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린지 4년되는 날인 2022년 11월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4세) 할머니가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018년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린지 4년되는 날인 2022년 11월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4세) 할머니가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돈으로 피해자와 유족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가 추진하던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배상 참여’는 빠졌고 일본의 사과도 이전 내각들 입장을 재확인하는 ‘간접 사죄’ 형식으로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고, 일부 언론에선 일본의 사과가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굴욕 외교’로 평가했다.

반면 중앙일보 등 또 다른 언론에선 “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된 일본 기업의 기금 참여 대신 한국의 전경련과 일본의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 등 양국 경제계가 공동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에 참여하는 등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기금에 일본 피고 기업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환영하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인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개편을 추진한다. 이대로라면 일주일에 최대 69시간(주6일), 80.5시간(주7일)까지 노동이 가능해진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과로사회로 퇴행하나…정부 ‘주69시간 노동’ 공식화>란 기사에서 이 소식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정부안 대로면 주 64~69시간 노동이 가능해지고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 또는 ‘휴식 없이 주 64시간 상한’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 7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 7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정부 강제동원 해법에 ‘대일 외교 족쇄’ ‘굴욕외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판결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부 안 발표에 대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승계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 간 협력에 획기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며 “미국, 한국, 일본의 3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7일 경향신문 1면
▲ 7일 경향신문 1면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역사 정의를 배신하는 길을 선택했다”며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은 2차 가해이자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지원단체와 대리인단은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면 톱기사 <‘책임’ 빠진 3자 변제…대일 외교 ‘족쇄’ 찼다>, 2면 톱기사 <“역사인식, 역대 내각 입장 계승”…일본은 꿈쩍도 안 했다> 등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지 않게 일본 피고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준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 <‘반쪽 해법’ 일제 강제동원 배상, 끝 아닌 새로운 문제의 시작>에서 “이날 발표는 피해자와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반쪽 해법”이라며 “우선 일본의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기업들이 내야 할 위자료를 재단이 대신 지급하기로 했음에도 일본 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한 피해자 3명 모두 이번 해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가해자가 사죄라고 하지 않는 것을 피해자에게 사죄가 맞으니까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 7일자 경향신문 1면
▲ 7일자 경향신문 1면

 

한겨레도 1면 톱기사 <윤석열 정부 ‘최악의 굴욕 외교’>, 2면 톱기사 <양금덕 할머니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아” 격분> 등의 기사에서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사설 <역사 후퇴시킨 최악의 강제동원 굴욕 ‘해법’>에선 “1997년부터 25년 넘게 싸워온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한일 시민사회 노력을 짓밟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기금 참여는 있었지만 피해자 중심주의를 무시했다가 좌초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도 훨씬 후퇴한 외교참사”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1면 톱기사 <한국 정부 결단에도…일본 사과는 없었다>, 2면 톱기사 <양금덕 할머니 “그런 돈은 죽어도 안 받겠다” 정부 해법 규탄> 등에서 일본의 사과가 없는 부분을 비판했다. 다만 사설에서는 다소 온건한 톤으로 접근했다. 사설 <징용 해법, 납득할 후속 조치 있어야 실패 반복 않는다>에선 “정부는 일본의 조치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과 더불어 대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일부에선 ‘강제동원’, 다른 매체에선 ‘강제징용’으로 표기하고 한 매체 안에서 두 용어를 혼용하기도 한다. 강제동원은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용어로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징용’은 비상사태때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특정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강제성은 있지만 불법성을 지운 표현이다. 군징집(징병) 등에서 발생한 피해자를 배제하는 효과도 있다. ‘강제징용’은 강제성을 두 번 넣은 동어반복이다. 외교부의 공식 용어는 ‘강제징용’이고 행안부 산하 피해지원재단에선 ‘강제동원’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선 불법성과 강제성을 모두 희석하기 위해 ‘징용’이라고 표기한다.

강제동원 해법에 호평도, 한일 관계 정상화 돌파구

정부의 이번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언론도 있다.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 <한·일 돌파구…바이든 “동맹 획기적 새 장”>에서 “‘전범 기업이 1엔이라도 내야 한다’는 일부 피해자의 반발과 국내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날 지난 4년간 한일 관계 경색의 원인이 된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고육책’ 징용 해법…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로 살려 가길>에서 ‘반쪽해법’이란 비판을 언급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대승적인 선택에 무엇보다 일본 자민당과 정부가 양심적이며 성의 있는 응답을 할 것을 함께 촉구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강제동원 ‘반쪽 해법’ 미흡하지만, 이제 미래·국익 봐야 할 때>에서 “정부는 우리의 현실적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사를 잊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제는 미래와 국익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 7일자 조선일보 사설
▲ 7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야당을 비판했다. 사설 <민주당 식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조 친일, 굴종 외교 아닌가>에서 윤 정부가 피해자 15명에게 40억원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가 호응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25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라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따른 결정을 ‘친일’ ‘굴욕’이라고 한다면 김 전 대통령이 친일이고 토착왜구라는 말이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제2의 경술국치이자 대일 굴종외교”라고 평가하고 이재명 대표가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치욕”이라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조선일보는 “지금 북핵 위협과 중국 패권주의로 한미일,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김대중 계승 정당이라면 아무런 대안 없이 비난하지 말고 ‘김대중-오부치 선언’부터 다시 보기 바란다”고 했다.

노동시간 늘리기 나선 정부, ‘과로할 자유’ 비판

정부는 현재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1주일에서 노사 합의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주당 52시간은 기본 40시간에 최대 12시간 연장노동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를 월 단위로 하면 4주를 모두 한 단위로 통합해 1개월에 208시간 한도로 연장노동이 가능해진다.

경향신문은 사설 <‘과로사회’ 조장할 주 69시간 근무제, 재검토해야>에서 “이 방안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로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노동시간이 ‘발병 전 4주 연속 주 64시간’인데 이번 개편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분기로 늘릴 경우 과로사 수준까지 장시간 노동을 강제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연장근로를 하면 나중에 긴 휴가로 보장한다는 것도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한 사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며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다 쓰는 기업이 40.9%(2021년 기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연차휴다고 다 못쓰는 마당에 언제 저축휴가를 쓴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노동시장의 어떤 개편도 노동시간을 줄이는 큰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라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노동계와 대화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발표한 것도 유감”이라고 했다.

▲ 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정부가 주6일을 일한다는 전제로 주69시간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주7일 일할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주 80.5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사설 <주 최대 80.5시간, ‘과로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에서 “개편안대로 연장근로 허용시간을 40.5시간으로 늘리면 ‘주80.5시간제’가 되는 셈”이라며 “정부는 굳이 주 7일이 아닌 6일로 셈을 해 ‘주69시간’이라고 한다”며 “주 7일 일하는 걸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데도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단호하게 ‘개정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우리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길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 <주 52시간제 유연화…노동자 ‘일할 선택권’ 늘리는 길>에서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주 52시간 근무제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의 인력 운용을 쉽게 하고, 노동자에겐 근로시간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이라며 “‘공장 시대’에 만들어진 획일화된 근로시간은 한국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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