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회담과 남북미 3자 회동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공개 내용도, 영상을 공개한 시점도 파격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회담 하루 뒤인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는 장면부터 시작해 돌아갈 때까지 모습을 담은 16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기록 영화였다.

조선중앙TV는 “조미 두 나라 최고수뇌 분들의 과감한 대용단은, 뿌리 깊은 적대 국가로 반목질시해온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으로 됩니다”라고 평가했다.

영상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심에 놓고 김 위원장의 동선을 따라가는 모습이 중심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신체를 접촉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점이다.

조선중앙통신 영상을 보면 군사분계선 사이에서 양 정상이 만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고 왼손으로 김 위원장의 오른팔 부위를 툭툭 두드린다.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도 김 위원장 왼쪽 팔을 두드리는 모습이 나온다. 회담장인 자유의집에서 김 위원장과 맞잡은 손을 다른 한 손으로 손등을 두드리는 장면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제스처로 볼 수 있지만 북한에서 최고 존엄으로 통하는 김 위원장의 신체를 접촉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판문점 북미회담 장면. 사진=MBC 보도 화면.
▲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판문점 북미회담 장면. 사진=MBC 보도 화면.

반면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등한 관계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모두 35장 사진 가운데 11장은 양 정상이 서로 맞보거나 앞을 향해 있고 악수하는 장면이고 나머지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나란히 걷거나 서 있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접촉하는 사진은 없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모습을 하루 뒤 전격 공개하고 기록영화까지 만든 것은 향후 협상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이사장은 “말 그대로 깜짝 회동 제안에 김 위원장이 응한 사실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회동을 통해서 외교적 성과를 내려는 게 분명하다. 그러면 김 위원장이 얻는 정치적 이득은 무엇일까. 깜짝쇼에 조연으로 출연하고 대대적으로 알렸는데 이후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 최고 존엄이 빈말이 돼버리고 인민들에게 권위가 땅바닥에 쳐박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이사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라고 공개한 것, 북미 회담 이후 2-3주 사이 실무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점 등을 따지면 북미가 큰 그림에 합의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면서 “적어도 단계적 동시적 이행으로 북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고 핵동결을 목표로 사실상 핵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이 하루 뒤 깜짝 회동을 공개한 것도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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