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전 세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북한의 한 매체가 이를 ‘유언비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뉴스1)가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노동신문 등 관영채널에선 김 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에게 감사를 전했다고 보도했을 뿐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매체로 볼 수 있는 월간잡지 ‘오늘의조선’이 건강이상설을 부인하며 이를 보도한 CNN 등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뉴스1에 따르면 ‘오늘의조선’은 26일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중국어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한국에서 은밀히 제기됐고, CNN이 보도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렸다"며 "문제가 불거지자 최초 보도한 CNN은 되레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다”며 “아무런 근거가 없는 유언비어를 처음 퍼뜨린 CNN 등 외신은 생각보다 일이 커져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뉴스1코리아 등이 보도한 북한 매체 ‘오늘의조선’의 중국 웨이보 계정. 사진=웨이보 화면 갈무리
▲ 뉴스1코리아 등이 보도한 북한 매체 ‘오늘의조선’의 중국 웨이보 계정. 사진=웨이보 화면 갈무리

또 “이 같은 유언비어를 믿는 사람들이 어디 있냐”며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대중을 바보로 여기는 외신의 잘못된 행태”라고 덧붙였다. 한글과 영문으로 나온 메시지는 없다. 

해당 기사를 쓴 뉴스1 기자는 27일 미디어오늘에 “북한의 공식입장이라기 보단 북한매체에서 나온 첫 반응”이라고 보도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빙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신뢰할 수 있는 매체로 확인했다”고 했다. 

‘오늘의조선(今日朝鮮)’ 웨이보 계정에 들어가면 위치가 ‘해외 미국’으로 뜬다. 뉴스1 기자는 “위치는 vpn(가상사설망, 보안솔루션의 일종)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현재, 뉴스1 보도이후 이 내용을 보도한 매체는 서울경제, 조세일보, 머니S, 머니투데이 등 4곳이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매체의 첫 반응으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다만 현재 ‘중태설’이나 ‘사망설’과 같은 심각한 건강 이상은 없다는 게 한국 정부와 청와대가 내놓은 입장인 만큼 여기에 무게중심을 두면 해당 웨이보 계정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 지난 21일 CNN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21일 CNN 보도화면 갈무리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통 북한이 분명하게 밝힐 사안이 있으면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을 많이 이용하고 ‘오늘의조선’ 같은 곳은 북한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길 꺼리는 내용을 올리곤 한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언급은 하되 공개적으로 이슈화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북한 취재를 담당하는 한 외신기자도 미디어오늘에 북한잡지 오늘의조선을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만큼 무게를 두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선 눈여겨볼만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에서 미디어는 모두 공식매체지만 대외선전매체 중 하나일 뿐으로 크게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볼 때 북한이 소위 ‘마이너매체’에 슬쩍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정 센터장은 “노동신문 보도나 정부 발표를 볼 때 북한 내부의 새로운 위기나 심각하게 건강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게 맞다”며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은 원산에 계속 있지만 나타나지 않다는 건 공개하지 못할 사정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북한은 선덕비행장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는데 현재 김 위원장이 머무는 곳으로 추정되는 원산이 이곳과 멀지 않다. 일각에선 이날 발사 이후 김 위원장이 통치활동에 문제가 없는 수준의 부상을 입었고 현재 회복 중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심각한 부상이나 질병이었다면 의료시설이 부족한 원산에 계속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 지난 4월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 지난 4월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남문희 시사IN 기자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선중앙통신 등에서 발표하기 뭐하니 이런식으로 흘렸을 가능성은 있다”며 “일단 과거 정부처럼 남북관계가 단절돼 북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모르는 때가 아니지 않느냐. 청와대, 통일부 장관 등이 얘기한 것처럼 김 위원장이 어디있고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과한 추측성 보도에 흔들릴 필요 없다는 지적이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조만간 새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또는 평양종합병원 현장을 시찰하는 형태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며 “근거없는 루머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신속하게 신뢰할 만한 대북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은 웨이보에 올라온 글이 실제 ‘오늘의조선’이 직접 작성한 내용인지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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