무(D1)는 약 1100조 원이고, 국가부채(D2)는 약 1200조 원으로 예상된다. 일단 팩트가 틀리다. 그리고 재무제표상 부채를 국가부채로 표현하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게 된다.

▲ ‘국가부채’ 관련 온라인 기사.
▲ ‘국가부채’ 관련 온라인 기사.

왜 팩트가 틀린 지부터 알아보자. 국가부채를 파악하기 위한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국가채무(D1), 둘째, 일반정부부채(D2), 셋째, 공공기관부채(D3)다. 그런데 재무제표상 부채는 D1도, D2도 D3도 아니다. 그냥 국가 대차대조표의 부채액의 총합이다. 재무제표상 부채액이 매년 기록되고 갱신됨에도 별도로 D1, D2, D3라는 국가부채 기준을 만들고 활용하는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모든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부채비율로 일원화하여 평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부채비율은 약 40%다. 2022년 코스피 상장사 부채 비율 평균은 100%가 좀 넘는다. 이 정도면 안정적이다. IMF 직전 우리나라 기업 부채비율은 400%가 넘었다. 대우는 무려 1000%가 넘었다. 어떤 기업의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가면 투자자들은 불안해한다. 그런데 국민은행 부채비율은 얼마일까? 무려 1400%가 넘는다. 그럼 “국민은행 부채비율, IMF 직전 대우보다 높아!… 국민은행 직원 1인당 부채액 280억 원”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을까? 만약 이런 기사가 전체 언론을 도배하면 국민은행은 실제로 망할 수도 있다. 뱅크런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기사는 자기실현적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심해도 된다. 국민은행 부채의 대부분은 ‘예수부채’다. 즉, 우리가 국민은행에 맡긴 예금을 부채로 인식해서 계상해놓은 부채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은행에 저축하면 은행입장에서는 언젠가 돌려 줄 돈이니 회계적으로는 부채가 맞다. 즉, 국민은행이 영업을 잘해서 예금이 늘어날수록 예수부채가 증가한다. 회계의 원칙은 부채와 자산을 퉁치지(상계하지) 않고 양쪽 모두에 계상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예수부채는 380조원 이지만, 현금과 대출채권이 400조원 존재한다. 이 정도면 매우 안정적인 재무구조다. 국민은행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는 금융회사의 재무적 특징에 불과하다.

▲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그래서 금융회사의 재무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부채비율이 아니다. 보통 BIS 비율(자기자본 비율)을 쓴다. 전 세계 금융전문가들이 이미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BIS비율을 만들었다. 실제로 BIS 비율을 통해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해왔다. 국민은행 BIS 비율은 18%다. 안심해도 될 만큼 건전하다. 그래서 굳이 국민은행 재무제표상 부채액을 보고 “국민은행 부채액 사상최초, 사상최대 484조 원!… 우리나라 GDP 40% 초과” 이런 식의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데스크에서 거르기 때문이다. 물론 데스크에서 거르지 않아도 시장 참여자들은 저런 현혹되기는커녕 저런 기사를 쓴 언론사를 비판한다.

국가의 재무제표상 부채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의 특징이 있듯이 국가가 가진 특징으로 재무제표상 부채액을 통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 세계 재정전문가들이 이미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국가채무(D1), 일반정부부채(D2)를 만들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나라가 잘 쓰고 있다. 그런데 굳이 재무제표에 있는 부채액인 2326조 원이라는 숫자를 찾아서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2326조 원이라는 오보를 내놓는다. 이런 기사는 데스크에서 걸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개념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도 다른 언론사가 쓰니깐 나도 쓴다. 다른 언론사가 틀렸다고 해도 나도 틀릴 필요는 없다.

왜 재무제표상 부채액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국가간 비교가능성이 없을까? 우리나라 재무제표상 부채액의 절반은 연금충당부채다. 정확히 말하면 공무원 및 군인 연금충당부채다. 그리고 연금충당부채의 대부분은 연금가입자인 공무원이 본인이 낸 기여금이다. 다시 말하지만, 회계의 기본은 자산과 부채를 퉁치지 않는 것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연금에 많은 돈을 낼수록 연금충당부채가 커지게 된다. 국민은행 예수부채와 비슷한 구조다. 그래서 공무원연금기금 건전성을 위해 중요한 잣대는 연금수지 적자 4조 원이지 공무원연금 충당부채 1000조 원이 아니다. 그런데 연금충당부채 1000조 원을 강조하면 연금수지 적자 4조 원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감각 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미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공무원연금 수익비는 국민연금과 비슷해졌다.

▲ 지폐. ⓒ 연합뉴스
▲ 지폐. ⓒ 연합뉴스

또한, 재무제표상 부채액은 국제 비교 가능성이 거의 없다. 각 국가마다 연금제도 운용 형식이 다르다. 똑같이 은퇴자에 100만 원을 주는 두 나라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를 기금형태로 주면 충당부채 1000조 원이 생긴다. 반면 이를 예산 형태로 주면 충당부채가 인식되지 않는다. 즉, 경제적 실질은 동일해도 법적 형식에 따라 국가부채 규모 수천조원이 추가로 인식될 수 있으니 국가간 비교가능성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매년 결산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이런 잘못된 기사는 반복되어 왔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심한 이유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매년 정부는 결산 자료를 발표할 때마다 재무제표상 부채의 의미를 나름 상세하게 설명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재무제표상 부채를 국가부채로 오독하게끔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그러니 올해 잘못된 기사 책임의 일부는 정부에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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