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이 노무현·문재인 등 진보 정부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 정부에선 부정적인 논조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 언론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불렀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역도’ ‘패당’으로 칭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조원정 경희대 미디어학과 석사과정·최종환 성균관대 메타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월 한국언론학보에 <북한 언론은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를 어떻게 보았는가?>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북한의 뉴스통신사 ‘조선중앙통신’과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묘사했는지 분석했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조선중앙통신,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매몰찼던 북한 언론

북한 언론이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맥락을 감정 분석한 결과,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감성지수(양수면 긍정적, 음수면 부정적)는 0.2565에 달했지만 박근혜 정부 감성지수는 –0.1381이었다. 문재인 정부 감성지수는 0.0424, 이명박 정부 감성지수는 –0.1168이다. 연구진은 “공통적으로 보수 정권에서는 부정적인 언어를, 진보 정권에서는 긍정적인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했다.

북한 언론은 박근혜 정부 초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임기 중 부정 평가로 돌아섰다. 2014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핵실험 이후 대북정책이 변하자 논조가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긍정 평가를 받았으나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북한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야당(보수정당)을 비판해왔지만, 이후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는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문재인엔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엔 “역적, 역도”

역대 대통령 이름과 함께 등장하는 단어들을 취합한 결과, 북한 언론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자주 사용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 뒤에는 직함이 아닌 역적, 역도, 패당 등 부정적 단어가 등장했다. 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결, 전쟁, 도발 등 단어와 연관성이 있었다. 연구진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도하기 보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감정적인 언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별 보도 주제를 분석하자 △노무현 정부 – 방북, 환영, 통일. 보수정당 비판, 미군 비판 △이명박 정부 – 반통일, 부정적 남북관계, 이명박 비판, 무력 충돌 △박근혜 정부 – 박근혜 퇴진, 무력적 군사 대결, 적대적 남북미 관계, 박근혜 비하 △문재인 정부 – 보수 세력 비판, 반일 감정, 통일 염원, 외교 사건, 북한 중심 등 결과가 나왔다.

북한 언론은 한국 내 정치 상황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북한 언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운동을 중요한 이슈로 여겼다. 퇴진 운동이 진행된 기간은 수개월에 불과하지만, 보도량은 23.2%에 달했다. 연구진은 “한 남한 지도자와 정치 사태의 부정성을 강조하며 남한과의 대비를 통한 자국 체제 유지에 유리한 측면을 부각하는 선전의 일환”이라고 했다. 또 북한 언론은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개혁, 공수처 폐지 등 갈등 사건을 빈번하게 보도했다. 연구진은 남한의 정치적 분열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북한 언론, 자국 체제 유지 위한 선전의 일부”

이와 같은 북한 언론의 보도 방식에 대해 연구진은 “체제 수호의 당위적 기능을 하는 북한 언론의 사회주의 언론선전모델 특징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북한 언론은 시기적인 당 정책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관련 정책과 대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가진다는 (선행 연구)결과,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주민들을 교양하고 설득하며 정책의 효용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선행 연구)결과의 특성을 모두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관련 보도가 노무현·문재인 정부 관련 보도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면서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상황일 때 상대 국가에 대한 보도를 더욱 많이 하며 보도 내용은 주로 상대국에 대한 비판과 비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 또한 자국 체제 유지를 위한 선전의 일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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