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가 저널리즘 품질 향상을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십여 명으로 구성된 ‘뉴스랩’ 조직을 꾸려 지난 10년간 8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제 적용된 기술은 10% 남짓이지만, 뉴스랩의 도전은 뉴스 업계 전체의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31일 BBC의 뉴스 혁신 사례를 소개한 <해외 미디어 동향 BBC 뉴스랩: 뉴스의 기술혁신 인큐베이터> 보고서를 발행했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BBC는 뉴스 콘텐츠 생산·유통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BBC 뉴스랩’이라는 조직을 2012년부터 운영해왔다. 언론재단은 “(뉴스랩은)뉴스 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BBC 뉴스의 큰 기술적 자산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 본사. 사진=정철운 기자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 본사. 사진=정철운 기자

BBC 뉴스랩은 뉴스 콘텐츠 수집·제작·배포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체 구성원은 15명이다. 구성원 다수는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이며, 뉴스 편집자와 기자도 각각 1명씩 포함됐다. 언론재단은 “IT나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개발자의 지식을 뉴스나 저널리즘에 관한 지식으로 일부 보조해가며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특성”이라고 했다.

BBC 뉴스랩이 진행한 프로젝트는 82개다. 뉴스랩은 ‘대화형 저널리즘’ 개발을 통해 이용자가 상호작용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만들고 있다. 챗봇, 음성비서, 대화형 퀴즈 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BBC 뉴스가 전 세계에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언어 지원’, 음성 콘텐츠를 텍스트로 자동 변환시키는 ‘스피치 투 텍스트’ 등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뉴스랩은 뉴스 콘텐츠뿐 아니라 BBC 편집국 내부 혁신도 이뤄내고 있다. ‘워크플로우 개선’ 개발이다. 뉴스랩은 콘텐츠 수집·생산·배포 과정을 간소화·효율화·최적화하는 방안을 고안 중이다. 언론재단은 “기자나 편집자, 기타 뉴스 생산 과정에 개입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업무를 수행하고 적시에 청중에게 고품질의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라며 “부서 간의 협업 및 의사소통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언론재단은 BBC 뉴스랩이 내놓은 프로젝트 중 실제 도입 사례가 적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실제 사용 중인 프로젝트는 8개에 불과했다. 언론재단은 “뉴스랩이 각 프로젝트에 할애하는 기간이 최대 6주~2개월로 BBC 뉴스나 업무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고기능·대규모의 신뢰도 높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에는 넉넉하다고 보기 어려운 시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BBC 뉴스랩의 도전은 뉴스 업계 기술 발전을 촉진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언론재단은 “BBC 뉴스랩이 시행한 새로운 도구와 기술의 탐색은 보도의 속도, 정확성 및 뉴스 이용자 참여 증대 등과 관련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선도적으로 다양한 기술적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뉴스 업계 전체의 기술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국내 언론도 기술 마련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언론재단은 “BBC와 비교하면 보유한 기술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 언론사에서 기술혁신을 위해 BBC 뉴스랩과 같은 조직을 운영하기에는 실질적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기술 아이디어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보다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실질적 기술 마련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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