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에 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TV 수신료(월 2500원)를 전기 요금과 함께 ‘통합 징수’하는 현행 방식을 검토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9일 직접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들려달라”며 “수신료와 전기 요금을 통합 징수하는 현행 방식은 1994년 처음 도입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수신료 통합 징수를 둘러싸고, 소비자 선택권 및 수신료 납부 거부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지적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에 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에 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대통령실은 “최근 우리나라처럼 공영방송 제도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FTV), 일본(NHK) 등에서 수신료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신료 관련 논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전기 요금과 함께 부과되는 현행 징수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고, 시청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통합 징수에 대한 찬반 입장을 나열한 뒤 “최근 대부분 가정에서 별도 요금을 내고 IPTV에 가입해서 시청하거나 넷플릭스 같은 OTT를 시청하는데, 전기 요금 항목에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제기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3월9일부터 4월9일까지 국민들 의견을 받는다.

야권에서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공개된 대통령실의 안은 KBS와 EBS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수신료 분리 징수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먼저 주제를 제안하고 국민이 투표하는 ‘국민제안’이라는 황당한 방식을 통해 여론전을 시도하며 언론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한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제안은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도 10일 “대통령실이 직접 공영방송 길들이기,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다”며 “방송 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 대책은 하나도 없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도입하자고 하는 건 공영방송을 위축시키고 무력화시켜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속셈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울산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울산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도 KBS·EBS 공영방송 재원인 TV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법안을 발의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17년 4월 “현행법은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 징수와 함께 지급토록 한다”며 “이에 KBS를 시청하지 않아도 전기 요금과 함께 수신료를 내야 한다. 시청자의 납부 선택권 보장을 위해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함께 고지하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의원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KBS에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은 국민이 지불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법안은 국민에게 수신료 지불 선택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사회적으로 공공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지금까지 합산징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현재 KBS의 경우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느냐에 국민들이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정파 유불리에 따라 TV수신료 관련 입장을 뒤바꾸어 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