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국민의힘과 일부 방송인들과 보수 언론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입법 폭주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현행 방송법이 다수당 또는 집권 여당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하게 해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킨 근본원인이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법안 개정을 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함께 참석한 보수언론단체 대표는 선거에서 이긴 쪽이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기자와 일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공정언론국민연대, KBS노동조합, MBC 제3노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범시민사회단체 연합 등과 함께 연 ‘방송법 개악 저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언론노조와 한통속이 되어 4월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며 “입만 열면 민주적 절차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해 온 민주당과 언론노조의 극단적인 자기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과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두고 “개악법의 핵심은 ‘공영방송 사장의 추천 권한을가진 이사 구성의 과도한 불균형성’”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총 21명의 이사 중 평소 △언론노조와 한 몸처럼 활동해온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가 무려 6명의 추천 권한을 갖고 △언론노조 출신들이 장악한 방송사 내부 시청자위원회가 4명을 추천하며 △국회 배정 5명 중 다수당인 민주당이 3명 △친 민주당 관변 학자들 모임으로 비판받고 있는 2개 학회가 각각 2명씩 총 4명을 추천한다”며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언론노조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총 21명 중 무려 17명에 이른다”고 해석했다.

홍 의원은 “친민주당과 언론노조 구성원 17명 만으로도 이 수치는 전체 3분의 2를 웃도는 것으로 이들이 사실상 모든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나머지 2~4명의 소수 이사는 들러리에 불과하다. 대담하고도 뻔뻔스러운 다수당의 독재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KBS PD 출신의 최철호(가운데) 공정언론국민연대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선거에서 이긴 쪽이 방송사 사장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미디어오늘 기자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KBS PD 출신의 최철호(가운데) 공정언론국민연대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선거에서 이긴 쪽이 방송사 사장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미디어오늘 기자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추진돼 12월2일에 국회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2월6일 국민의힘 자체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법안을 내놓지 않고 반대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홍석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브리핑에서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에는 추천권한을 가진 이사수가 불균형하다고 했는데, 불균형을 극복할 대안을 마련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국민의힘에서 대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절차를 밟고 있다”며 “여기 참석한 언론 시민단체, 노조위원장과 같이 저만 하더라도 국회에서 세미나를 1월과 전년에도 두차례 개최한 적 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절차는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본회의에 올라온 민주당 법안이 대표성 중립성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해 공영방송을 완전히 망하게 하는 길이라 보고 반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우리 대안은 약간의 시간은 걸리겠으나 당이 중심이 돼 여러 시민단체와 협의해서 꼭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럼 아직까지 대안이 없다는거냐’는 거듭된 질의에 홍 의원은 “그렇다. 현재까지는 확실히 메이드된 대안은 없다”고 답했다.

‘현행법이 이사 추천권한의 명확한 규정이 없는데도 사실상 집권여당 다수당이 다수의 이사를 추천해 결국 여당이 독식하는 구조여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정부) 편파적 방송을 해온 것이 수십년 지적돼 왔는데, 그래서 이런 (지배구조를) 이번에 법안을 바꾸려고 하는건데, 국민의힘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거냐’는 질의에 홍석준 의원은 “갖고 있으니까 대안을 만든다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공영방송을 정치적인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그런 문제의식이 있다는 거냐’는 재차 질의에 홍 의원은 “그렇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채 몇 달 째 반대만 하고 있는 이유가 혹시 다시 문재인 정부 이전의 방송 환경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홍 의원은 “계속 말씀드렸다. 시간을 갖고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KBS PD 출신의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대표는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리려는 시도아니냐고 하는데, 이전에 1990년대 말 개정한 방송법에 따라 문재인 정부도 그 법에 의해서 시행해왔다.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지금 추진하려는 법은 친민주당 내지 친언론노조가 추천하는 이사 구성을 절대다수로 해서 그쪽 입장을 대변하는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런 짓을 하지 말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공영방송 개악 법 저지 기자회견을 마친뒤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공영방송 개악 법 저지 기자회견을 마친뒤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그럼 ‘현행법이 지금 추진하려는 법 개정안보다 낫다는 거냐’는 질의에 최 대표는 “지금 시도하려는 법안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법안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이런 법이 어디냐. 17대4 내지 19대2라는 법이 어딨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돌연 선거에서 이긴 정부가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대표는 “세계적으로 공영방송들이, BBC NHK 프랑스 TV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선거에서 이긴 정부가 공공기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돼 있”다면서 “그게 민주적 원리”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그걸 운영을 잘 못하면 선거에서 심판받도록 돼 있다”며 “어떻게 선거에서 진 쪽에서 아무 권한이 없는 이익단체가 공영방송 인사권을 행사하느냐. 누가 대표성을 부여한거냐. 그게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이어 “지금 법안보다 훨씬 더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영국 BBC”라며 “영국BBC가 가장 공정하다고 한다. 왜? 운영을 그렇게 하니까. 운영의 문제”라고 했다.

이에 기자가 “그 말씀은 홍석준 의원 말과도 충돌이 될 수 있다. 선거에서 이긴 승자가 독식해 문제가 된 것 아니냐. 여당 추천한 다수 이사들이 추천한 인사가 인사권을 가진 사장이 임명되면 그 사장이 방송에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여론에 많이 영향 줄 수 있는 구조여서 그런 것 아니냐. 부작용이 많이 있었고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 있어서 바꾸려고 한 것 아니냐. 그건 여야 똑같이 문제제기 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최 대표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하셨어야지”라고 하자 기자는 “지금도 문재인 정부 때 왜 안했냐고 비판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언론노조도 지금도 비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허성권 KBS 노동조합 위원장은 “KBS 노동조합은 10년 이상 특별다수제를 요구하고 관철하고 있는데, (이 제도도) 여러 과제와 약점이 있어 집권당과 민주당과 같이 소통을 해서 지속적으로 단점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이번 민주당 악법과 모순점의 경우 이사 추천 기관중 시청자위원회가 있는데, 여기엔 피디협회 기자협회가 관여 돼 있다. PD협회 기자협회가 이사추천권한이 있는데, 시청자위원회에도 권한이 있으니 자기들끼리 만의 선순환 구조 만들고 있다”며 “이런 법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허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민주당과 소통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안마련을 위한) 특별TF도 있다. 아무 것도 대안이 없다고 추정하는 것은 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석준(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언론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노조의 방송영구장악법 저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홍석준(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언론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노조의 방송영구장악법 저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오정환 MBC 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안이 없냐고 말씀하는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며 “(방송환경이) 왜곡된 것이 이사 추천한 것 때문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해야 한다고 본다. 현 체제 내에서 과연 누가 방송을 경영을 하면서 뭘 지향할 것인가라는 그런 이념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렇게 반대를 하는 이유가 2개월 남은 과방위원장 임기가 끝나고 국민의힘 과방위원장으로 교체될 때까지 미루려고 시간끌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홍석준 의원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로 방송사 이사 추천권을 갖는 방통위원장을 끌어내리고 윤석열 정부가 방송계 판을 새로 짜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어차피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며 “그러니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이미 국장, 과장 심사위원장이 구속됐기 때문에 영장실질심사 기각됐다 해도 한 위원장의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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